'일기창고'에 해당되는 글 76건

  1. 서늘한, 방콕 겨울 2013.12.24
  2. 뜨거움을 생각한다 2013.10.15
  3. 일요일. 터미널21 2012.05.13
  4. 갈아만든 주스 한 잔 2012.02.26
  5. 오늘 저녁 식사 2012.02.25
  6. 첫날 2012.02.25
  7. 방콕 가는 길 1 2012.02.24
  8. 이사 (20111216) 2 2011.12.16
  9. Hi, There. 3 2011.08.11
  10. 햄앤더블치즈멜트 샌드위치 2 2010.02.07

서늘한, 방콕 겨울

from 일기창고 2013. 12. 24. 02:42

날이 서늘하다. 아침 저녁으로 20도 밑을 오르내리는 날씨. 방콕에서 20도 밑의 날씨를 맞이하게 될줄은 몰랐다. 덕분에 밤낮없이 돌아가던 에어컨도 그 숨을 멈췄고, 출퇴근 시동과 동시에 켜두던 갑갑한 차안 에어컨도 가동을 멈췄다. 이젠 서울의 가을날 처럼 바람을 맡기 위해 문을 열어두어도 된다.


캐럴이 들리고,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는 빨간색 텀블러와, 트리가 들어섰다. 그래서인지 여기도 제법 연말 분위기가 난다. 부는 바람이 살갗에 스치는 것보다 더 서늘하게 다가오고, 틀어둔 연말 시즌 노래들도 아련하게 그 겨울 서울공기를 생각나게 한다.


올해는 좀더 빨리 갔으면 좋겠다. 둔기를 내려칠 만큼의 무게로 누르던 기억들이 많은 한해, 남은 시간 시간 지나가면 숨 내쉴 수 있는 시간이 내년엔 있을 것만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무엇이 내게 소중한 걸까. 그 생각을 많이 한다. 절절한 것들이 나에겐 무엇일까. 며칠 남지 않은, 꾹꾹 짚어내지 않으면 휘리릭 지나가 버릴 것만 같은 서늘한 연말. 그 생각마저 곱씹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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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을 생각한다

from 일기창고 2013. 10. 15. 01:43

블로그가 삶을 뜨겁게 할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가벼운 SNS와 개인적인 공간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치열하게 읽고 생각하고, 그걸 글로 풀어내고 내 글이 타인에게 하나의 준거 혹은 '다른 생각'으로 읽히길 바라며 적었던 시절들.


2009년의 글들을 펼쳐보며 흐른 시간에 무감해진다. 과연 내가 적은 글들인 걸까, 난 이 무렵 왜 이런 생각으로 잠을 설쳤는가 다시 생각해봐도 그 간극을 채워넣기 쉽지 않을것 같다.


많은 일들이 주변을 흘러갔고, 또 흐르고 있으나 그런 시간을 도려내어 서슬퍼렇게 잘라내기보다는 그저 멈추지 않게 흘러보내는 일들이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변명처럼 자리잡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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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터미널21

from 일기창고 2012. 5. 13. 18:07
방콕 생활이 두달이 넘었다. 처음의 낯설음도 이젠 사라지고 여기도 그저 생활이 되었다. 출근길 택시에서 들리는 태국어 방송을 들으며 여기가 외국이란걸 되새기게 된다. 그외에는 수십년 살아온 공간과 다름을 느끼기 쉽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볕이 좋아 집을 나섰다. 사람 북적거리는 집근처 터미널21에서 밥을 먹고 1층 스타벅스에 자리펴고 앉았다. 끝임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길을 잃은 것같은 막막함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스르륵 뭉개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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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만든 주스 한 잔

from 일기창고 2012. 2. 26. 22:31
혼자있으니 사실 음식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함께 맛있게 먹을 사람이 없는 식사는 그저 생존을 위한 섭취일테지. 하여 오늘은 엠포리움 푸드코트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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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이를 시켰는데 태국어에 지식이 일천하다보니 세밀한 주문은 불가하고 그저 그림을 가리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실패하기는 쉽지 않다. 레몬그라스 향이 강하긴했지만 매콤하니 괜찮았다.

고개를 돌려 주스 한잔으로 마무리를 하기로 한다. 당연히 물섞은 주스겠거니 했는데 왠걸 과일만 통째로 갈아서 한잔을 만들어준다. 당근 두개. 오렌지 4개 사과 한개를 넣어 갈아준 주스는 걸죽한 막걸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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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출근 앞두고 우울했는데 이런 것들이 있어 위로가 됐다. 함께할 사람만 있다면 이 곳에서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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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식사

from 일기창고 2012. 2. 25. 20:34
장보러 들린 근처 빅씨에서 일식돈까스로. 역시 태국 오렌지주스는 참 '아러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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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from 일기창고 2012. 2. 25. 19:14
늦은 새벽에 공항에서 픽업밴을 타고 숙소로 들어왔다. K에게 맘을 꾹 눌러담아 몇마디 말을 나누고 늦은 샤워를 마치고 일어나니 그새 방콕 햇살이 내리 쬐고 있었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숙소 근처 수쿰빗 건물을 돌아다니며 에어콘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걸었던 것 뿐. 월요일 출근까지 이렇게 혼자 보내야하는 시간이 까마득히 남았는데 어쩌나. 맘이 서늘하다.

다행히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터져 바이버를 써서 목소리를 듣고 싶을때 전화비용에 구애받지않고 들을 수 있다는 것. 테크놀러지가 왕이다. 땡큐.

작년 K와 방콕에 왔을때는 가는 시간이 아까워 시간을 쪼개며 다녔는데 확실히 맘이 다르다. 조급해지기는 커녕 그저 심드렁해진다. 이국의 느낌도 앞으로 숱하게 마주할거란 생각에 그런듯하다.

단 하루인데도 떨어져 보니 K와의 일상이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겠다. K가 있는 그곳이 나에겐 삶의 공간이었다. 서울이든 방콕이든 그건 중요치 않은 것이다. 3월 둘째주 서울에서 나의 삶의 공간이 이리로 온다. 그제서야 방콕은 삶이 될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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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가는 길

from 일기창고 2012. 2. 24. 19:39
출국. 혼자 비행기를 타는게 처음이라 외로움이 순간 밀려온다. 잘 지내야지. 무리하지말고. 건강하게. 일년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

난 어쩌면 절대로 혼자있을 수 없을거다. 혼자 그 곳에 서있는 것으로도 마음이 허하다.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일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힘 낼 수 있을까.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시집을 가져올 걸 그랬다. 이런 이상한 맘이란. 5시간 동안 기분을 정리해야지.

잘 할 수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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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20111216)

from 일기창고 2011. 12. 16. 16:33
이러저러한 SNS를 거치고 몇가지 블로깅 툴을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 곳인가 싶다. 벽에다 얘기하는 것 같던 블로그의 답답함 때문에 페이스북으로, 또 텀블러로 이사를 다녔지만 그런 '관계'가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종교적 신념도 아니니 상황에 맞게 쓰면 그만이겠지만 그때 그 시점에 마음가는 건 있는가 보다.

그 마음가짐으로 끄적거리고 싶어 글쓰기창을 눌렀을때 흐르려던 생각을 닫아버리는건 제목창이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쓰려했는데 제목창을 마주하는 순간 뭔가 정제된 무엇을 써야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게 된다. 블로그의 제목창이 옵셔널이었으면 나을것 같다.

아무도 읽지 않는건 아니고 가끔은 우연이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페이스북이나 텀블러나 트위터나 나의 이야기가 읽혀지기 위해서는 나도 읽어야 한다. 반응하지 않고서는 사람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으니. 그러다 보면 타임라인은 읽고싶지 않은 글들로 가득차고 읽고 싶은 글은 읽을 수가 없게된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곳에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이 블로그에 들를때마다 치열하게 읽고 보았던 그리고 적었던 시절들 때문에 부채감 같은게 느껴진다.

요며칠 이승환의 옛앨범들을 듣고 있다. Karma, Human, Hwantastic앨범. 여전히 좋다. 이승환의 발라드가 싫을때가 있었는데, 이승환처럼 참 오랜시간 묵묵히 노래불러주는 가수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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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There.

from 일기창고 2011. 8. 11. 18:03

그동안 비공개로 해두었던 글들을 공개로 돌렸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우연히 키워드를 붙잡고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닫을때 만큼 충동적으로 열었지만, 더 보탤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블로그를 닫아 두었던 시간동안 나는 호흡이 긴 글을 쓰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긴 글을 쓰는 법을 잊어가는 시간동안 긴 글을 읽는 법 또한 잊어버렸다. 가벼운 글들만 쌓이는 시간들이 이제서야 견디기 힘들어진다. 생각하고, 길게 읽고, 길게 쓰고 싶다.

아직도 블로그를...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블로그는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버릇이랄까 치열하게 글을 쏟아내던 이 공간이 내내 익숙하다. 하여 나에게 블로그는 내방에서 두드리는 타이프라이터와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쓰여진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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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 성신여대 입구에는 '샌드위치 하우스'라는 작고 깔끔한 가게가 있다. 칠판으로 된 넓은 메뉴판에는 다양한 샌드위치 메뉴가 한가득 적혀있고, 탁자 없이 양편으로 길게 늘어선 긴 의자는 덩그렇다. 한편에는 여대생들이 급히 적어낸 포스트잇이 재잘대듯이 적혀있는 소박한 샌드위치 가게. 

나중에 들으니 나름 유명한 듯도 보여 깜짝 놀랐던 그 샌드위치 가게. 알게된지 3년이 넘게 있어주어 다행이다. 이 작은 가게가 걸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 않았다면 자주 가진 않았을거다. 게다가 누추한 차림새로 모자를 눌러쓰고 터벅터벅은 절대 아니었겠지. 투닥투닥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시는 여자 사장님의 친절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따뜻하고, 목 깊이 삼키는 신선한 샌드위치는 작지않은 매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토요일, 그 리듬에 지극히 충실하게도 잠결과 허기를 횡단하며 눈을뜨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뭐 해먹기도 그저그런 타이밍. 하루종일 뒹굴거렸더니 머리마저도 띵하다. 이 느낌을 어찌 알았는지 K가 샌드위치 얘길 꺼낸다. 거부할 명분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참치 샌드위치 하나, 햄치즈멜트 샌드위치 하나를 시키고,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시켰다. 몇주 지난 영화 주간지를 앞에 펴놓고 한입 한입 베어무는 샌드위치는 지루한 휴일을 여유와 따뜻함으로 바꿔놓는다. 가벼운 샌드위치의 매력. 샌드위치 만큼이나 오늘은 illy커피가 제일이었다. 커팅한 햄치즈멜트 샌드위치 한 입과 바꿀만큼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 '하...'하는 낮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Nina Simone의 노래를 듣는다. 아까 샌드위치 하우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면 너무 좋아 덩실 춤이라도 췄을 것이다. 소박하디 소박한 토요일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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