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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점심시간 (20080905) 2 2008.09.05
  2. 누군가의 비밀 (20080904) 2008.09.04
  3. 옛 홈페이지 게시판을 다시 띄우다 (20080821) 2008.08.21
  4. 빵을 삼키며 2007.01.04
  5. 한밤의 넋두리 2006.05.24
  6. 푸른 겨울밤 2006.05.23

점심시간 (20080905)

from 일기창고 2008. 9. 5. 13:36

금요일. 해장겸해서 굴국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긴 줄을 서야 제시간에 먹을 수 있는 굴국밥집에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뜻밖의 행운. 매번 전쟁같은 점심시간. 입사초에는 12시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점심 행렬을 보면서 '과연 먹고 사는 것이 무얼까'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긴 밥줄 서지 않고 빨리 먹고, 잠깐이나마 쉴수 있으면 그만이다.

"직장인의 점심은 먹는게 아니라 때우는 거다"라는 선배의 말에 씁쓸하게 고개 끄덕였었다. 줄서서 기다리는데 10분, 밥먹는 건 20분이 넘지 않는 점심시간. 나누는 말이라고는 어제 본 TV얘기, 일 얘기(밥 먹으면서까지), 집 값얘기들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없이 꾸역꾸역 밥 삼키는 일도 많다. 특히 같이 밥먹기 어색한 상사분이라도 마주하게 되면 더 그렇다. 가끔은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일도 있다. 허락된 밥시간은 정해져있고, 버릇처럼 따라나선다.

오늘 점심은 괜찮았다. 점심 해장맴버는 당연히 어제 술자리 맴버들이니. 어제 남은 얘기도 하고, (무에 새로울게 있다고)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아침엔 힘들지 않았는지를 묻고 대답했다. 달짝지근한 굴국이 입에 감겼다. 비릿하지 않은 통통한 굴을 베어무는 혀끝이 꽉찬 느낌. 마지막 국물까지 깨끗이 들이켰다. 느껴지는 포만감에 살짝 행복해하면서...

사무실에 들어오니 주말을 앞둔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 금요일 오후라고 일의 절대량이 주는건 아닌데, 분위기탓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직장인의 금요일 오후. 군데군데 웃음소리도 들린다. 모두들 한주동안 수고했다. 행복한 주말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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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홈피를 보면 사랑에 빠져 연애를 하는 티가 팍팍나요. 근데, 사실 난 솔로에요.

누군가의 비밀, 가슴이 쓰렸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척 해야하는 사람들. 힘겨운 사람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왜 언제나 힘겨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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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홈페이지(네이버가 마이홈 서비스를 닫아버려 로컬에 고이 모셔져 있다)는 지금처럼 서버 베이스의 호스팅이 아니라 단순히 htm파일을 브라우징해주는 형태로 운영했기 때문에 게시판은 무료 계정을 제공하던 게시판을 사용했었다. 군웅할거였던 그 시절 그래도 유명했던 게시판이 별탈 없이 안정적으로 서비스해주던 크레이지웹보드 (Crazywww2000 이라는 제품명)였다.

그 게시판을 1999년도 여름 홈페이지를 열때부터 "게시판 겸 방명록"으로 사용했었다. 홈페이지를 2002년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문을 닫고 나서도 그 게시판은 그대로 놔두었다. 특별했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그 기간 동안의 아름다운 기억이 깊이 새겨져 있어, 섣불리 손대기 힘들었다. 비단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내 홈페이지를 들려주었던 사람들의 글들, 흔적들, 그 글에 열심히 답글을 달던 내 시간들, 추억들이 존재하는 곳이었기 때문에...가끔씩, 그 시절의 사람들, 글들이 생각나 그 게시판을 혼자 몰래 클릭해보고 읽어보기도 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노브레이크라는 회사가 소유했던 크레이지웹보드가 킴스랩(아마 맞을거다)으로 넘어가면서 무료 게시판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정기간동안 제공하던 데이터백업서비스를 통해서 db파일을 부랴부랴 다운받아두긴했는데, 그 상실감이 꽤 컸다. 웹 공간 어디쯤에 존재하던 내 게시판이 3MB가 채 되지 않은 파일 한조각으로 두 손에 쥐어질때의 느낌이란. 3년 남짓 울며, 웃으며 뒤적이던 그 공간의 움츠러든 무게감이 무척이나 서러웠던것 같다. 게다가 이 파일 하나를 다시 웹으로 컨버전해서 올려둘 방법을 쉽게 찾지 못했다는 까닭도 있었을게다. (사실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 게시판에 대한 이런 느낌은 별스러운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내 공간을 장식해주었던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이해할거라 믿는다. 공간이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기억하는 것이기에.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이런 넋두리를 하려고 이 글을 쓰는건 아니고, 며칠전 피시파일을 정리하다가 옛 홈페이지 폴더내 크레이지웹보드 백업파일(.asc 확장자를 가진)을 발견했다. 혹시나 이 파일을 범용 소프트웨어라고 할만한 제로보드로 '이식'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뒤적이다가 결국에는 몇번의 삽질끝에 성공했다.(왜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게도 깔끔하게 복원이 되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만들어진 그 글들을 작성시간별로 리스팅 해서 보게 되었을때의 느낌이란 어린시절 살던 옛집을 더듬는 것 같은 아릿함과 비슷했다. 찬찬히 처음부터 더듬어 보면서, 글을 하나하나씩 읽어가면서, 많은 기억들이 다시 살아왔다. '아, 그 시절, 그랬었지' '이런 생각들을 나누었구나'. '참, 이런 글을 왜 적어두었을까' 고이고이 보관해두었던 메일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과방에 놓여져있던 두툼한 잡기장을 손에 쥔 느낌.

기억이란 언제나 그런 것이다. 우연히 먼지를 걷어내고 들춰보다가 그 순간 내 안으로 미친듯이 들이치는 빗물같은 것. 다시 띄운 그 게시판의 1000개 남짓한 글 앞에서 난 고스란히 기억의 비를 맞고 있다. 소중한 조각들. 그때 그 공간에 글을 남겨주었던 사람들에게 메일 한통씩 보내고 싶어졌다. 고마웠노라고, 행복했었노라고. 혹시나 우연히 그 분들이 내 블로그에 들려 그때 했던 이야기들로 잠시 잠깐 추억에 잠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짝 그 게시판을 여기에 놓아둔다. 부끄럽기도 하고, 지금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글들도 있지만 괜찮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흔적이 이렇게 기록되어 남는다는 것. 디지털의 미덕이랄까. 시간이 나면 그때 게시판에 써두었던 글들을 다듬어 이 블로그에 옮겨두고 싶다.

http://silentsea.pe.kr/zeroboard/zboard.php?id=zero4 


덧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별도 포스팅으로 크레이지웹보드 -> 제로보드4로 컨버전 하는 방법을 나름 자세하게 적어보았다. (http://www.silentsea.pe.kr/175)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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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삼키며

from 일기창고 2007. 1. 4. 08:41


아침에 눈비비고 일어나
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운 빵을 데워 우걱우걱 씹어먹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난 어딜 향해 가고있는건지

피곤한 눈 꿈벅거리며 삼키는 이 한조각 빵의 의미,
그 무의미의 의미를 참을 수가 없더라.

약해지지 말아야지.
다짐, 또 다짐하며 옷깃을 여미는

어느 겨울아침.



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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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넋두리

from 일기창고 2006. 5. 24. 17:22

언제쯤이면 삶이라는 단단함과 마주할 수 있을까
무너짐에 대하여
먼지싸인 책표지에 대하여
내 안의 냄새나는 일그러짐에 대하여
또 돌아서는 네 뒷모습에 대하여
악몽에 대하여
미치기보다 힘든 무표정에 대하여
제인 버킨의 목소리에 대하여
그 깨어질 듯함에 대하여
단 한번 날 통과했던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네 눈빛에 대하여

이제는 침묵하고
당당히 두 눈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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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겨울밤

from 일기창고 2006. 5. 23. 14:02

푸른 겨울 밤, 떠난 해를 다시 불러내어
내 방 가득 넣어두고
너에게 줄 말을 준비한다
이미 내 주변은
눈부실 듯한 투명함으로
사방 둘러싸인 세상에 말을 건다
지금 내 안에서 출생을 준비하는
미완의 언어들은
푸른 겨울 밤의 해가 비치면
쏟아져나와 너에게로 닿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소리들은
내가 될 것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
내 언어가 설레임으로 지나친 길
그 위에서는
막힌 언어가 살아 날 뛰고
모두가 변치않는 솔직함으로
쉼없이 세상에 말을 걸 것이다.
푸른 겨울 밤, 해가 비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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