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 성신여대 입구에는 '샌드위치 하우스'라는 작고 깔끔한 가게가 있다. 칠판으로 된 넓은 메뉴판에는 다양한 샌드위치 메뉴가 한가득 적혀있고, 탁자 없이 양편으로 길게 늘어선 긴 의자는 덩그렇다. 한편에는 여대생들이 급히 적어낸 포스트잇이 재잘대듯이 적혀있는 소박한 샌드위치 가게. 

나중에 들으니 나름 유명한 듯도 보여 깜짝 놀랐던 그 샌드위치 가게. 알게된지 3년이 넘게 있어주어 다행이다. 이 작은 가게가 걸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 않았다면 자주 가진 않았을거다. 게다가 누추한 차림새로 모자를 눌러쓰고 터벅터벅은 절대 아니었겠지. 투닥투닥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시는 여자 사장님의 친절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따뜻하고, 목 깊이 삼키는 신선한 샌드위치는 작지않은 매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토요일, 그 리듬에 지극히 충실하게도 잠결과 허기를 횡단하며 눈을뜨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뭐 해먹기도 그저그런 타이밍. 하루종일 뒹굴거렸더니 머리마저도 띵하다. 이 느낌을 어찌 알았는지 K가 샌드위치 얘길 꺼낸다. 거부할 명분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참치 샌드위치 하나, 햄치즈멜트 샌드위치 하나를 시키고,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시켰다. 몇주 지난 영화 주간지를 앞에 펴놓고 한입 한입 베어무는 샌드위치는 지루한 휴일을 여유와 따뜻함으로 바꿔놓는다. 가벼운 샌드위치의 매력. 샌드위치 만큼이나 오늘은 illy커피가 제일이었다. 커팅한 햄치즈멜트 샌드위치 한 입과 바꿀만큼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 '하...'하는 낮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Nina Simone의 노래를 듣는다. 아까 샌드위치 하우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면 너무 좋아 덩실 춤이라도 췄을 것이다. 소박하디 소박한 토요일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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