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은 해두고 자주 들리지는 않는(이런!) 손지연 카페(http://cafe.daum.net/runningson)에서 메일이 왔다. 이번주 수요일, 그러니까 내일 (2/11일) MBC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한다는 소식. 매우매우 반가웠다. 작년 11월 그녀 공연을 못가봤기 때문에 더더욱 반가웠다. 수요일 심야라는 극악의 편성으로 인해 첫회 이승열편 이후로는 다운로드 신공으로 보고는 했는데, 내일은 '닥본사' 할 예정이다. 들으면서 쏟아지는 잠에 처참히 무너질게 예상된다. 녹화라도 하면서 봐야지.

그나저나 손지연의 출연은 조금 의외였다. 물론 좋은 아티스트에 대한 재평가, 혹은 관심이라는 면에서 쌍수들고 환영할 만하지만. 더구나 최근 이소라나 바비킴 출연으로 신보발표한 아티스트의 출연이 굳어지는건 아닐까 싶었는데 손지연이라니. 인지도면에서 시청률의 손해가 분명할 아티스트를 출연시킨 제작진에게 박수를.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그나마 몇남지 않은 공중파 음악방송(순위프로제외)중에서 독보적으로 느껴진다. 포맷도 그렇고. 특히나 지난주 바비킴 방송은 음향이 훌륭했다. 녹음해다가 음반으로 팔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

관심가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 아니면, 녹화 또는 다운신공으로 보시길. 이 방송은 mp4로 인코딩된 뒤 당분간 나의 아이팟에 저장될 예정. 예고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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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너에게

from 음악창고 2009. 2. 2. 13:32

이장혁. 그의 1집의 두번째 트랙 '스무살'. 같이 들었던 이 노래를 다시 들려주고 싶어. 어쩌면 난 이 노래를 들려줄 자격은 되지 않을지도 몰라. 노래는 좋았지만, 쉽게 들려주기 망설였던 이유가 그 때문일까. 이장혁이 토로하듯, 난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어버린, 그래서 이미 날개를 접은 그 형일지 모르니 말이야. 그래도 들려주고 싶었어. 넌 아직 고개를 흔들며 형들이 한때 찾으려했던 것을 찾아 낯선 길에 있으니까.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 가사를 차분히 되새겨보면 뭔가 '뭉클'하게 만져지는 게 있을거야. 그 떨림이 이십대의 네가 아픈 이유가 아닐까.  

이미 스며들어버린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뭉클'했던 이유는 이 부분 때문이었어. "밖으로 밖으로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안으로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그래. 서른살은, 아니 살아간다는 건 안으로 터지는 울음을 삼키고 밖으로 아무렇지 않은듯 지내는 것일거야. 곪을 듯한 답답함을 참아내는 것, 그 고통스런 과정을 우린 너무 쉽게 나이들었다고 하고, 철이 들었다고 말하지. 당연한 것인 양. 그래야 하는 것인 양. 안으로 터지는 울음을 보이는 건 패배한 것이고, 이겨내지 못한 것이 되어버려.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서는 것은 스무살의 치기, 세상 모르는 놈의 객기로 칠해지지. 흐릿하지만, 나의 스무살도 안으로는 그렇게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밖으로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웃었지만, 그렇게 참다가 결국은 아니라던 곳으로 점점 스며들었던 것 같다. 

이 노래 너무 날카롭지. 이 노래가 말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차가운지. 왜 언제나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그린 동심원 밖으로 나가버리고 스무살은 그렇게 혼자 남겨지는 것일까. 나도 답은 없어. 다만, 이 노래를 듣고있을 너에게 이 노래가 공감을 주었으면 해. 익숙한 길과 낯선 길의 갈림에 서있다면, 네 울음의 호소를 좀더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너무 쉽게 결론 내렸던 걸까. 어쩌면 너 또한 아니라던 곳으로 스며들지 모르고, 밖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 법을 배워갈수도 있겠지. 안으론 울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비참해 하진 말았으면 해. 

말이 길어졌다. 그저 노래 한곡 소개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노래 가사를 읽었을때부터 들려주고 싶었거든. 얼마남지 않았구나. 잊지 않을게. 힘내렴.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둘 날개를 접고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
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했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
하지만 난 상관없는 듯…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취해있었어
우리에겐 그런 게 익숙했던 것처럼
귀찮은 숙제같은 그런 나를 보면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넌 하기 싫었겠지
내가 말한 모든 건 내 속의 알콜처럼
널 어지럽게 만들고…

밖으로 밖으로 너는 나가버리고 안으로 안으로 나는 혼자 남겨져
밖으로 밖으로 널 잡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나는 취해만 갔어

어둡고 축축한 그 방 그녀는 옷을 벗었고
차가운 달빛 아래 그녀는 하얗게 빛났어
나는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창밖이 밝아 왔을 때 난 모든 걸 알았지
그녀가 예뻤냐고 그녀의 이름이 뭐냐고
가끔 넌 내게 묻지만…

밖으로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안으로 안으로 그녀는 잠들어있어
밖으로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우린 벌거벗었어
밖으로 밖으로 눈부신 태양이 뜨고 안으로 안으로 날 비추던 햇살
밖으론 밖으론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론 안으론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이장혁 -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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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심판의 소설표지가 더 인상적이었던 빨간앨범 표지


블로그에 글을 적은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고작 열흘남짓 되었을 뿐인데. 전엔 더 뜸했던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꾸준히 적은 탓인지 간만의 '휴지기'가 새삼스럽다. 가끔 뭐라도 적고 싶어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쫘~악'하고 펼쳐지는 너른 백지가 조금은 두렵더라. 다른 블로그를 읽는건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왠일인지 내 블로그에 오는 발길은 전에 비해 뜸했었다. 그간 날도 추웠고, 이 공간도 많이 쓸쓸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곁에 짠뜩 쌓여있던 노래들을 차곡차곡 모아 들었다. 작년 발표된 음반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전에 발표된 것들이다. 숙제하듯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싶어 들었다. 좋은 음악 블로그가 많은 탓에 그들이 쏟아내는 음반 소식들만으로도 조금의 '피로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밀린 숙제를 하듯 쉬이 듣고 쉬이 평가하고 쉬이 접어두었다고 할까. 음악은 여러번 듣고 새겨야 그 맛이 우러나오곤 하는데 요즈음 소비하듯 음악을 듣지 않았나 싶다.

시디 꽂아놓은 책장 앞에서 플라스틱 케이스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고르거나, 아니면 아이팟에 담긴 곡들을 손으로 튕기며 골라들었던 요 며칠의 음악감상. 그 탓인지 귓가에 켜켜이 쌓여있는 음의 퇴적이 기분 좋다. 새로운 곡을 알아가는 기쁨도 크지만 역시 잔잔하게 가라앉은 음악을 기억하고, 그 노래들과 다시 만나는 것이 더더욱 행복하다.

새삼 벨 앤 세바스찬을 다시 듣는다. 나에겐 눈덮인 겨울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그들의 빨간앨범. 특히 Fox in the snow. 일종의 의식이랄까. 며칠전 눈이 퍼붓던 날에도 이 빨간앨범을 들었다. 그때는 너른 운동장이었지만 지금은 공원처럼 바뀐 그 시절 대학교 운동장이 떠오른다. 이 빨간앨범을 종로 음반점에서 사던 날도 눈이 많이 왔었다. 이 앨범을 휴대용 시디플레이어에 넣고, 한참 학교 운동장을 걸었었다. Fox in the snow가 흘러나올때 이유없이 서럽고, 울컥하던 기억. 그래서인지 이 빨간앨범은 나에겐 영원히 겨울이고, 폭설이다.

노래를 들으며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찾아드는 이런 기억이 참 고맙다. 쉴새없이 나에게 달려드는 좋은 음악들. 그 음악에 내 기억을 조금씩 담아두는 건 아주 오래된 버릇일거다. 기억이 없는 음악들은 내 안에 차분히 퇴적되지 못한다. 당분간은 노래 한켠에 기억을 담으며 들어야겠다. 호흡이 길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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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시디를 봤을때가 기억난다. 팻 메쓰니의 앨범 전작을 모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신나라레코드를 뒤지고 있을때 이 앨범을 봤다. Charlie Haden이 베이스 연주자였다는 것도 몰랐고, 어떤 곡들로 이 앨범이 채워져있는지도 몰랐지만, 하단의 그림 한장과 Beyond the Missouri Sky라는 앨범 타이틀. 그것만으로 이미지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꼭 그래야만 할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중에 처음 듣고서도 모조리 익숙한 느낌이었던 이유가 그래서였을거다.

이 둘은 미주리 고향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그들이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간에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음악적 감성은 고향 땅과 하늘에 빚지고 있을터. 그런 미주리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연주로 멋지게 풀어놓았다. 앨범 자켓의 검붉은 미주리 하늘에서 그들이 튕기는 현에 생생하게 맺힌 고향이 어떠했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앨범은 내가 한번도 보지 못했고, 알지 못하는 미주리를 노래하고 있음에도, 미주리를 무척이나 친근하고 익숙하게 만들어 놓았다. 마치 서울의 하늘이나 정선의 하늘을 노래한 것처럼. 혹은 내가 깊이 기억하고 있는 어딘가를 말하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말이다.

이 앨범은 너무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때로는 울컥하게하는 농도짙은 음악들이 산재해있다. 나중에 발표한 One Quiet Night과 함께 팻의 대표 서정앨범이라고 할만한 이 앨범. 일년의 어느 하루라도 늦은 밤에 들으면 고향의 기억, 옛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올 것만 같은 느낌. 나처럼 서울의 비좁은 곳이 고향이 아니라 들판과 그 들판을 가득 수놓은 햇살을 보고 자란 이들이라면 고향생각이 더 각별할지도 모르겠다.

네 곡만 뽑아본다. (플레이순서대로)

 - Waltz For Ruth는 찰리 헤이든이 그의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다. 처음 들으면 다소 우울한 잿빛 느낌이 들지만, 그가 사랑했던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라는 감정을 떠올려보면 한없이 따뜻해진다.

- Our Spanish Love Song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스페인의 리듬을 그들만의 감미로운 어쿠스틱과 두툼한 베이스로 저며 놓았다. 유튜브에 2003년 그들의 실황공연이 올려져있어 같이 가져와봤다.

- Cinema Paradiso는 이 앨범을 처음 소개해줄때 먼저 들려주는 곡이다. 다른 버전들을 들을때도 늘 하는 생각이지만, 역시 엔리오 모리꼬네가 만들어놓은 OST수록버전이 가장 좋다. 그래도 팻 아저씨의 영롱한 어쿠스틱 솜씨는 탁월하다. 들으면 손가락 움직임까지 상상하게 된다고 할까.

- Spiritual은 베이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만한 곡이다. 8분이 넘는 곡이지만, 들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만든다. 어느 불면의 밤도 조용히 제압할 만큼. 아무생각 없이 듣게되는, 아무생각없게 만드는 곡이라는 촌평.

이 앨범을 듣기에는 늦가을이 참 좋았는데. 조금 추워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듣기에도 나쁘지 않다. 들으며 자신이 기억하는 하늘 한번쯤 생각하며 들어도 좋을거다.






Track List

1. Waltz for Ruth

2. Our Spanish Love Song
3. Message to a Friend
4. Two for the Road
5. First Song
6.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7. The Precious Jewel
8. He's gone away
9. The Moon Song
10. Tears of Rain
11. Cinema Paradiso (Love Theme)
12. Cinema Paradiso (Main Theme)
13. Spirit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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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걸 어제 알았다.(몰랐던걸 알았다는건 아니고, 새삼 기억했다는게 정확하겠지) 세상사 세밑 분위기가 어떠하다고 해도 여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다들 작은 웃음들이 보인다. 여유있는 휘파람을 불어댈 것 같은 얼굴들이랄까. 수요일인데도 주말 앞둔 분위기가 참 맘에 든다. 사무실의 공기가 사뭇 다르다.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위를 보니 초록색 카드 한장이 올려져있다. 신입사원 녀석이 파트원들에게 돌린 손으로 쓴 카드와 가나초콜렛 하나. 작은 의무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기분이 꽤 괜찮았다. 아마도 올해 받는 처음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닐까. 굳이 카드를 주고받는 것이 낯간지러워지는 때가 되었다 싶은게, '뭘 이런걸 다' 싶으면서 좀 머쓱해지더라. 아침에 먹으려 싸간 귤 하나를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녀석에게 건네줬다.

분위기를 내볼 곡을 찾다가 전곡 포스팅으로 가본다. 처음으로 해보는 전곡 포스팅인 듯하네. 매년 이맘때 한번씩 듣는 벨 앤 세바스찬의 Peel X-Mas Session 부트랙이다. 2002년 12월 18일에 있었던 라이브 레코딩인데, 왁자한 분위기와 흥겨운 느낌이 가득하다. 모두들 손에 맥주 한잔을 들고 있는 것 같은, 펍의 느낌. 유명한 캐롤을 함께 '떼창'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감상하는 느낌보다는 함께 즐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골랐다. 뭐, 별다를 것 없는 (까칠하게 말하면) 매년있는 크리스마스이브이지만, 그냥 시큰둥하게 혼자 있다면 너무 고급스럽지 않은 벨 앤 세바스찬의 적당한 캐롤을 첨부터 끝까지 듣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어쨌든, 달큰한 하루 보내시길.


Photo by Sherwin (http://flickr.com/photos/sherwinh/)


Track List

1. O Come, All Ye Faithful
2. Christmas Time Is Here
3. Santa Claus
4. Step Into My Office, Baby
5. Jonathan David
6. Santa Claus, Go Straight To The Ghetto
7. Photo Jenny
8. Silent Night
9. O Little Town Of Bethlehem
10. Santa, Bring My Baby Back To Me
11. If You Find Yourself Caught In Love
12. The Boy With The Arab Strap
13. O Come, O Come, Emmanuel
14. Get Me Away From Here I'm Dying
15. I Took Some Time For Christmas
16. The Twelve Days of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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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t'aime... Moi non plus. 가끔 잠 안오는 밤에 들으면 그나마 남아있던 잠마저 달아나는 노래. 제인 버킨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으면 맘이 달뜨듯 싱숭생숭 해지곤 했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난 아냐'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남자. 그런 남자의 반응에 슬퍼 흐느끼는 여자. 우는건지, 아니면...신음인지. 아니면 이후의 말줄임 때문일까. 이 노래는 참 에로틱하다. 그 '아니면'을 상상하게 하는 시뮬라시옹, 제인버킨의 흐느낌 탓에 이 노래는 라디오 금지곡이었다. 가사를 봐도 그 은유들은 노골적이다. 남녀간의 사랑없는 섹스. 그런 그런 이야기들.




1969년 발표된 노래. 10여년을 함께 살았던 영국출신 여배우와 프랑스 가수.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 본래 세르주는 이 노래를 브리짓 바르도를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1969년, 사랑에 빠진 세르주는 제인에게 이 노래를 준다. 그 즈음의 제인 버킨은 지금 봐도 숨이 막힐 것만 같다. 깨질듯한, 유리같은 투명함으로 다가왔던 제인 버킨의 목소리 탓일까. 세르주 겡스부르가 부러웠고, 또 미웠다. 그가 만들어낸 제인 버킨의 연약하고, 깨질듯한 아름다움. 이리도 애절하게 고백하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난 아냐' 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이미지가 이 노래를 매력적으로, 에로틱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이 노래를 만난건, Jane B라는 그녀의 대표곡을 수록한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다. 노래를 듣기 전에 열어본 부클릿에 실린 사진 한장. (바로 윗 사진이었다!) 그게 노래보다 먼저 맘에 들어왔다. 지금도 그 앨범을 들으면 그녀의 목소리를 호출하던, 지독히도 길었던 외로운 밤들이 생각난다. 목소리도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세르주와의 듀엣곡 탓일까. 제인 버킨은 나에게 상실, 혹은 어떤 애처로움으로 남아있다.


 
Quoted Jane Birkin: “Serge would go to buy the newspapers every day just to see if we were in them. We were in them constantly. He adored it. He used to say, ‘Nous sommes mythiques’ - we’re mythological - therefore what people say about you, what they get right or wrong, doesn’t really matter as long as you’re there, and the lies are probably better than the truth half the time.” (pg 61)

“(As [Serge] once told Actuel magazine, showing the journalist around his house with its framed pictures of Marilyn Monroe on the walls, his fixation with the actress had come about ‘because she is dead’ and thus could never be corrupted or spoiled).” (pg 64)

Serge Gainsbourg: A Fistful of Gitanes (Da Capo Pres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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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자주 듣지 않지만, 몇년전에는 흔히 말해서 컨템포러리 재즈음악을 자주 들었다. 정통재즈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듣기 편한 음악이라 그랬던 것 같다. 감정 촉수가 말랑말랑 해져있을때라 분위기 착 가라앉은 무드송들이 가슴을 후벼파던 시절. 그때 곧잘 꺼내 들었던 앨범이 Spyro Gyra의 Love & Other Obsessions앨범이다. CD걸어놓고 있으면 언제 다음 노래로 넘어가는지 의식할 수 없이 스무스하게 쭉 흘러가는 곡들. 지금이야 조금 소원해졌지만, 추운날 집에 쳐박혀 커피한잔 들고 널부러져 있을때 들으면 참 좋은 음악이다.

이 앨범을 만나게 된 계기는 좀 특별하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이 앨범을 사게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있다는게 정확하겠다. Spyro Gyra란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건 이들의 히트앨범 Morning Dance에 수록된 Catching the Sun때문이었다. 라디오를 끼고 살던 시절, 좋은 노래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때마다 하던 일 올스톱하고 종이랑 펜을 준비해놓고 디제이의 침소리까지 받아적겠노라고 잔뜩 기다리곤 했었지. 물론 요즘에야 인터넷으로 전일자 선곡리스트를 찾아보면 그만이겠지만, 그때는 놓치면 끝장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음을 흥얼거려놓고 "혹시, 아세요?" 하고 물어볼 수 있는 지식인도 없을때였으니 말이다.

다행이 비교적 노래설명을 정확히 해주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라, Catching the Sun은 별 어려움없이 받아적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김기덕은 최악이었다) 그룹 이름은 스파이로 자이라 (원래는 해조류의 이름인 spirogyra를 즉흥적으로 공연당일 클럽주인에게 말했는데, 철자를 Spyro Gyra로 잘못 쓰는 바람에 이 그룹의 이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전설이...) 노래는 2부 첫곡쯤으로 7시경에 나왔는데, 퇴근길 노을지는 하늘을 차안이라면 더없이 좋을거라는 멘트가 이어졌다. 참 낭만적이다 싶었다.

노래를 듣고 며칠 뒤 음반점으로 갔다. 종로의 타워레코드. 자주 가던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종로 타워레코드 재즈음반 코너는 4층에 있었다. 타워레코드는 그 층마다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따로 있었다. 알바의 음악적 선호도에 따라 인원배치를 했는지, 아니면 무작위 혹은 선착순 배치였는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개인적인 취향과 해당 음악 장르에 대한 깊이도 어느정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Catching the Sun이 수록되어있는 음반은 저가 Stop시리즈로 나와있었다. 고민없이 앨범을 손에 쥐고 카운터로 갔더니 난데없이 알바분께서 "스파이로 자이라 좋아하세요?" 하고 물었다. 내가 여자도 아닌데, 어디서 작업질이지? (더없이 황당해하면서) 시큰둥하게 '네'하고 대답했다. 근데 다짜고짜 하는 말이 "그럼 이 음반은 사지 마세요" 란다. 무척이나 공격적으로 "왜요?"라고 반문했더니 "저도 스파이로 자이라 좋아하는데, 이 음반은 음질이 엉망이라서 후회하실거에요" 라고 하더라. 막귀를 자랑하던 난 "그냥 살게요" 했는데, 한술 더떠 그들의 다른 음반을 사라고 하면서 시디진열대에서 하나를 골라주었다. 나도 흘끔 본 시디였다. Spyro Gyra의 Love and other Obsession. 수입반이라 만팔천원을 호가하는 음반. '이런 얄팍한 상술을...'하면서 뚫어져라 보고있는데 알바분이 "조금 비싸죠? 이렇게 음질좋은 음반은 싸게 나와야 하는데..." 하는 푸념을 했다. 누구 놀리나...그런데 "이런건 꼭 들어보셔야돼요" 하더니 시디를 들고 1층 카운터로 내려갔다. 뛰어 올라와 시디를 뜯어서 다시 내밀더니 "직원은 싸게 살 수 있어요. 이거 만이천원에 제가 샀어요." 빙그레 웃으면서 그 분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때 흐르던 감동. 좋아하는 음악을 권해주고, 들려주고 싶어했던 마음이 참 고마웠다. 학생시절 6천원이면 적지않은 돈이긴 했지만, 그 보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안그래도 그만인' 우연히 마주친 손님에게 시디를 내미는 그 마음이 참 고마운 거였다. 내가 이렇게 노래를 소개하는 글을 적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 선물 받은 기분으로 그 비싼 수입음반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 그게 98년도 여름이었다. 그해 늦여름 강원도 여행을 하면서 이 앨범도 함께 챙겨갔다. 어디쯤이었더라. 정선의 남면 별어곡쯤, 늦은 저녁 버스 안에서 이 음반을 들었을때가 기억난다. 첫곡 Lost and Found가 흐를때, 산속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 풍경은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다시 시디를 꺼내 리핑을 하면서 네 곡을 골라봤다. 첫곡 Lost And Found. 그리고 이들의 아프로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Serengeti. 진정한 컨템포러리 재즈의 달콤함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는 Horizon's Edge. 싱글 커트되었다면 빌보드 싱글차트에 꽤 높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은 멋진 듀엣곡 Let's Say Goodbye. 이들 음악은 노을지는 저녁무렵,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은 비싼 식당에서 와인 한잔 기울일때 듣는다면 더없이 좋을 거다. 물론 이 음악이 깔리는 식당이라면 더 좋겠지. 매니저에게 미리 얘기해서 시디 틀어달라고 하는 센스. 올해가 가기 전에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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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불님의 글을 읽다가 좋은 정보가 있어서 올려본다. 오프라윈프리 쇼에서 내일까지, 아니면 오늘까지 크리스마스 캐롤 8곡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한다. 링크는 http://www.oprah.com/article/oprahshow/20081118_tows_holiday/3 이곳. 송리스트를 보니 익숙한 곡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곡들로 채워져있다. 8곡이지만, 캐롤느낌 충만하다 싶다.


1) Faith Hill - Joy to the world
2) Tony Bennett - I'll be home for Christmas
3) Il Divo - O Holy Night
4) Josh Groban - It came upon a midnight clear
5) Brian McKnight - 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
6) Amy Grant - O Come All Ye Faithful
7) Harry Connick Jr -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
8) Aretha Franklin - Silent Night


크리스마스 시슨송 울려펴지는거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들어보니 맘이 차분해진다. 뭐랄까. 현실은 힘들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에요. 라고 말해주는 느낌. 얼마전 롤링스톤이 선정한 100명의 역대 최고의 가수(Singer)중에 당당히 1위로 선정된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곡이 가장 맘에 든다. 내공의 힘. 그 리스트에 코멘트를 담당한 메리 J. 블라이즈(Mary J. Blige)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여자가 노래하고 싶은 이유"라고 했던것 같은데. (She is the reason why women want to sing.) 맞는 말이다. 토니 베네의 곡도 좋다. 사실, 분위기만 아니라면 더 감격했을지도 모르겠다. :)

윈프리쇼의 해당 글 제목이 Have a Thrifty Holiday인게 눈에 띈다. 미국 경제가 쑥대밭이 되고 있고, 아직도 끝을 모르는 쑥대밭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이라 검소한 크리스마스 보내자는 얘기가 당연하기도 할텐데. 막상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그들이 겪고있을 물적, 심적 고통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한편으로 시의적절하게 이런 기가막힌 컨텐츠를 제공하는 윈프리쇼가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앨범레이블과 커버까지 올려두는 센스란. 조금, 숨돌릴 여유.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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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을 듣고서, 본능적으로 알라딘에서 벤 하퍼라는 이름을 검색창에 두드렸다. 그 노래는 Diamonds in the Inside. 2003년 발매된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그 곡은 '구성진' 슬라이딩 기타가 귓가에 윙윙거리는 인상적인 곡이다. 라이센스음반은 품절이고, 남아있는건 수입반 뿐이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라이센스 발매를 안하는 것이고, 결국 수입반이 아니면 열심히 검색해서 듣는 수 밖에 없으니. 갖고 싶은 앨범 앞에서 이럴땐 그저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다.

위키에서 이 앨범을 두드리면 다섯가지의 장르가 뜬다. Alternative Rock, Reggae, Blues-Rock, Folk Rock, Pop Rock. 그의 베스트앨범인 The Best So Far를 들어보면 이런 장르규정에 고개 끄덕이게 된다. 밥 말리의 잔상을 느껴볼 수 있는 곡도 있고, 또 레니 크레비츠라고 해도 별 손색없는 느낌의 곡도 있다. 끈적한 블루지한 곡들도 맘에 들지만, 퍼커션이 도드라진 리듬감 충만한 곡들이 훨씬 귀에 들어온다. 특히나 Burn One Down같은 곡에서 리듬을 이끌어가는 퍼커션의 시원한 청량감은 참 매력적이다. 리듬은 살아있지만, 그 안에 여백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리고 Glory And Consequence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드럼과 어쿠스틱 기타의 합주를 눈여겨 들어보면 이 아저씨가 가진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대번에 알게된다.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영혼을 울린다'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음악적 구성에 묻히지 않고, 할말을 담아놓았다고 할까. 그래서 두명의 밥(밥 말리와 밥 딜런) 영향을 지울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장르가 융합된, 음악적으로는 풍성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 다채로움이 자칫 줄수 있는 혼란스러움과 이질감이 없어 좋다. 특히나 어쿠스틱의 느낌이 절절히 배어나오는 곡들이라 산뜻하다. 또 한명의 기억해야할 아티스트. 이 분의 음악은 찬바람 부는 겨울도 나쁘지 않지만, 내년 여름 배낭매고 휴가가는 시절에 꼭 꺼내들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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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발매된 트레이시 채프먼의 새앨범 Our Bright Future. 첫 트랙인 Sing for You를 들으면서 찾아드는 옅은 희망의 냄새. 나긋하게 읖조리는 너와 나와의 관계에 대한 긍정의 기억이 눈길을 끈다. "Simple tune that you can hum along too, I remember there was a time When I used to sing for you"  당신이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단순한 선율. 당신을 위해 노래 부르던 그때를 기억한다는 트레이시 채프먼의 목소리. Forget the chorus, you’re the bridge The words and music to everyday I’ve lived" 코러스는 잊어라.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 당신은 노랫말과 음악 사이의 다리였으니.  팍팍한 시절에 새음반을 내는 그녀가 어디선가 그녀 목소리를 듣는 우리에게 해주는 짧은 위안인 것만 같아서 뭉클해진다.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Our Bright Future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Led on led on To take the path Where our bright future Is in our past" 밝은 미래는 과거에 있으니 그 길을 택하라고 이끌려왔던 우리들. 순수하고 무결하게 태어났으나 영광의 꿈, 그 허망한 역사에 서기 위해 피흘려야했던 우리들. 이제 그 길을 치워버리라고, 그렇게 이끌어가라고. 우리의 밝은 미래가 나아갈 수 있도록. "Lead on Lead on. Clear the path. So our bright future May come to pass" 거친 혁명을 말하는 것은 아닐거다. 그 냄새를 맡기에는 그녀 목소리는 너무 잔잔하다. 어쩌면 조용한 변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 느슨한 연대에 더 가까울 거다. 힘 잔뜩 들어간 호소가 아니라서 더 와닿는다.

요즘 같은 시절, 음악을 듣는다는 건. 특히나 그녀의 조용히 튕기는 기타와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는건, 깊은 위안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Our Bright Future라는 앨범 타이틀조차 고맙고, 기쁘다. 그녀가 부여잡고 놓치지 않고 있는 희망과 휴머니즘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올해 11월에 나온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그 감정은 다른 어느때보다 각별한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비오는 날 듣기 좋은 커피샵 음악이라고, 여전히 포근하고, 멜로딕한 포크라고 말한다. 사랑스럽고, 편안한 음악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 속에서 느껴지는 비판의 결,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는 생생하다. 세월이 얹혀있는 무거운 목소리. 그리고 느껴지는 깊은 여운. 주변의 삶에 대해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차분함은 내려놓을 수 없다. 듣고나면 맘 한구석 단단한 뭔가가 만져진다. 세찬 겨울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단단한 땅바닥에 한발 내딛는 것이 힘겨운 많은 사람들. 금방 잦아들 희망의 목소리라도 부여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조해서 따뜻한' 그녀의 밝은 미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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