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에 해당되는 글 75건

  1.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2 2006.10.14
  2. 쌈싸페...후기...(2) 2006.10.02
  3. 쌈싸페...후기...(1) 2006.10.02
  4. 내면의 울림, 수잔 베가 4 2006.05.24
  5. 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6.05.22

토요일 아침, 치열한 한주를 살아내고 내 스스로에게 '쉼'을 주는 시간...
컴퓨터에 노래를 켜고, 볼륨도 높이고 몇자 끄적여 본다...

아침일찍 일어나 저녁에 퇴근을 하고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퇴근을 하고
다시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퇴근을 하며
그렇게 한주를 보내고 나면
마음은 텅비어 버리고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건지 서글픈 마음만 가득찰 때가 있다...

그래도 사람이라는게 망각의 존재라서인지,
치열한 한주중에 떠올리는 고민은 주말의 달콤함에 스스르 지워져 버리고 만다...
그렇게 다들 하루하루 살아내는 거겠지...

그런 나에게 노래선물을 주고 싶다...김수철의 지친어깨...
산처럼 엎드린 나의 절망을
그래서 지쳐버린 나의 어깨를
흐르는 시간이 툭툭 두드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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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싸페...후기...(2)

from 음악창고 2006. 10. 2. 14:17



간단 공연 리뷰...

1. 뷰렛 : 잔디밭에서 누워있는데, 이상한 엘프복장으로 뛰어다니는 여자...그 여자가 보컬인 그룹...목소리는 다소 Bjork틱한 쇠소리지만 목소리를 파워풀했고, 격정적으로 클라이막스때 불러제끼는 하모니카는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곧 발매되는 정규앨범이 기대되는 그룹이었다...

2. 슈가도넛 :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순간에 발랄함으로 무대를 달궈준 밴드...

3. 바닐라유니티 : 말랑말랑한 '니가좋아'라는 곡으로 일군의 여성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밴드...

4. 트랜스픽션 : 누나가 산 1집으로 나에게 익숙한 그룹...역시 '내게돌아와'의 흥얼거림은 인상적이었다...

5. 이상은 : 마지막곡이 '언젠가는'이었다는 것은 언더락씬에서 그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착잡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언젠가는'이 그녀가 그토록 지우고 싶었던 '담다디'만큼 굴레가 되어버린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석양이 질 무렵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는 던 그녀의 절창을 듣는 것은 큰 행복이었다...그녀의 전성기 감성이 뿜어내는 가사의 '아우라'는 명곡의 필요충분조건이다...

6. 이지형 : 이 친구는 언니네이발관의 세션으로 등장하면서 알게됐는데,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친구가 워낙 희소하다보니 홀로 서있는것이 불안해보이기는 했다...그렇지만 지나친 자신감부족이 음악까지 힘빠지게 하는 것은 안타까웠다...'라디오시티'인가 그 곡은 꽤 좋은 느낌이었다...

7. 윤도현밴드 : 관록이 무엇인지를 물씬 느끼게 하는 그들...'확성기'를 이용한 윤도현의 '재치'는 감탄해마지 않는다...대학교 축제때 그 혼자와서 MR테잎을 반주로 '이 땅에 살기 위하여'를 불렀을때의 감동...이제는 大그룹이 되었지만 감동은 여전했다...그 격렬한 관객들을 휘어잡는 모습이 '마에스트로' 그 자체였다...이때 무대중간에서 같이 뛰다가 죽을뻔했다...

8. 노브레인 : 메인스테이지였던가...파워풀하고 가볍고, 경쾌한 이들은 어쩌면 현재의 한국적 '펑크록'의 자존심인지도 모른다...정말, 행복하게 뛰어다니며 함께 취했다...

9. 피아 & 넬 : 인지도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사람들은 많이들 좋아하더라...넬의 감수성을 좋아하지만, 이날의 내 마음은 딴데로 가있었다보다...돌아오는 길에 pmp로 들었던 '고양이' '어짜피 그런것' 'Stay'가 공연장보다 훨씬 귀에 감겼다...

10. 하찌와TJ & 심수봉 : 기획의 승리...한국인의 저변에 흐르는 '뽕끼'를 날카롭게 잡아낸 공연기획자의 '재치'에 박수를 보낸다...심수봉이 그 자리에 어울릴줄을 그 누가 알았겠는가...출연섭외를 흔쾌히 받아들인 그녀의 용기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사랑밖에 난몰라'를 효진이와 따라부르며 뒷자리 여자들이 수군대는 '어떻해, 좋아 죽겠어...'를 웃으며 듣고 있었다...그랬다, 정말 좋았다...

11. 현진영 & 스키조 : '흐린 기억속에 그대'가 나올것을 예상했었다...그 노래가 나오면 예전 기억 더듬어 남방을 후드티처럼 올리고 '히립~'을 외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렇지만 효진이가 한수 위였다...'방방' 뛰는 그녀의 모습은 사춘기 소녀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정말 추억이란, 다시 꺼내봐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었다...현진영, 에게는 서글픈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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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싸페...후기...(1)

from 음악창고 2006. 10. 2. 14:11

2003년 이대공연부터 올해까지 세번째 가는 쌈싸페...작년은 공사다망하여 불참하였고, 올해는 2년만에 가는거였는데...4시부터 11시까지 장장 7시간에 걸쳐 신나게 놀아본 결과 내린 결론은,

나.이.를.먹.었.다.는 것.

연달아 슬램을 하며 달릴수는 없었고, 가끔은 정말 보고싶은 밴드가 공연을 해도...체력적인 부담으로 무대중앙으로 달려나갈 수 없었다...멀찍이 그냥 관조하며 몸을 흔들 수 밖에 없는 나의 체력적인 현실...

그래도 옆에서 나와 함께 소리지르며 몸 부딪치며 즐거워하는 효진이의 얼굴을 보니 간만에 행복했다...

사실 쌈싸페는 서로에게 인연이 있는 곳이긴 하다...처음 2003년에 이대공연을 만난지 2개월만에 가자고 졸라 함께 했는데...서로의 음악취향이 다르고, 사실 효진이의 음악적인 기호가 쌈싸페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워하기도 했었다...하지만 3년이 흐른 8번째 쌈싸페에서는 공연에 맞는 옷을 나에게 코디해줄정도가 되었다...^^; 이 부분은 그녀가 나에게 많이 맞춰주고 있는 것이겠지...

이번공연은 이전의 공연보다 훨씬 관람하기 좋았고, 무대 구성도 맘에 들었다...매표소에서 나눠주는 쌈지백 안에 들어있는 위와 같은 내용물도 행복하게 했다...예전처럼 오뎅은 아니지만 '질러'과자를 제공해준 샘표의 센스는 기대이상이었고, 립톤은 갈증해소에 그만이었다...멘토스와 유판씨라니...짜식들...귀여웠다...

무엇보다 좁은 대학교가 아니라 넓은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보니 잔디밭에 누워 공연을 들으며 즐길 수 있었다...물론 이전의 골수팬들에게는 쌈싸페의 점차 대중화되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을지 모르지만, 국내의 유일무이한 락페스티벌이라는 희소성을 극복하고 진정한 락축제의 場이 되기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젊지만, 더 젊은 그들과 몸 부대끼며, 기타리프에 몸 맡기고, 하늘을 향해 목청껏 노래를 따라부르는 해방감이 나를 달뜨게 했다...돌아와서 몸은 멍석말이로 두어시간 두들겨맞은 것처럼 녹초가 됐지만, 아직 쌈싸페에서 그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내 마음가짐이 대견스러웠다...벌써 내년의 축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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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베가 공식홈페이지


80년대 후반 어린나이로 겉멋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난 팝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86년 여름이 내 겉멋의 시작이었던 듯 하다. 그 당시 마이클 잭슨의 I just can't stop loving you가 한참 인기를 끌고 있었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휘트니 휴스턴의 Didn't we almost have it all 도 엄청난 파괴력으로 한국 라디오 방송을 강타하고 있었다. 사실 그당시 이문세(사랑이 지나가면)나 정수라(난 네가...)의 노래들도 내 감성을 자극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무렵 토요일마다 하던 김기덕의 금주의 순위 프로그램에서 난 전에는 듣지 못한 깔끔하고 상큼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투명하게 튕겨지는 기타의 떨림과 함께 담백하게 읍조리는 목소리...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마치 이야기 해주는 듯이...(My name is Luka는 명확히 알아들었다.) 전해지는 가사는 매력적이었다. 흑인음악의 끈적거림도 없고, 노래 전체에서 느껴지는 기교도 없었지만 무언가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였다. 난 노래가 끝나고 가수와 제목 적을 준비를 했다. 그 노래가 Suzanne Vega의 Luka였다.

그래미어워드에서 수잔베가


어림짐작이었을까... 첫마디의 가사를 듣고 노래의 경쾌함으로 미루어보아 난 어떤 여성이 화자인 예쁜 사랑노래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런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랑노래... 얼마나 좋을까? 다 들은 뒤에 한참을 흥얼거렸다. 하지만 왠걸... 그녀의 노래는 포크라는 장르로 규정지어졌고, 라디오의 설명으로는 사회성 짙은, 혹은 삶을 이야기하는 쉽지않은 노래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사랑노래인줄 알았던 그 노래가 Child abuse 아동학대를 묘사한 노래라니... 그 맑은 목소리가 그런 아픈 현실을 노래하다니...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런 노래도 있을 수 있구나. 현실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본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방식, 노래의 말하기를 처음 느낀 노래가 아닌가 한다.

어차피 라디오에서 한번 들린 노래, 난 앞뒤로 디제이의 시덥잖은 소리와 함께 녹음된 테잎으로 수잔베가의 목소리를 수차례 호출했다. 500원짜리 후진 공테잎을 사서 나만의 테잎을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던 때라 그녀의 노래도 그중 하나였다. 어리고, 그냥 마냥 듣던 그때, 앨범을 들어볼 생각은 하나도 못했다. 라디오에서도 그녀의 루카만 새어나왔을 뿐이었기 때문에 그녀와 나의 만남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얼마후였을까? 아마도 보이즈 투맨이라는 미국 그룹이 End of the Road라는 곡으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위성이라는 아카펠라 그룹이 활동을 할 때였던 듯 싶다. 아카펠라라는 생소한 어휘가 우리나라에 선풍을 일으키고 거기에 맞추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목소리만의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어느 방송이었던가... 아카펠라를 소개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노래를 틀어주었다. Tom's diner라는 어떤 여자의 여전히 귀에 감기는 목소리... 다닫 다다라고 반복되는 목소리, 너무나 심플하게 누구에게 얘기해주는 듯한 매력적인 노래... 그래 수잔베가였다. 무언가 한데 얻어맞은 듯한 묘한 충격으로 난 그녀의 음반을 사기로 결심했다. Luka보다 Tom's diner를 목마르게 듣고 싶어서...

고등학교 1학년때, 한참 LP판을 모으기 시작했던 그때, 난 동네 음반점에서 거금 5천원을 주고 그녀의 앨범을 샀다. 두손을 가지런히 턱에 괴고 웃는 표정도 아니고 우는 표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도 아닌 말그대로 묘한 표정으로 날 응시하던 그녀의 음반... Solitude Standing. 그 우울한 앨범 타이틀 처럼 그 이후 그녀의 음반은 허전한 내 밤시간을 채워주었다. 고독이 뭔지 모르고 단절, 홀로섬이란 단어를 몰랐던 그때 그녀의 음반에서 난 그 냄새를 맡았는지도 모른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자신이 딛고 사는 그 현실속에서 감성을 세우며 만들어낸 그 음반은 들을 때마다 마음을 비워버리곤 했다. 그 음반의 뒷면 역시 어둡다. 적적한 거리에서 홀로서서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앨범 자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노래의 재발견... 앨범에 들어있던 가사지를 펴놓고 난 Luka를 다시 들었다. 그 아이의 고통의 외침... 울때까지 맞을 수밖에 없는 혼란한 아이의 삶을 들었다. Only heat until you cry... 그부분에서 난 한참 슬펐던 걸로 기억한다. Gypsy, Solitude Standing, 그리고 Tom's diner등등... 포크라는 음악. 화려하지 않지만 하고싶은 말을 노래하고 싶은 음율로 뽑아내어 만든 포크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녀의 목소리, 그 담백함속에 강인한 현실인식을 갖춘 목소리였다. 나에게 포크는 그게 절반이었다. 얼마후 TV에서 본 공연실황 방송을 보고 난 그녀를 남몰래 내 안에 두었었던 것 같다.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큰 공연장에서 그녀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파아란 치마를 입고 다소 어울리지 않았지만 어울린(?) 일렉기타를 매고 Luka를 부르는 그녀의 당찬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

그 이후로 나의 음악적 관심이 포크에서 하드락으로 옮겨가고 구매하는 음반 자켓에서 점차 웃는 모습이 사라져 가면서 수잔베가도 점점 잊혀졌다. 아니 들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할까? 아무튼 그때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가슴을 흔드는 보컬이 날 가득 채웠고, 고독을 얘기하는 차분히 가라앉아 생각해보라는 그녀의 목소리는 LP케이스 안에서 잠자고 있었다. 입시공부를 할 때 나의 유일한 즐거움은 10시까지 계속되던 자율학습이 끝나는 하교길에 듣는 음악과 집에 돌아와 간단한 공부를 하고 잠을 청할 때 듣는 강한 음악들이었다. 갖혀있었기 때문에 난 터질 듯이 들리는, 파괴적인 음악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대학에 들어와 사람을 대하고 사람과 얘기하고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또 그런 행동들이 너무나 힘에겹다는 것을 알아갈 무렵 내가 집에 혼자 앉아 듣는 음악도 달라졌다. 상처라고 해야하나, 어느날 저녁 가슴이 너무 아픈 날 커피한잔을 타들고 내방에 들어앉아 난 들을 음악을 찾았다. 내 마음을 달래줄 목소리를 찾아 참 많은 선택을 한 듯 하다. 그리고서는 그녀의 음반을 꺼내들었다.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그 순간 여러번 뒤집어 들었다. 가슴을 지릿하게 파고드는 음악에 남몰래 감동하면서 그 음악들을 몸 깊이 껴안았다.

뉴요커로서 자신의 주변 얘기를 담백하게 얘기하는 그녀의 음악은 흡사 우디앨런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분위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체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면에서 둘의 공통점은 있다. 영화에서 우디앨런이 시나리오, 즉 이야기 자체로서 표현하듯이 그녀의 음악도 명징한 기타와 깊은 골을 가진 목소리로 자신이 하는 얘기를 한다. 그 둘이 얘기하는 것도 뉴욕의 삶, 그 공간에서 발딪고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에서 시작해 결국에는 현대 인간이 지니는 고독한 삶, 아픈 모습들을 얘기한다. 교도적인면 없이 이성이전의 느낌으로 말해준다.

최근에 난 그녀의 베스트 앨범을 샀다. 여전히 아름다운 앨범 자켓의 모습으로 내앞에 다시 나타난 그녀. 난 마음속으로 준비를 하고 그녀의 음악을 듣는다. 요즘에는 Caramel이라는 곡이 좋다. 너무나 좋다. Nine object of Desire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이제는 그녀가 보다 인간의 보편성을 노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녀가 얘기하는 욕망, 글쎄 잘은 모르지만 그녀가 얘기해주는 욕망은 어쩐지 투명하고 짙은 느낌이 난다. 불안정하고 튀어나갈 욕망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지니는 깊은 욕망, 숙명처럼 가지는 욕망... 그래서 지금 Caramel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난 내가 지니고 있는 해결되지 못할 욕망을 생각하고는 한다.

그녀는 오랜시간을 두고 만나야 비로소 같은 곳을 볼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닌가 한다. 다음에 그녀가 어떤 얘기를 나에게 들려줄지 사뭇 궁금하다.

20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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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NHK 방송을 보게 되었다...평소에는 그냥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와중에 지나치는 골목길 같은 채널이 그날따라 내 눈을 끌었던건...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 '꽃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이후 한시간 가량 방송된 그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놀랍게도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노래 한곡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다...반전곡으로서의 이 노래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이 노래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의 노래들이 겹쳐서 나왔고...한시간정도...수많은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피터 폴 앤 메리, 조니 리버, 조앤 바에즈, 킹스턴 트리오, 브라더스 포, 피트 시거...그리고 마리엔느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이렇게 읽는게 맞는지...-.-)의 노래들은...이미 아는 곡이었음에도 각기 다른 맛을 풍겨주고 있어서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탓에 완벽히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지만...짧은 영어실력으로 대강의 인터뷰와 화면등을 훑어볼 수 있었다...그렇게 흘려보았지만...프로그램의 짜임새나 집중력...구성등이 놀라울 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노래를 찾아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자료를 찾고...현재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인터뷰 하고...또 적절한 흥미를 유발하는 문제를 제시해가면서 재미있게 꾸려가는 다큐였다...




이 노래는 피트시거의 작품이라고 한다...방송에서는 그가 90에 가까운 나이에도 집회에 참석해서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는 아직도 원시적 냄새가 난다...(끝부분에서 이 노래의 가사가 '러시아'소설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잠깐 나왔는데...여기는 인터뷰도 러시아어여서 전혀 부정확함...-.-) 근데 재미있는건 그가 곡을 만들고 쓴 것은 Gone for soldiers everyone의 세번째 단락까지였다고 한다...나머지 두부분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덧붙여 졌다는 말도 했다...말하자면 구전가요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내가 생각할때 이 노래를 빛나는 반전곡...에서 더 나아가 동양적 사유를 보여주는 명곡으로 만든 것은 뒤의 두부분이라고 생각한다...(방송내용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잠깐 비췄던것 같다...) 유치하지만 도식화 해보면...flowers - young girls - husbands - soldiers - graveyards - flowers 이렇게 될수 있는데...결국 전쟁에서 숨진 젊은이들의 묘지는 다시 꽃으로 되돌아간다...세계의 아픔...전쟁의 비극등이 비극 그자체에 그치지 않고 다시 꽃으로 승화하는 그 순간...여기에서 순환...혹은 연기의 사유관을 볼수있지 않을까? 이것은 60년대 반전운동...히피들이 도가 사상이나 인도사상 같은 동양적 사유에 심취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듯 하다...비틀즈의 렛잇비가 無爲의 사상을 보여주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리라...

곡 한곡으로 한시간 프로그램을 만드는 구성도 대단했지만...이 한곡에서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점들이 그리도 많다는 것...60년대 반전운동에서 이 노래가 차지한 부분이 그리도 많다는 것을 알고나니 이 노래가 다르게 들렸다...단지 이 노래가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미국'적 상황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닐수도 있겠지만 곱씹어보면 보편적인 인류애, 자연애를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나 좋은 프로그램을 너무도 우연히 보게되어서 참 기뻤다...또 하나 기뻤던 점은 마리엔느 디트리히라는 여배우의 목소리였다...전혀 모르던 그녀...그녀의 입에서 나오던 또하나의 독일어판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Sag Mir Wo Die Blumen Sind'는 색다른 매력을 주었다...(이 노래는 다음 글에 붙여놓겠습니다...) 강한 독일어에서 나오는 노래는 샹송이나 팝에서 느끼지 못하는 맛을 주었다고 할까?

내가 포크송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와같은...소박함에 감추어진 단단함...강인한 삶이 숨겨져 있는 까닭인듯 하다...내지르고 터뜨리고 저항하는 락의 강렬함은 느낄 수 없지만...그 안의 가사에는 분명 더 진한 감동과 힘이 담겨져 있다...그래서인지 그 힘은 참 오래 가슴에 남는다...

2001.2.23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Pete See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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