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클럽빵 공연에 들어찬 사람들을 예상해서 보자마자 예매버튼을 눌렀다. 날짜가 6/10항쟁 기념일이라 조금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뭔가 즐거운 일들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에 공연을 가기로 했다. 뭐든 웃을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잊어선 안되는 기억을 제외하고 조금 덜어내도 괜찮은 기억은 덜어낼 필요도 있는 것 같고. 

공연 포스터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음이. 역시 제목센스가 심상치 않다. 제목을 보자마자 '새악-기'에 누구의 이름을 넣고 (훨씬 강한 엑센트로) 발음했는지는 짐작할터. 상큼한 포스터를 보고 이런 지저분한 생각을 하다니...역시 가카의 은덕은 끝을 알수가 없다. 

빵에 가본사람은 알겠지만 150명정도 입장가능하다고 하는데, 바글바글한 상태에서 보게되겠지. 어쿠스틱 공연이고, 악기도 새로 샀다고 한다. 어떤 느낌일지 자못 궁금하다.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할 사람들과 같이 소소한 공연을 즐기고 싶다. 예매는 이곳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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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VS 펜타포트

from 음악창고 2009. 5. 12. 10:41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야 워낙 유명한 우리나라의 대표락페스티벌이니 설명이 필요없을듯 하고, 지산락페스티벌은 펜타포트를 주최하던 엘로우나인이라는 회사가 떨어져나와서 따로 차린 페스티벌이란다. 문제는 이 두개의 메이저 락페스티벌의 날짜가 정확히 겹친다는 사실. 왜그럴 수 밖에 없는지 저간의 사정도 있는 모양이지만, 서로 라인업을 뺏고 빼앗기는것만 아니라면 더 많은 좋은 팀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어서 좋을 듯. 근데, 이런 사태를 안타까워하는 이의 아고라청원도 있다. 

두개의 락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리지 않았다면 한 무대에서 모두 볼 수도 있었을 팬들로서는 심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줄 모양새이다. 일단 1차 라인업으로만 봤을때는 지산락페스티벌에 무게감이 실린다. 펜타포트페스티벌의 라인업이 초라하다는게 아니라 무게감 있는 물건너온 고수들이 더 많이 포진해있어 관심이 간다는 얘기. 아직 1차 라인업이라 성급한 판단이긴 하겠지만, 사실 펜타포트의 라인업이라면 여타 가을에 열릴 락페스티벌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라인업이므로. (그래서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님)

펜타포트에서는 Deftones가 보이지만 헤비한 그들의 음악이 딱히 내 취향은 아닌 반면에, 지산의 라인업에는 '무려!!'  Weezer와 Fall Out Boy, 그리고 Patti Smith 누님이 보인다. 게다가, 풍문이긴 하지만 Oasis도 지산쪽으로 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건 더 풍문인데 Franz Ferdinand도 지산쪽에 등장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다면 고민 끝이다.) 이로써, 당연히 간다면 발길은 지산을 향해있을 듯. 물론 당연히 최종 발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름 날씨만 도와준다면, 금요일 휴가와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안도와줘도 갈까?)

근데, 지산의 라인업에서 '요조'의 이름은 반갑지 않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 소심하게 줄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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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의 1집.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앨범. 저저번주인가 클럽 빵에 갔을때 운좋게도 흐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퇴근후 홍대를 터벅터벅 걸어 찾아간 금요일의 빵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씨티엠이라는 그룹의 보컬분이 "왜 이렇게 좋은 봄날 금요일 저녁에 이렇게 어두운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시는지..."라고 말할정도로. 게다가 양복을 입고 피곤한 얼굴로 앉아있는 나는 뭐랄까 참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그들이 나를 볼때 '묘하게' 보진 않을까 싶어서. 평일, 퇴근후 클럽 공연은 좀 쓸쓸했다.

그래도 흐른의 노래를 듣는건 묘한 자기위안이 되었다. '산책'은 그 어두운 지하 공연장에서 들어도 어스름한 퇴근길 가벼운 마음을 돌려주었고, '다가와'는 여전히 수줍은 자기고백이었으며, 이유는 없기도 하겠지만, 있기도 하다며 조곤거리는 '그렇습니까'는 애절하고도 애절한 그리움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리쿠폰으로 얻은 맥주한병을 마시며 채 2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숨소리를 느끼며 듣는 노래는 그렇게 생생했다. 시디만으로 호출했던 음악이 조용히 펼쳐지는 기분. 

클럽을 나와 허기가 느껴져 두꺼운 소시지버거를 입에 물고 신촌을 걸었다. '산책'이란 곡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시선을 조금 위로 던지고 걸으면 복잡스런 신촌도 어디 깨끗한 산길 같았으니. 고마운 것들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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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노란꼬리연

from 음악창고 2009. 4. 10. 15:11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었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가는 밤에 우린 부끄러웠을라나 
그런 밤엔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할지 
네게 물어도 될 것 같았다 

 

도착하고 있거나 잠시 후에 발차하는 
기차에 같이 있고 싶었다 
내 퇴근은 날마다 멀고 살이 아파 
노랑꼬리 연이 필요했던 것이고 
어디에 있든 너를 지나칠 수 없는 기차로 갔던 것 같다 
너의 말 한마디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댓살이 내가슴에도생겼다 
꼬리를 자르면서라도 사랑은 네게 가야 했으니까 
그것은 막막한 입맞춤 위를 기어오르는 별이었던 것 같다 
내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운명은 
오래오래 기억하다 해발 가장 높은 추전역 같은 데 내려주어야 한다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안 좋은 시절 
바람 속으로 또다시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  

네게로 가는 별, 댓살 하나에 온몸 의지한 
노랑꼬리 연 하나 바람 위로 떠오른다 


황학주, 노랑꼬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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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포근해지지 않는 바람부는 날씨탓에 감기에 걸렸다. 물을 마셔도 개운해지지 않는 부은 목. 침을 삼켜도 먹기싫은 음식이 목에 걸린 것처럼 불편하다. 요 며칠 맑은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꺼내든 장필순 앨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 톡 건드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떨림이 느껴진다. 노래를 들으며 그녀 이름을 한 단어씩 또박또박 발음하면 마지막 음절이 그녀 목소리를 닮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나를 곱게 씻어주는 가사들. 맑고 깨끗하다.

그녀 필체를 본 적이 있다. 테잎이 다 늘어질 정도로 들었던 어떤날 2집. 결국에는 다시 산 킹레코드반 시디에는 어떤날의 음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글씨가 놓여있었다. 참 착하게 만든 시디. 아름다운 어떤날의 노래 가사들이 예쁜 손글씨로 적혀있었다. 속지 끝에서였나, 그 글씨들이 장필순이 쓴거라는 걸 알고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녀 글씨는 신기하게도 그녀 목소리를 닮아있었다. 그래서 그 시디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글씨.


5집을 시작하면 나오는 첫곡 '첫사랑'의 감성은 이 앨범을 듣는 내내 잔향처럼 음을 감싸고 돌아 나간다. 시간이 빨리가는 그 시절 그 사랑. 들으면서 아주 짫은 기억이었다 해도 눈감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걸로 되지않나. 첫사랑의 떨림을 조동익의 베이스가 따스하게 감싸고 있어 참 포근하다.

5번째곡 '풍선'을 들어본다.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그녀 목소리가 그려놓는 원색. 눈감고 듣는다. 허스키하게 저며놓은 목소리. 두둥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풍선. 풍선을 불어보자. 아무에게도 보일수 없었던 눈물, 추억도 날려보자는 목소리. 알싸한 뒷맛. 약간 거칠고 솔직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험한 여행길, 지팡이가 부러지는 순간엔 그냥 앉아서 풍선을 불어보자는 그녀 목소리. 이 노래가 쉼이 된다.


풍선 (조동익 작사작곡)

풍선을 불어보자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아무에게도 얘기 못했던 슬픔 그 슬픔도 함께
풍선을 날려보자 외로운 하늘 가득히
한번도 고백하지 못했던 사랑 그 사랑도 함께
밑빠진 물독에 땀 흘려 물을 채우던 그 허무한 날들 생각하지 말아요
험한 이 여행길 하나 뿐인 그대 지팡이가 부러졌을 땐 그냥 거기에 앉아
풍선을 불어보자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었던 눈물 그 눈물도 함께 라라라
풍선을 날려보자 외로운 하늘 가득히
그대의 아름다웠던 추억 그 추억도 함께 라라라



12곡을 차분히 듣는다. 그저 노래 잘부르는 여가수가 아니라, 여성 포크록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을 자리매김하게 한 5집. 이 앨범은 그저 노래 잘 부르는 가수에 머물지않고 그녀 자신을 다시 획득하게 한 앨범이다. 그래서인지 보다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었을거다.

주말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날이 풀리면 봄날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가버리겠지. 봄, 가을날 같은 좋은 것들은 언제나 휙휙 지나가지 않았던가. 계절, 추억, 사랑. 돌아서던 모든 것은 아프고 짠하다. 그 뒷풍경을 차분히 그려놓는 그녀 목소리는 그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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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후, Kari

from 음악창고 2009. 3. 26. 18:26




비가 그쳤다. 한 세 시 무렵부터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해질녘 지금은 꼭 아침같은 깨끗함이 느껴진다.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잠깐 머리를 식히려 음악을 고른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이런 짧은 여유가 참 고맙다. 당연히 날 달래줄 음악 하나 골라야 하지 않을까. 한쪽 이어폰을 귀에 꼽은 채로 비 갠 후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 뭘까 고민하다가 얼 클루를 떠올렸다. 무조건 맑고, 깨끗한 곡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찾은게 얼 클루였고, 기왕 얼 클루라면 밥 제임스와 함께한 곡이 좋겠지.




밥 제임스(Bob James)의 음악을 얼 클루(Earl Klugh)를 통해서 알게됐는지 아님 얼 클루의 음악을 밥 제임스를 통해서 알게됐는지. 그것도 아니면 밥 제임스 & 얼 클루를 통해서 둘다 알게 됐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그들의 협연작을 통해서 알게됐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92년작 Cool이 아닐까 싶다) 여튼, 분명한 건 참 예쁜 음악을 만들었다는거. 특히나 퉁퉁 튕기는 기타소리는 들으면 마음마저 맑게 만든다. 가벼운 터치로 뒤를 밀어주고 있는 밥 제임스의 건반은 기타와 타이밍을 달리하면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조지 벤슨과 함께한 Collaboration 앨범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예전에 선물용 컴필레이션 시디를 만들면 한곡 꼭 들어갔던 앨범이다), 그래도 얼 클루와 가장 멋진 궁합을 보여줬던 연주자는 밥 제임스라는데 이견은 없을듯 하다. 오늘 뽑아든 Kari가 수록된 'One On One' 앨범도 그렇고, 나를 그들로 인도해준 92년도 'Cool' 앨범도 그렇고. 한때는 이런 선율이 좋아서 쳇 앳킨스부터 듣곤 했었는데 요즘은 소원했던 것 같다. (아마도. 기분 탓이겠죠.)

봄이다. 비 갠 후, 추레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던 것들이 쓸려나간 빈 자취는 언제나 설레게 한다. 기타와 건반의 멋진 앙상블을 귀로 들으며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할거다.


덧) 노래 오랜만에 올리는데, 저작권 심사중이라는 메시지가 은근 두근거리게 만든다. 제발...이런 맘이 되는군. 안 걸리는 곡을 올려야 하는데, 차라리 김서방 찾는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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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빵 카페를 갔다가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소식을 들었다. (반가워, 낮은 비명이 나왔다.) 공연 제목은 "잔인한 4월 늦은 9시". 최근에 홈페이지도 다시 열고, 게시판을 통해 새노래도 발표했단다. 오늘에서야 알아버렸다니, 좀 놀랐다.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곡목은 '잔인한 4월'. 4월1일 공연과 시기적으로 잘 맞는 곡인 셈이다. 센스가 있는 친구들이다.

싱글 발매 기념공연 소식이 무척 반갑다. 기다렸던 만큼이나. 가고 싶은 맘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맥주잔 기울이며 오는 4월을 함께 하고 싶은 맘. 수요일 9시부터 공연이라 물리적인 제약은 없는데, 아마도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활동을 고대했던 사람들이 많으니 찾는 이도 많을 테지. 늦은 시간에 발길 돌리는 것보다, 그저 공연후기 읽어보며 입맛만 다셔야 할듯.

싱글에 실릴 곡보다 1집 앨범 곡들이 너무도 듣고 싶다. 특히나 유자차. 또 기회가 있겠지. 있을거다.






잔인한 사월

거짓말같던 사월의 첫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데
왠지 나만 여기 혼자 남아
가야할 곳을 모르고 있네

떠들썩하던 새로운 계절
그 기분이 가실 때 쯤 깨달을 수 있었지
약속된 시간이 끝난 뒤엔
누구도 갈 곳을 알려주지 않는걸

나 뭔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의 지금은
깊어만 가는 잔인한 계절

봄이 오면 꽃들이 피어나듯
가슴 설레기엔 나이를 먹은
아이들에겐 갈 곳이 없어

봄빛은 푸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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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근하자마다 (10시이전, 당일배송의 압박) 알라딘에서 책 몇권과 노려뒀던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을 주문했다. 커버가 어두워서 살짝 놀랐고, 처음 듣는 곡들도 다 익숙해서 놀랐다. 간략 감상은 기대만큼 만족스럽다. 귀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쉽게 다가온다. 군데군데 박혀있는 공연이나 싱글앨범에서 들었던 곡들 만큼이나 나머지 새노래들도 만족스러웠다.

저 꽃 박혀있는 지점은 붕가붕가 레코드란다.



촌평을 하자면, 이제까지 보여줬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어떤 것'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 '어떤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 이게 뭔소리일까. 여튼 퇴근하면서 앨범을 주욱 듣다가. 가사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흥겨운 리듬에 어깨도 들썩이다가 그러면서 왔다. 작년 공연 생각도 많이 났다. 자꾸만 미미시스터즈의 액숀이 떠올라서 죽을뻔... 가사와 리듬의 결합, 그리고 빵빵 터지는 코러스들이 맛깔스럽더라. "오늘도 무사히" 같은 곡의 멜랑꼴리도 좋았다.

그런데. 그런데. 마지막 곡. 별일없이 산다를 듣다가 그만 지릿했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그렇단다. 와. 장기하의 방방뜨는 목소리도 또 얼마나 방긋한지. '별일없이 산다~'하고 내지르는 부분들 들어보라. 공연때 보이는 그 얼굴을 상상해 본다면 더더욱. 그런데. 이상한거다. 정말 좋고 행복하고, 별다른 고민없어서 노래하는 걸까. 장기하가 요즘 행복해 죽을것 같아서 이런 곡을 마지막에 넣어뒀던 걸까. 정말.

근데, 왠지 나에겐 사는게 정말 좋아서 좋다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너무 힘들어 죽겠고, 삶은 시궁창 같은데, 이 악물고 너스레 떠는 느낌이 드는거다. "까삐까삐 룸룸" 주문같은. 쓴소주 내리붓고 돌아오는 길에 이유없이 내지르고 싶은 허풍같은거. 아무 생각없이 정말 사는게 즐겁다고 내지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퇴근길 버스에서 듣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나면서, 흥겨운 리듬이 흥겹지 않은거다. 애처로운거다. 장기하 말대로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해주마"했던 것처럼.

정말 그런거다. 요즘 세상. "별일없다~". 이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은거다. 이 노래에서 산울림 혹은 김창완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졌다. 이상한 건 멜로디는 '개구쟁이'인데, 가사의 느낌은 '청춘'이었던 거다. 참 이상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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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1집 앨범을 처음 들었을때 마지막곡 '유자차'가 참 좋았다. 이 곡을 처음 듣는걸까? 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익숙했던 그 노래. 1집이 나오자 마자 글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않았다. 2008년 최고의 앨범이라 격찬하는 이들의 앨범. 수도없이 들었지만, 그냥 그걸로 좋았다. 1집 발표를 끝으로 무기한 활동중단. 그들의 홈페이지에 덩그러니 놓여져있던 그림 한장에 가슴이 탁 막힐 정도로 아쉬웠다. 아름다웠지만, 그래서 더 아쉬웠던 1집의 마지막 곡이어서 그랬을까. 다들 '보편적인 노래'에 격찬을 보낼때 '그곡도 참 좋지만...'이러면서 유자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왜 더 좋아라고 물었다면, 난 대답하지 못했을거다. 바닥에 남은 껍질을 휘휘저어, 유자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던 그 노래. 뒤에 남겨진 많은 말들. 그 말줄임이 좋았다. 

오늘 그들의 메이킹 필름을 본다. 노래 만들면서 참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 그랬으면 됐다. 나도 아쉬워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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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공연 예매를 했다. 작년말에 오지은의 공연을 놓쳐버려 너무 아쉬웠던 터라 민트페이퍼에 회원등록을 하고 메일링 등록을 해두었는데 공연 메일이 왔다. 라인업을 보고 예매를 결정. 일요일 저녁이라는게 조금 부담스러워 고민을 좀 했는데, 월요일 출근을 대비 조용히 '관람'을 하고 조신하게 집으로 오는 방향으로 해야지 싶다. 될까 과연? 작년 가을이후로 쌩음악에 너무 소원해서 열기가 필요했다. 봄기운이 완연할 춘삼월. 살랑살랑 마음가짐으로.

가장 기대되는 공연은 디어클라우드. 최근 Grey앨범이 나의 올타임리퀘스트인 탓에 숨소리까지 들어주리라 벼르고 있다. '늦은 혼잣말'은 해줄 것 같은데 1집의 '얼음요새'. 안해주면 서운할것 같다. 그리고 검정치마. 작년말 발표한 앨범이 워낙 극찬을 받고 있어서 호기심에 들어봤는데, 글쎄 나에겐 아직...공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도 꼭 보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도토리'를 연주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아니면 '고기반찬'이라도. :) 그 처절함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보드카레인은 '100 퍼센트'만 해줘도 만족하겠지만, 1집의 '나의 사춘기'도 해준다면 감사. 굽신굽신. 피터팬컴플렉스는 최근의 신해철 사태가 아니라면 멋지게 리메이크한 '안녕'을 해줬으면 했겠지만, 그거 빼고 다른거 아무거나 해줬으면...

아이팟 플레이리스트 하나를 만들었다. 민트페스타 vol.19. 당연히 출연 밴드들의 곡으로 꽉 채운 리스트. 공연때까지 틈틈히 들어주고 열심히 연습하여, 떼창을 해주리라. 역시 공연은 기대감 섞어 예매하는 순간의 짜릿함도 무시 못하는 것 같다. 갑자기 작년 가을의 GMF의 터질듯한 기대감이 생각난다. 혹한기 겨울의 끝자락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3월 22일. 봄냄새 팔팔 풍겨줄 그날. 그곳으로 간다. 혹시 예매하실분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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