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하자마다 (10시이전, 당일배송의 압박) 알라딘에서 책 몇권과 노려뒀던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을 주문했다. 커버가 어두워서 살짝 놀랐고, 처음 듣는 곡들도 다 익숙해서 놀랐다. 간략 감상은 기대만큼 만족스럽다. 귀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쉽게 다가온다. 군데군데 박혀있는 공연이나 싱글앨범에서 들었던 곡들 만큼이나 나머지 새노래들도 만족스러웠다.
저 꽃 박혀있는 지점은 붕가붕가 레코드란다.
촌평을 하자면, 이제까지 보여줬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어떤 것'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 '어떤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 이게 뭔소리일까. 여튼 퇴근하면서 앨범을 주욱 듣다가. 가사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흥겨운 리듬에 어깨도 들썩이다가 그러면서 왔다. 작년 공연 생각도 많이 났다. 자꾸만 미미시스터즈의 액숀이 떠올라서 죽을뻔... 가사와 리듬의 결합, 그리고 빵빵 터지는 코러스들이 맛깔스럽더라. "오늘도 무사히" 같은 곡의 멜랑꼴리도 좋았다.
그런데. 그런데. 마지막 곡. 별일없이 산다를 듣다가 그만 지릿했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그렇단다. 와. 장기하의 방방뜨는 목소리도 또 얼마나 방긋한지. '별일없이 산다~'하고 내지르는 부분들 들어보라. 공연때 보이는 그 얼굴을 상상해 본다면 더더욱. 그런데. 이상한거다. 정말 좋고 행복하고, 별다른 고민없어서 노래하는 걸까. 장기하가 요즘 행복해 죽을것 같아서 이런 곡을 마지막에 넣어뒀던 걸까. 정말.
근데, 왠지 나에겐 사는게 정말 좋아서 좋다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너무 힘들어 죽겠고, 삶은 시궁창 같은데, 이 악물고 너스레 떠는 느낌이 드는거다. "까삐까삐 룸룸" 주문같은. 쓴소주 내리붓고 돌아오는 길에 이유없이 내지르고 싶은 허풍같은거. 아무 생각없이 정말 사는게 즐겁다고 내지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퇴근길 버스에서 듣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나면서, 흥겨운 리듬이 흥겹지 않은거다. 애처로운거다. 장기하 말대로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해주마"했던 것처럼.
정말 그런거다. 요즘 세상. "별일없다~". 이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은거다. 이 노래에서 산울림 혹은 김창완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졌다. 이상한 건 멜로디는 '개구쟁이'인데, 가사의 느낌은 '청춘'이었던 거다. 참 이상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