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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애시대에 열광하다... 2006.05.23
  2. 타인의 취향...Le Gout Des Autres 2006.05.23


어떤 사랑은.. 뜻밖이고..
어떤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되고..
어떤 사랑은..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기도 한다.
사랑은.. 언제 끝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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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내가 행복하게 해 줘야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생각해야 되구요.
멀리서 바라보고, 주위를 맴돌고, 행복을 빌어주고..
난 그런 바보 같은 사랑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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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슬퍼진다.
사진 속에 나는 환하게 웃고 있어서...
이때의 나는 행복했구나...
착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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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어차피 외로움을 견디는 것.
누군가가 그랬지..
지구에 4억 인구가 있다면 4억개의 고독이 있다고...



드라마에 푹빠져 보던게 언제였던가...때때로 터져나오는 대사를 곱씹어보는 드라마...등장인물의 개연성에 공감하며 "그래 그럴수도 있겠다" 무릎치는것 참 오랜만이다...노영심의 피아노에 얹혀지는 차분한 나레이션이란...

드라마 전면에 흐르는 자본냄새만 조금 걷어낸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랬다면 크리스피 크림에 잊혀졌던 '던킨도너츠'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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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갔다...보러 가기로 마음 먹은 후에도 딱히 무얼 볼까 결정하지 못했던 상황...그냥 친구와 보자고 서로 의견 일치만 본 상태였다...이런 경우에는 분명 할당된 시간을 채워줄 영화가 필요한 법이다...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매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게다가 '평일'이니 어떤 영화든 문제 없으리란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웬걸...난 요즈음이 '방학'이라는 걸 깜박 잊고 있었다...

서울극장에서 A.I를 보기위해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더니 (차차차선책으로...) 8시 마지막 상영분까지 매진되어 있었다...명보극장으로 갈까 하다가 을지로 건너 충무로까지 걸어가는 건 무리라 생각되어 (나이가 드나보다...ㅡ.ㅡ) 결국 방향을 광화문으로 틀었다...보려고 생각지도 않았던 A.I가 매진이 되자 이걸 봐야겠다는 생각이 소록소록 들기도 했고 그게 안되면 시네큐브에서 상영하고 있는 웬지 불안한 '타인의 취향'이라는 영화라도 보기 위함이었다...(두 극장은 걸어서 3분거리)

스타식스 정동까지 버스를 타고 표를 샀으나 상영시간은 6시...두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낭비라 생각되어 (왜냐하면 전혀 볼생각을 하지 않았던 영화였으므로...^^) 결국 시네큐브에서 '타인의 취향'을 봤다...그것도 5분전에 입장해서...

영화는 뜬금없이 아무런 설명없이 인물의 대화로 시작했다...프랑스 영화의 낯설음이 짙게 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심 걱정이 되고...그래서 인지 동전의 양면격인 '지루함'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멋진 오프닝이 있는것도 아니고 대화또한 명확히 짚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덩그라니 이야기와 캐릭터를 던져주는 초반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지루함이 계속된후에 난 정확히 콧수염의 미워할 수 없는 아저씨 까스텔라가 우연히 찾아간 연극무대에서 '분위기있는 여자, 클라라'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부터...운전기사인 브루노와 웨이트리스 마니의 인상적인 대화가 오가고 부터...또 그 주위를 맴도는 까스텔라의 보디가드 프랑크의 고독한 사랑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난 이 영화의 제목 '타인의 취향'이 얼마만큼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제목인지...또 이 영화의 개성강하고 자기색을 가진 등장인물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느낄 수 있었다...영화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은 예민하고 진행 또한 잔잔했지만 한마디의 말과 그들이 표현하는 작은 표정속에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것 같다...내용은 너무도 짧게 이야기될수 있지만 그 이야기 뒤에 느껴지는 분위기와 풍성한 이야기...그리고 아름답게 흐르는 음악은 하나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브루노는 잔잔하게 사랑한다...사랑하는 사람의 말한마디에 갈등하고 고민한다...변해버린 것조차 믿으려 하지 않고 기다린다...그녀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해 아니면 변한것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해 그 자신을 맴돌 뿐이다...그의 사랑은 기다림의 사랑이지만 어쪄면 그는 계속 떠나보내기만 할것 같다...다 이해한다는 얼굴빛을 보이면서...

마니는 찾아오는 사랑을 막아서지 않는다...하지만 그것은 항상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인듯 하다...하지만 그녀는 사랑으로 인해 구속을 말하지 않는다...변해달라고...나의 취향을 그에게 강요하지 않고 ...떠나가는 그를 그녀는 조용히 지켜볼뿐 머물러달라고 말하지 않는다...그래서인지 그녀의 사랑에는 짙은 우울함이 배어나온다...너무 따뜻하기 때문에...

클라라는 쉽게 사랑하려 하지 않는다...40의 나이는 끝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느 한구석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막상 사랑이 찾아오면 피하려 하고 두려워하고 벗어나려 한다...하지만 한없이 따뜻하다...그녀는 나에게 프랑스 여인의 모습으로 기억될것 같다...멋스런 스카프를 두르고...작은 모자를 쓰고 비오는 날 카페에 앉아 까스텔라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차이는 존재한다...그것은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고, 가치관의 차이일 수도 있고...작게는 먹는 음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그런 차이는 좁힐 수 없는, 아니 좁힐 순 있지만 같아질 순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렇기 때문에 영화속 그들은 때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어긋나버린다...사랑이 찾아오고...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닮기 위해 그림을 보고...그녀가 권해주는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하기싫은 영어를 열심히 배워 그녀에게 고백하기도 한다...그것이 까스텔라의 사랑법이다...또 그건 우리들의 사랑법이기도 하다...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건...취향의 차이...타인의 취향...그 차이를 좁히려하는 그들의 모습때문이었다...같아질 순 없지만...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려 하고 그런 모습들이 상대방에게 어설픔과 웃음을 유발할지라도 다가서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 영화를 깔끔한 한편의 이야기로 만든다...그래서 뒤끝이 개운하다...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영화는 같음을 강요하지 않고 다름 속에서 함께함을 말하는 것이 아닐지...다르다는 것은 '차이'일 뿐이다...나의 취향이 너의 취향보다 나을 수도 없고...더 고상한 것일 수도 없다...다만 한번쯤 닮아가려 한다면...이해하려 한다면 그것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그건 너무도 자연스럽다...중년의 그들의 사랑은 그래서 깔끔하고 경쾌하다...

친구가 예리하게 지적했던 것처럼 브루노의 쓸쓸한 플룻이 영화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합주로 울려퍼진 것은...차이, 거리 즉 다르기 때문에 어울릴 수 있는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네 사랑, 삶을 말해주는 거 같았다...제창은 단조롭고 어색하고 답답하지만 합창은 서로 다름으로 인해 풍성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그것은 같기 때문이 아니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오랜만이다...끝을 아쉬워하는 영화를 만난 것이...그리고 자연스럽고 깔끔한 프랑스 영화를 본 것이...

함께 붙여놓은 노래는 이 영화에 가장 인상적으로 삽입되었던 팻 메스니 그룹의 'Au Lait'라는 곡이다...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그들의 명반 'Off Lamp' 세번째에 수록되어있다...처음 이 판을 사고서 늘상 'Are You Going With Me?'에 눈길이 더 많이 갔는데 그래서 나에게 덜 주목을 받았던 곡이다...하지만 이 영화에서 얼마나 멋지게 사용됐는지...감독의 센스에 감탄했다...집에 돌아오자 마자 여러번 듣고 구워서 올린다...영어로는 'With Milk'가 된다고 하는데...우울하고 쓸쓸하고...그리고 달콤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처음의 라일메이스의 피아노의 느낌이란...^^) '우유섞인' 이 음악과 또하나 클라라가 까스텔라를 기다릴때 나오던 슈베르트의 곡도 참 아름답다...비오는날...이곳에 함께 올려놓고 싶다...





20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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