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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청동, 순례기...part 2 7 2007.02.11
  2. 남대문 블루스 2007.02.10
  3. 그 길을 걷는건 너무 힘들어 2007.02.10
  4. 내 생애 첫 DSLR, 삼성 GX-10 5 2007.02.09
Scene #4.
삼청동 골목을 누비면서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삼청동 골목의 간판은 서울거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간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간판이 정작 드러내고자 하는 가게의 이름들도 꽤 색다른 매력을 준다. 지금은 가게가 커지면서 예전의 매력을 잃어버렸지만, '눈나무집'(雪木軒)을 몇년전 처음 찾아갔을때 느꼈던 분위기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난삽하기 이를데 없는 서울 번화가의 간판들을 싹 쓸어버리고 삼청동의 간판들로 채워버리고픈 생각마저 들 정도로 삼청동의 간판들은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

GX-10, 50-200, ISO800, f/4, 1/60


GX-10, 50-200, ISO800, f/4.5, 1/6


GX-10, 50-200, ISO800, f/4.5, 1/160

Scene #5.
삼청동 골목에는 노점이 많지 않다. 도로의 폭이 너무 좁아서 노점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서 이기도 하겠고, 노점이 장사될 만큼의 사람수가 아직은 안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 또다른 이유는 이 거리와 어울릴만한 아이템을 아직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삼청동 거리에서 '종로노점'을 떠올린다는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도 골목 어귀어귀 주차된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이상의 번잡스러움은 삼청동 그 좁은 골목이 견뎌낼수가 없을것 같다.

사진기를 들고 길을 걷다가 자연스레 한 노점에 시선이 머물렀는데, 그중에서도 독특한 전등하나가 내 맘에 들어왔다. 실타래 같은 각양각색의 구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곱고, 단아했다. 원색임에도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빛. 눈이 다 편안해졌다. 이 전등을 찍으면서 난 GX-10이 너무도 좋아졌다. 이 놈이 표현해내는 색의 재현이 놀랄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어쩌면 더 생생하게 잡아내는 녀석. 역시 아직도 나에게는 버거운 녀석이다.

GX-10, 50-200, ISO800, f/4.5, 1/25


GX-10, 50-200, ISO800, f/4.5, 1/20


GX-10, 50-200, ISO800, f/4.5, 1/20


Scene #6.
더 오래 머무르면서 차분히 찍고 싶었지만, 시간은 너무 늦어버렸고 바람의 끝은 매서워졌다. 무엇보다 오랜 걸음으로 발이 뻐근하고, 무척이나 허기가 졌다. 사실 오늘의 순례가 서울역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난 여기 적어둔 것보다 훨씬 많은 길을 걸었던 셈이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혼자 음식을 먹기에는 삼청동은 어울리지 않는 다는 생각에 맘을 접었다. 결정적으로 수와레에서 와인에 스파게티를 먹는 사람들을 창밖에서 보고 있자니 그 썰렁함이란. 그래서 그냥 사진기들고 입구에서 주방장과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근데, 그리 반겨주진 않더라.

GX-10, 50-200, ISO800, f/4.5, 1/13


삼청동 주변에 갤러리가 많긴 하지만 거의가 폐쇄적인 느낌이다. 많은 상점들이 길가는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것에 비해 말이다. 이곳에서 좀더 많은 그림들, 조각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돈벌이는 안되겠지만. 삼청동 골목중에 진품은 아니지만 붓냄새 나는 그림을 유리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창가에 붙어서서 사진을 찍어대도 손사래를 치지 않는 걸 보니 꽤 오랜시간 감상해도 뭐라하지 않을 것 같다. 그중에 모딜리아니와 고흐의 모작이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되어있는데, 어쩐지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삼청동과 어울리는 느낌이다. 왜냐고는 묻지마라. 고흐모다는 모딜리아니가 모던한 느낌이라 그런가.

GX-10, 50-200, ISO800, f/4.5, 1/40


아직 삼청동을 다 본것은 아니지만, 더이상은 힘들듯 하여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삼청동은 렌즈로 훑고 지나간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지켜봐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리이다. 점점 변해가는 삼청동의 모습을 시간별로 담아낸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고, 그곳이 그렇게 변해가기를 조용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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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블루스

from 사진창고 2007. 2. 10. 03:37

GX-10, 18-55, ISO 400, f/4.5, 1/4


사진기를 받아들고, 일 하는둥 마는 둥 만지작거리다가 과감하게 들쳐매고 나왔다. 이런 무모한 사진사의 연습상대가 되어준 남대문이다. 삼각대도 없고, 손떨림보정기능만 믿고 덤벼들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상대를 골랐나보다. 회사에서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또 찍으면 그래도 그림되지 않겠냐는 섣부를 판단으로 렌즈를 들이밀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사방에서 쏘이는 빛은 눈으로 볼땐 질감이 만져질것 처럼 생생했는데 뷰파인더를 통해 맺힌 상은 그렇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 친구를 만져줘야 남대문의 고고함과 빛의 유려함을 담을 수 있을까. 잠깐의 고민으로는 해결되지 않을것 같다.

GX-10, 18-55, ISO 400, f/4, 1/20


인공적인 라이트들이 사방에서 쉴새없이 쏘아대는 악조건 속에서도 남대문은 의연했다. 남대문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 빛들은 세월이 켜켜이 쌓여있는 두터운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산란하고 있었다.

아래에서 처마를 올려찍기 위해 벽에 바짝 다가섰는데 비온뒤의 눅눅함은 있었지만 의외로 벽돌은 따뜻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놓쳐버린, 놓치고 있는 내 주변을 새로운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주변에 대한 관심, 애정, 이해, 너에게 조금 더 다가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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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10, 18-55, ISO400, f/4, 1/6

일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면, 집까지 내 발만 보고 걷는다. 많이 막히거나, 쏜살같이 달리거나 그 둘 중 하나인 찻길 옆 도로. 피곤이 더 몰려오고는 한다.

지치고, 졸리고, 배고프고, 힘없고 그렇게 늘어진 채로 고개를 떨구고 걷다 잠깐 고개를 들면, 눈에 띄는 표지판.
나를 향해 얘기하는 것이 아닌건 알겠는데, 가끔은 너무 시치미 뚝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갑갑할때가 있다. 좀 부드러우면 안되나.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매일 걷는 퇴근길 어느 한 구석에 '수고했어, 힘내'라고 작은 표지판 하나 세워두면 지치고 힘든 그길이 조금 걸어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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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쯤 됐을까? 회사를 입사하고 처음 워크샵을 갔을때의 일인것 같다. 회사 선배가 가져온 렌즈달린 카메라...그 당시에는 컴팩트형 디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때라 (다양한 복합기능으로 무장한 이쁘장한 디카는 로망이었다.) 저렇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다니는 것이 '심히' 거추장스러워보였었다.

며칠후 그 선배가 사내메일을 통해 워크샵 사진을 공개하면서 일종의 충격에 빠졌다. '아니, 이런 사진이 나오다니' 순간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셔터를 당긴 그 사진들은 대개가 허접스럽기 그지없는 '후기사진'과는 무언가 다른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생생하게 피사체를 잡아챈듯한 느낌이랄까...하지만, 사진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문외한인 내가 무얼 알았겠는가. 단순한 관심에 넌지시 가격을 물어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치스런 취미라는 생각, 그리고 엷은 빈부격차를 느끼고나서 렌즈달린 카메라는 그냥 '막연한 워너비'였을 뿐이었다.

그 이후 똑딱이로 나름 행복한 사진생활을 하다가 (캐논 A60부터 캐녹스 알파5까지) 인터넷 서핑중 디아이진 사이트에서(www.dizin.co.kr) 팬탁스의 istDL의 리뷰를 보고서나서 열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팬탁스 특유의 풍부한 색감과 좋은 렌즈에서 나오는 칼 같은 선예도...한숨 푹푹 쉬면서, 그간 내가 찍어댄 사진들을 보자니 '장비탓'이란 말 밖에 안나오더라. 사진이라는 것이 표현매체의 하나일텐데, 뷰파인더를 통해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싶다는 욕구,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내 안의 생각과 느낌을 끄집어내고싶은 욕망이 어느새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었다.

GX-10의 당당한 모습. 실제 쥐어보면 그립감이 상당히 묵직해서 오래 들고 찍으면 손목이 뻐근거린다. 하지만 그런 무게감때문인지 셔터를 누를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까지 리뷰를 비교해보면서 가장 관심있는 카메라는 소니의 '알파100'이었다. 우수한 기계적인 성능이 맘에 들어 중고가도 알아보고 리뷰란 리뷰는 다 찾아보고 그랬었다. 그러다가 기변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한 DSLR사이트에서 발견한 삼성 GX-10의 리뷰들이었다. 팬탁스의 K10D와 이란성 쌍둥이인 GX-10은 내가 보기에 바디의 성능으로는 어느 중급기기 못지 않은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기계적인 우수성과 DSLR계에서는 마이너의 위치가 주는 매력,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있는 바디라는 매력은 GX-10으로 마음이 급격히 기울게 만들었다. (기타 전문적인 사양은 다른 글들을 찾아보시라)

게다가, 삼성테크윈의 직원들에게 공개된 소수 한정된 물량이 나에게도 돌아오게 되면서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게 결정적이었다. 고민없이 18-55 표준줌렌즈와, 50-200 표준망원의 투번들셋을 선택했다. . (지금은 다른 회사지만 입사동기인 형의 부인께서 힘써주셨다. 수호형 고마워 ^^;) 결국 이렇게 해서 나에게도 생애 첫 DSLR이 생기게 되었다.

렌즈를 끼우고, 이런저런 설정들을 만져보면서, 아직은 나에게는 과분한, 기기라는 느낌이 든다.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위해서는 이놈과 부단히 친해지고, 사진학에 대해서도 차분한 공부가 필요할 듯 싶다. 그래도 초보가 무서운게 뭐가 있겠는가, 이 놈을 영입하고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대는 중이다. (현재 컷수 150장을 넘어섰다)

거울에 대고 셀프샷 한컷. 실내에서 그리 밝지 않은 렌즈로 찍으려다보니 노이즈가 보인다. DSLR을 잡게되면 누구나 거치게 된다는 '렌즈뽐뿌'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밝은 단렌즈 하나 사고 싶다. ^^;


이 블로그에 이제 내가 찍은 사진들이 하나둘 올라갈 것 같다. 벌써 메뉴를 만들었다. (많이 급했나보다 ^^)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진들로 인해 한결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절대 프로냄새가 날수 없는 나의 사진. 그냥 사람냄새, 일상의 냄새가 나는 것들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좋은 카메라는 그걸 좀더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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