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NHK 방송을 보게 되었다...평소에는 그냥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와중에 지나치는 골목길 같은 채널이 그날따라 내 눈을 끌었던건...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 '꽃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이후 한시간 가량 방송된 그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놀랍게도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노래 한곡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다...반전곡으로서의 이 노래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이 노래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의 노래들이 겹쳐서 나왔고...한시간정도...수많은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피터 폴 앤 메리, 조니 리버, 조앤 바에즈, 킹스턴 트리오, 브라더스 포, 피트 시거...그리고 마리엔느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이렇게 읽는게 맞는지...-.-)의 노래들은...이미 아는 곡이었음에도 각기 다른 맛을 풍겨주고 있어서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탓에 완벽히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지만...짧은 영어실력으로 대강의 인터뷰와 화면등을 훑어볼 수 있었다...그렇게 흘려보았지만...프로그램의 짜임새나 집중력...구성등이 놀라울 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노래를 찾아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자료를 찾고...현재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인터뷰 하고...또 적절한 흥미를 유발하는 문제를 제시해가면서 재미있게 꾸려가는 다큐였다...




이 노래는 피트시거의 작품이라고 한다...방송에서는 그가 90에 가까운 나이에도 집회에 참석해서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는 아직도 원시적 냄새가 난다...(끝부분에서 이 노래의 가사가 '러시아'소설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잠깐 나왔는데...여기는 인터뷰도 러시아어여서 전혀 부정확함...-.-) 근데 재미있는건 그가 곡을 만들고 쓴 것은 Gone for soldiers everyone의 세번째 단락까지였다고 한다...나머지 두부분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덧붙여 졌다는 말도 했다...말하자면 구전가요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내가 생각할때 이 노래를 빛나는 반전곡...에서 더 나아가 동양적 사유를 보여주는 명곡으로 만든 것은 뒤의 두부분이라고 생각한다...(방송내용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잠깐 비췄던것 같다...) 유치하지만 도식화 해보면...flowers - young girls - husbands - soldiers - graveyards - flowers 이렇게 될수 있는데...결국 전쟁에서 숨진 젊은이들의 묘지는 다시 꽃으로 되돌아간다...세계의 아픔...전쟁의 비극등이 비극 그자체에 그치지 않고 다시 꽃으로 승화하는 그 순간...여기에서 순환...혹은 연기의 사유관을 볼수있지 않을까? 이것은 60년대 반전운동...히피들이 도가 사상이나 인도사상 같은 동양적 사유에 심취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듯 하다...비틀즈의 렛잇비가 無爲의 사상을 보여주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리라...

곡 한곡으로 한시간 프로그램을 만드는 구성도 대단했지만...이 한곡에서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점들이 그리도 많다는 것...60년대 반전운동에서 이 노래가 차지한 부분이 그리도 많다는 것을 알고나니 이 노래가 다르게 들렸다...단지 이 노래가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미국'적 상황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닐수도 있겠지만 곱씹어보면 보편적인 인류애, 자연애를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나 좋은 프로그램을 너무도 우연히 보게되어서 참 기뻤다...또 하나 기뻤던 점은 마리엔느 디트리히라는 여배우의 목소리였다...전혀 모르던 그녀...그녀의 입에서 나오던 또하나의 독일어판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Sag Mir Wo Die Blumen Sind'는 색다른 매력을 주었다...(이 노래는 다음 글에 붙여놓겠습니다...) 강한 독일어에서 나오는 노래는 샹송이나 팝에서 느끼지 못하는 맛을 주었다고 할까?

내가 포크송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와같은...소박함에 감추어진 단단함...강인한 삶이 숨겨져 있는 까닭인듯 하다...내지르고 터뜨리고 저항하는 락의 강렬함은 느낄 수 없지만...그 안의 가사에는 분명 더 진한 감동과 힘이 담겨져 있다...그래서인지 그 힘은 참 오래 가슴에 남는다...

2001.2.23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Pete See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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