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에서 12월 20일부터 르네 마그리트 전을 하고있다. 대부분 개인소장 작품이 많아 대규모 전시회가 쉽지 않다는 르네 마그리트. 그 수수께끼같은 그림을 집안에 두고 즐기는 사람이 많은 탓이다.

돈이 된다면 정말 한 점쯤은 소장하고 싶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은 묘한 매력을 준다. '초현실'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건 그림의 표현방법이 '초현실'적인 것이지 그가 나타내고자 한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감'하고, 그래서 위로받게 되는건 그의 그림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현대인의 정신세계'를 잡아낸 까닭이다. (개블린의 책에서였나 정확하진 않지만, 그의 그림이 정신치료에도 사용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시립미술관 같은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흔치않은 기회이다. 게다가 그게 르네 마그리트라면 더더욱. 내가 최영미처럼 책 판 돈으로 전세계 돌아다니며 보고싶은 그림을 볼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최영미처럼 '시대의 우울'같은 미술기행 책을 써서 여행비를 충당할 능력도 안되기 때문에 (여행하며 책쓰고, 그 책 판돈으로 또 여행짐을 꾸리는 이들은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다) 눈 앞에서 하는 이런 좋은 전시회는 놓쳐서는 안될 기회인 셈이다.

내년 4월까지 진행되는 전시회라 아직 여유는 있지만, 오늘 아침 회사 후배 책상위에서 전시회에서 판매하는 듯한 르네 마그리트 탁상달력을 보니 마음이 '動'한다. 그 달력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도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눈길이 더 오래 멈췄다. 염치없이 "줘"라고 말하고 싶었다.

가뜩이나 인간냄새 안나는 사무실 책상위에 스케줄로 가득 적힌 '그냥 주는' 달력이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장식된 달력을 올려놓는다면 꽤나 근사할 것 같다. 그가 풀어놓은 알듯말듯한 알레고리와 비유로 가득찬 사무실 책상위.

Homesickness

나를 르네 마그리트로 인도해준 그림...향수병 (homesickness)

달력은 없으니, 르네 마그리트의 '향수병'이나 프린트해서 붙여놓아야 겠다. 떠나온 자가 느끼는 그리움. 그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은 비껴서있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잊지 않을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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