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from 영화창고 2012. 1. 30. 14:38

K의 추천으로 함께 보게된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 (Black Mirror). 블랙미러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꺼진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미러는 미디어가 될 것이다. 1편과 2편과 다르게 3편은 개인간의 미디어가 될 수 있겠지.

미디어가 휘황한 화면을 보여주고난 뒤의 암전. 그 뒷편의 서늘함을 너무도 섬세하게 그린 드라마. 스킨스, 미스피츠와 셜록을 보면서 때때로 느낀 영국 드라마의 특유의 우울함의 잿빛이 짙게 드리워져있다. 이야기의 기발함과 그 안에 주고자하는 메시지 어느것 하나 기울지 않는다.

1편에서 보이는 대중의 집요함. 보면서 대중임이 치욕스러웠다. 극단적인 소재이지만 그 경중은 다를뿐 이런 일들은 지금도 빈번히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대중은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와 아픔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블랙미러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반성하지만, 다시 화면이 켜지면 다시 그 표독스런 대중이 되고 만다. 

1편 후에 2편을 보면 더 암담하다. 밝은 화면과 재기넘치는 구성이 있지만, 그 메시지는 헤어나올 수 없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미디어에 대한 반성적 인식 또한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서는 전달될 수 없고, 그 반성적인 목소리 조차 기존 미디어에 편입되어버리는 현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1인미디어 시대. SNS가 창궐하는 시기이지만, 1인미디어라는 말은 허구에 가깝다. 1인이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미디어로 기능하려면 여전히 대중이 필요하다. 팔로워의 수가 메시지 아닌가. 또 파워블로거라는 언어는 또 어떠한가. 기존 미디어의 관심밖에서 생존 가능한가. 기존 미디어는 매체가 어떻게 변하든 헤게모니를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미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게임의 형식은 견고하고 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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