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도쿄

from 책글창고 2011. 10. 10. 14:35
스무살도쿄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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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풀풀 쌓여있던 대학시절 일기장을 열어본 적이 있다. 세상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 자신의 꼬라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던 까닭이었는지 몇장을 열어보다 이내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손대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꾸며지고 기름진 단어들이 잔뜩 자리하고 있던 그 노트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열어본 적이 없는데도 무척 부끄러웠다.

그 시절 사람들, 공간의 이야기가 버무려져있었으면 그 노트를 읽어 낼 수 있었을까. 왜 그때 그리도 외로움에 떨었을까. 그저 적혀있는 것이라 곤 읽은 시집, 본 영화 그리고 그에 대한 감상이 전부였는데도 항상 결론은 외로움을 향해있었다. 그 시절 내 꿈은 문학이었다. 시를 쓰고 싶었고, 그 마저도 안되면 평론이라도 해보겠다 잠깐 맘을 먹었었던 것 같다. 너무도 희미하다.

스무살 도쿄의 주인공 히사오의 꿈은 음악평론가였다. 18세 도쿄로 상경하던 그 때까지는... 세월은 하루같이 지나 대학을 중퇴하고 카피라이터로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났다 헤어지고, 결혼을 생각한다. 지독한 클라이언트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보다 한참 떨어질 것 같은 후배로 인해 고민한다. 존 레넌이 죽고, 나고야는 서울에 밀려 올림픽 개최에 실패하고, 동서독은 통일이 된다. 세상은 급하게 흘러가지만 그저 '뉴스'에 불과하고 내 삶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주변은 관심거리에 불과한 미미한 삶. 많이도 닮아있구나.

59년생 오쿠다 히데오는 18살 시절부터 서른을 코앞에 둔 29살까지의 빛나는 청춘의 페이지들을 여섯날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나도 너도 알아채기 힘든 관념의 어휘들은 쏙 뺀 가벼운 문체는 쉬이 읽힌다. 그래도 알차게 일상을 채워넣었다. 호흡 긴 성장소설이라기 보다는 세월이 흘러 뒤적여보는 일기 같은 소설. 저자도 소설을 써내려가며 많이도 부끄러웠을거다. 내가 먼지 쌓인 그 시절 일기장을 읽을 때처럼.

나고야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살면서 보내는 히사오의 시절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가까운 서울에 사는 스무살 청춘들도 비슷하게 살아왔기 때문일 거다. 어딘들 다르겠나. 29살에서 끝난 소설의 끝에 내 삶을 이어도 덜컥거리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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