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탄생

from 책글창고 2011. 8. 23. 10:48
동물원의 탄생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니겔 로스펠스 (지호,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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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보고 내내 이 책이 생각났다. 신약이라는 인간 탐욕의 비극성에 눈길이 갈 수도 있었을 것이고, 원작에서 핵공포의 우울이 배제된 스토리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고, 시저와 폴을 통해서 가족주의를 느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저가 동물원(감옥의 메타포임이 분명한)에 갇히고 벌어지는 일들은 현대 동물원의 비극성을 상징한다. 어쩌면 영화가 다룬 인과의 사회적인 조건은 그런 감금에 있다. 동물에 대한 감금의 정당화는 감금되는 개체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허나, 시저가 신약을 통해 각성하든 하지 않았던 간에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비극적이다. 정신적인 고통이전에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한 자유의 제약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 동물의 고통은 그저 인간의 즐거움과 유희를 위해 무시된다. 아래 동물원의 탄생의 인용문을 잠깐 읽어보는 것으로도 아이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활보하는 것, 훈련된 재롱을 보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저가 갇히고 나서 탈출하기 까지 이 영화는 흔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슬픈 우화로 느껴졌다.

결국 이런 고릴라들은 얼마 뒤 죽어버리곤 했는데, 주로 땅에 얼굴을 처박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소콜로브스키가 보기에 고릴라가 감금 상태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 동물의 집단적인 행동으로 볼 때 분명한 사실은, 잡혀온 고릴라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무엇보다 정신적인 영향이라는 점이다. 완전한 자유 상태에 있는 동물들이 향유하는 생명의 에너지는 기생충들이 끼치는 위험을 극복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소콜로브스키는 결론 맺기를, 감금 상태에서 "이들의 생명 에너지가 파괴되고 자신들의 운명에 굴복하면서, 음식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소진해버리고 만다"고 했다. 결국 고릴라들은 자신들의 숙명을 비극적으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깊은 슬픔과 우울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p10~11

하겐베크 동물원에서 방문객들은 심지어 "이국" 동물들과 더불어 "민속촌"(아프리카 정글, 러시아 스탭, 미국 대평원, 북극얼음)에 있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것도 철창이나 눈에 띄는 장벽 없이, 그리고 자신들의 "문명"이 주는 편리함을 떠날 필요도 없는 곳에서 말이다. p24

이 쇼가 먹혀든 것은 관객들이 스스로 다음과 같은 점을 확신할 때만 가능했다. 그것은 먼저 전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 아니면 전시된 사람들이 어느 먼 지구 반대편 고립된 곳에서 "불쌍하게" 지내느니 독일의 동물원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었다...(중략)... 쇼에 전시된 사람들이 말을 받아서 하기 시작하자, 대신 동물들은 세심하게 "침묵하도록" 하는 훈련을 받았다. 이 강요된 "침묵"이 아마 현대 동물원을 규정짓는 특징일 것이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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