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박준흠 (선,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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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툼한 책을 책으로만 읽는다면 하루면 읽을 수 있을거다. 단, 앨범에 대한 글을 읽으며 듣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면. 그런데, 그건 쉬운 일은 아니다. 잘 참다가도 몇몇 앨범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 미칠 지경이 되었다. 덕분에 참 오랜만에 듀스의 앨범을 찾아들으며 그루브에 몸 맡기며 팔다리를 허공에 허우적대기도 했다. (그야말로 허우적이다.)

100편이 넘는 앨범 리뷰글 중에 김민기 1집 앨범의 리뷰가 인상적이었다.

1971년에 나온 김민기의 유일한 정규 앨범은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이른바 '전설'이라 명칭에 값할 많지 않은 음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 전설은, 이 음반이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량 압수 수거되고 이후 음반가의 초희귀본으로 고가에 거래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민기 본인이 오래 동안 정치적 박해와 금지의 사슬에 묶인 채 금기의 시절을 살아야 했다는 사실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이 음반의 가치는 그런 데에만 있지 않다. 이 음반은 당시까지 서구 모던 포크의 번안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의 이른바 통기타 가요가 한국 젊은이들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고, 스스로 작사 작곡하고 노래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음반이며, 대중가요가 그저 그런 사랑과 이별, 눈물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는 예술적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기도 한 까닭이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 p56, 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상에 무한한 애정과 경외심이 느껴진다. 김창남은 김민기 1집이 우리 가요가 청년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하는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는 산물임을 증명한 음반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듣기 좋은 노래를 넘어서서 '명반'의 반열에 오르려면 음악이라는 그릇 안에 시대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해야하고, 응당 해야할 깊은 사색과 고민을 담아야 한다.

모든 음악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럴 수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싫은 음악이 존재할 뿐이라는 말도 맞다. 그러니 음악을 가리는 기준도 주관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도 매 시대를 감동시키는 음악은 존재한다. 음악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이 수용자에게 깊이 각인된 '명반'. 미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명반이 짠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가치있는 명반은 그걸 들으며 감동했던 이들이 함께 만드는 관계의 산물이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말 또한 사실 발언하는 그 시대의 재평가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이런 100대 명반 리뷰를 읽으며, 또 그 앨범들을 찾아 들으며 현재 한국 대중음악 메인스트림을 아쉬워할 수 밖에 없다. 냉소적인 시선 또한 거둘 수가 없다. 생명력 없는, 필요를 위한 음악들은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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