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업, 몬산토

from 책글창고 2009. 12. 22. 10:34

몬산토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마리 모니크 로뱅 (이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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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어들고 몇 페이지 읽고나서 혼란에 빠졌다.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몬산토라는 기업은 생명공학회사가 아니었던가. GMO라는 제초제에 강한 유전자변형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업. 먹을게 넘쳐나는 세상이라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는 여전히 즐비하지 않던가. 그러니 GMO가 건강에 '미약한' 해약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하더라도 생산량 확충이라는 '녹색혁명'을 통해 굶는 이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무조건 비난은 답이 아니라고 '바보같이'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몬산토가 만들어낸 GMO가 극심한 논란의 한가운데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비단 GMO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해온, 그리고 이 소중한 지구에 뿌려댄 해약을 보고서 이해할 수 있었다. GMO는 몬산토 공포의 시작이 아니라 그 열매다. 파괴력을 짐작할 수 없기에 더 공포스럽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 책을 100여 페이지 읽다보면 알게된다. 몬산토의 역사만으로도 GMO에 대한 공포는 현실로 다가온다.

초기 사카린을 만들어 코카콜라에 납품하던 몬산토는 세계대전중에 막대한 이윤을 쌓게된다. 미국방성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맨하탄프로젝트에 가담하여 플루토늄 정제에 힘을 쏟는다. 당시 책임자는 전후 몬산토 CEO에 올랐다고 한다. 몬산토는 화학분야를 솔루시아에 매각했으나 솔루시아는 2003년 잦은 소송으로 파산했고, 1999년 12월에 파마시아앤드업존과의 합명으로 파마시아로 회사명을 개정했으나 2002년 몬산토는 제약 부문을 파이자에 매각하고 농업 관련 산업에 주력했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몬산토이다.

그러나 기업의 모태와 그 기업을 이루고있는 경영방침, 내부자들의 태도로 미루어보건데 그간 해왔던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기업활동을 현재도 지속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편견이라고 말해도 좋다. 그렇게 말하기에 이들이 해왔던 짓은 상상을 초월한다. PCB하나만 봐도 그렇다. 이들이 퍼부어놓은 독극물은 현재도 잔류하여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너무도 충격적이라 인터넷을 잠깐 뒤져서 찾아본 자료인데, PCBs의 유해성은 다음의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PCBs는 폐기하기도 어려운 물질이다. 연소시에 다이옥신이 발생된다고 하니 그 처리가 얼마나 골머리를 썩히는 일인지 알 수 있다. 다이옥신의 경우는 더 충격적이다. 80그램을 식수원에 뿌려도 80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는 공포의 물질 DDT를 만들어 납품한 곳이 바로 몬산토이다. 베트남전에 사용된 에이전트 오렌지는 무려 8000천만리터에 달하고, 그 피해는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앞 세단락이 100페이지 정도 읽고 나온 얘기들이다. 500페이지 가깝게 기술된 이 책. 사실 더 읽어나가기가 겁이 났었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공포가 엄습해온다. 어떤 공포의 물질이 지구상을 헤매고 다닐지. 이런 기업이 아직도 이윤활동을 계속해나간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이 기업이 100여년 넘게 생산해낸 물질들이 내가 살고있는 주변에 아직도 잔류하여 생명을 죽이고 있다는 실존적 두려움 탓이다.

다시말하지만 몬산토는 생명공학기업이 아니다. 그들이 현재 스스로를 어떻게 포장한다고 해도, 그들은 지구 역사상 최악의 화학물질을 만들어낸 공포의 기업이다. (현재도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가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파괴물질의 굵직굵직한 것들은 몬산토가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PCB, 다이옥신, DDT, Agent Orange, 라운드업. 고엽제. rBGH. 이런 무시무시한 물질을 만들어 막대한 이윤을 만들어온 기업이 몬산토이다. 자연분해되지 않고 체내 축적의 단계로 갈 수 밖에 없는 해약물질. 폐기도 쉽지 않은 독극물. 그 위험성을 알고서도 팔아댄 기업이 바로 몬산토이다. 이를 위해 몬산토는 대조군과 실험군을 조작한 불공정한 과학연구를 통해 면죄부를 얻었고, 정부기관과의 '회전문인사'를 통해 은폐했다.

읽으면서 내안의 독성물질이 어느정도인지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고 싶게 만드는 책. 몬산토는 번돈을 뿌려대며 스스로를 감추고 있지만, 이 책은 고맙게도 쉼없이 까발린다. 두터운 책이지만 (몬산토의 해약을 다 담기에는 그래도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고 놀라워 지루할 틈없이 읽힌다. 수많은 인터뷰와 생생한 자료가 담긴 이 책의 펄떡거리는 생명력은 상당부분 저자의 발품 덕이다. 고맙기 그지 없다.

사명감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공개된 자료들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책으로 엮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저 녹색혁명이라는 허울 앞에서 아직 그 폐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GMO에 무딘 사람들.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조금 배고프더라도 쓸만한 먹거리로 우리 삶을 살찌우는 것은 존엄에 관한 문제가 아니던가. 그러기에 몬산토와의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환경과 인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 당연히 몬산토의 반대편에 설 그들에게 이 책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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