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피트 런 (흐름출판, 2009년)
상세보기


바꿈질이라는게 있다. 오디오나 카메라, 크게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갖고 있던 물건을 중고로 내놓고 다른 기기를 새로 들여놓는 행위를 말한다. 이 바꿈질을 통해서 쓰고싶은 물건을 적은 비용으로 들여놓을 수 있고, 많은 물건을 써볼 수 있다.

이런 바꿈질을 잘하는 사람들은 중고로 물건을 팔고, 중고로 물건을 사는 행위에 능숙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런 바꿈질이 활발하고 가능한 이유중에 하나는 이런 바꿈질에 참여하는 경제행위자들이 대부분 상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 제품의 가치를 대체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될 것이다. 특히나 오디오같은 경우는 나름의 폐쇄적인 거래망을 가지고 있어 행위참여자의 신뢰도를 가늠하기 쉽다. 고가 물건의 경우는 거래의 위험성 탓에 밀접한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또한 물건을 구입할때 바꿈질 할 것을 예상하여 구입하기 때문에 '보유효과'(내가 소유한 것에 대해 더 많은 가치를 매기는 현상)에 대해서 자유로운 점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을 바꾸어 일반적인 시장상황에서는 어떨까. 정보의 비대칭이 일반화되어있고, 누군가는 알고서도 사기칠 가능성이 있고, 개인은 보유효과로 인해 자신의 물건을 과대평가하고 있고,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행위 당사자의 건전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바꿈질은 성공적이지도 참여자간의 '윈윈'도 불가능 할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중고차 시장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말이다.

보통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러한 거래 실패를 저자는 MISLED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꽤 설득력이 있다. (mistake, information, surprise, luck, event, dishonest) 즉 MISLED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전통경제학이 최대이익을 보장하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고,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에서는 더 이익일 수 있다는 점이다. MISLED상황에서라면 거래 자체가 손해를 가져온다.

예를들어, 100달러짜리 카메라, 130달러짜리 카메라가 있는 상태에서 선택하는 문제와 180달러짜리 카메라가 추가되었을때 우리의 선택이 달라지는 문제를 보자. 전통경제학이라는 가격대가 하나 추가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완벽한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선택에는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180달러짜리가 추가되었을때 일반적으로 130달러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인간은 위험회피성향, 불확실성 제거라는 경제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실패확률이 적은 중간을 선택한다. 저자는 이러한 선택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 형성된 혹은 학습된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행동주의 경제학이고, 보다 현실경제에서 설명력을 지닌다고 말한다.

문제는 남는다. 즉 의도적으로 판매자가 130달러짜리가 이윤이 가장 많이 남기 때문에 180달러를 의도적으로 끼워넣었을 경우 130달러짜리는 잘못된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즉 시장이 불합리한 이윤추구를 한 것인가 아닌가가 우리의 경제활동 본능이 바람직한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수 있다. 행동주의경제학에서 130달러짜리 선택을 경고한다면 그것은 시장의 의도를 불순하게 보는 것이고(상식밖의 경제학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듯이), 130달러짜리 선택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선택이라는 것은 시장이 불순하지 않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또하나의 판단기준(즉 시장의 건전성, 불확실성에 대한 정보)이 없다면 경제행위가 옳은 것인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고비용의 정부개입 혹은 법적 강제가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경제학이 숨겨운 6가지 거짓말이 하려는 말의 핵심은 이것이다. 즉 전통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합리적인 인간은 경제생활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링적 가정에 불과하고 수학적 용이함을 위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결국 전통경제학은 경제활동을 적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적인 입장에서 경제학을 비판하고 있다.

기본전제로 저자는 경제학과 경제생활을 구별한다. 마케토피아와 미들톤이라는 가상의 사회를 상정하여 전통경제학이 가정해온 합리성, 시장의 개념이 현실과 유리되어있는지를 설명한다. 즉 이 책의 제목은 다음과 같이 고쳐볼 수 있다. '전통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한다'

사실 이런 지적들이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이 '나만 모르게' 감추어놓은 비밀을 파헤쳐줄거란 기대를 갖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책 제목이 내용에 비해 너무도 '섹시'하게 뽑혔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행동경제학적인 입장들이 이미 많이 소개되었고, 기존의 전통경제학의 입장들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폭탄 터지듯 발생한 금융위기에서 전통경제학의 가정들은 설명력을 잃어왔고, 비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대안을 찾아야하는 혹은 또다른 설명을 원하는 시점에서 행동경제학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행동주의 경제학에 차분한 설명에 가깝다.

전통경제학의 보완으로서 대안으로서 행동경제학은 의미가 있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확장하여 거시적인 경제정책이나 대안발전론에 적용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특히나 경제행위에서의 '신뢰'나 '인간본성'에 대한 강조는 새겨봄직 하다. 그러나 매스이코노미 환경에서 수많은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상태에서 행동경제학이 일반이론을 제공해줄 것인가, 설사 부정확하더라도 미래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내 생각에는 모델링의 관점 자체가 상이하지 않은가 싶다. 굳이 따지자면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 관점의 차이라고 할까. 일반화의 실패. 일반론에 대한 반대근거로는 유의미하지만, 그 자체로 일반론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제행위의 '집합'적 동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예측될 수 있고,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이렇게' 설명될 수는 있으나, 개별적인 행위내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다양한 변인으로 인해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책을 덮으면서 한 생각은 행동주의 경제학이 대안이론으로서의 포지션을 갖기에는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실험심리학적인 포지션의 한계라 할 수도 있을까. 대안이라기 보다는 보완이라는 느낌이 아직은 강하다.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