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도어에서 나온 오래된 LP판이었을거다. 80년대 온갖 히트곡이 수록되어있던 음반. 앤디 깁의 노래도 있었고, Bells의 노래도 있었다. 어린 시절이니 LP를 구입할 여력은 안되었을테고, 그 앨범을 손에 넣게된 계기가 재미있다. 어느날 옆집에서 대청소를 하는지 대문앞에 책과 LP판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는데, 신기한 마음에 들춰보다가 운좋게 들고온 판 중에 하나였다. 물론 아주머니한테 허락은 받았다.

어떤게 좋은 곡인지 알턱이 없는 시절에 '잡히는 대로 몇개' 집어왔는데, 그때 들고온 판중에는 파란색으로 칠해진 Brothers In Arms도 있었으니 꽤 대박이었던 셈이다. 이 80년대 팝 모음집은 내 방에 턴테이블이 있던 시절까지 꽤 오랫동안 함께했는데, 이사를 다니다가 버렸거나 잊어버렸거나 했을거다. 아쉽게도 행방이 묘연하다.

그 앨범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이 Irene Cara의 Out Here on My Own였다. Fame에서 이 곡을 발견한 건 그 이후였을거다. 영화에서 피아노 전주가 흐를때 놀라고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 곡이 흐르던 씬. 단단하게 피아노를 누르며 부르던 Irene Cara의 목소리는 참 아름다웠다. 풋풋한 그 시절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 그녀 나이 스물한살. 30년이 되어가는 영화지만 터질듯한 젊음은 다시 봐도 생생하다.

영화를 다시 열어, 유튜브에 올린다. 그녀 노래를 다시 들으니 그들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어디쯤 닮아있을 내 시절이 스쳐간다. 늦은 밤 탓이다. 장구, 춤사위, 가을축제. 그 팍팍한 고등학교 시절. 두드릴 장구와 부를 노래가 있어 때론 벅차던 시절. 그 젊음이 참 아스라하다. 야속하게도. 벌써 12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