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식 사랑했네

from 음악창고 2009. 11. 26. 16:48


세련되게 빠진 달큰한 사랑노래보다, 절절함이 더 다가왔던 노래. 눈뜨고 코베인의 그 자식 사랑했네. 생생하게 튕기는 가사탓이다.

"요약하자면..." 하고 주저하며 말하는 짧은 침묵. 그 뒤에 터지는 "그 자식 사랑했네"라는 외침은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수백가지 댈 수 있으나) 결국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성에 대한 자기 고백일거다. 너바나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뽕짝을 좋아하는 그 자식. 그래도 좋았던 이유, 어쩔 수 없는 마음들.

소리는 촌스러워 진솔하다. 노래가 아닌 친구의 지긋지긋한 연애담같은 느낌. 깜악귀의 비음섞인 외침이 흘러나오는 지점에서 (내가 그러했듯이) 이런저런 기억에 낮은 한숨을 토해낼 수도 있겠다. "요약하자면..." 할말이 왜 없을까. 사랑은 공감하고자 하나, 공감할 수 없는 그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일테니. 누군들 이런 불일치의 경험이 없겠는가. 너바나를 좋아한다며 뽕짝을 좋아하던 그 자식. 

상처주고, 상처받고. 차이를 이해하고 보듬기가 어디 쉬울까. 그걸 알면서 사랑하기가 어디 쉬운가. "그 자식 사랑했네..." 결국은 과거형으로 토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쉬움과 자기위안이 뒤범벅된 심정.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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