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의 목소리

from 음악창고 2009. 11. 2. 18:40




계피 목소리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담백하면서도 진한 맛이 난다. 보통 여운이 남는다고 말하면 적절하다. 노영심의 목소리가 겹쳐지지만, 계피가 보다 더 깔끔하다. 둘다 모나지 않은 목소리이지만, 노영심에 비해 똑부러진 야무짐이 배어있다. 나른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여백이 있지만 엉성하지 않다. 연애를 하고, 결국에는 돌아선 후, 남겨진 미련을 다루는 방식이 노영심과는 다르다.

앵콜요청금지를 통해 계피 목소리를 처음 만났을때 멍하니 느껴지던 충격. 복고는 현대적인 의미망 안에서 복고라 불리울 수 있다. 회고가 아닌 복고는 그래서 트렌드가 된다. 장기하가 그렇고, 문샤이너스가 그렇다. 계피의 목소리가 더더욱 소중했던 이유가 그것 만은 아니다. 복고의 신선함을 걷어내더라도 그녀 목소리를 지렛대 삼아 인디음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갈증을 주었다. 몰랐으면 지나쳤을 갈증 탓에 많은 음악을 찾아들었고 또한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보드카 레인의 시원한 보컬과 함께 부른 숙취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노래의 생명력은 감정선의 어느 지점을 건드리는 순간 느껴진다. 그건 가사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멜로디 혹은 연주에서 오기도 한다. 이 노래로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계피의 목소리일 것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로서는 섭섭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젠'전' 보컬이 되어버린 계피의 부재가 너무도 아쉽다. 덕원의 예민한 감성을 콕 집어 전달해주던 계피의 목소리. EP를 들으면서, 1집을 들으면서 아쉬워한다.

뭔가 뚝뚝 떨어져 내릴것만 같은 노래를 듣는다. 앵콜요청금지를 좋아하는. 그리고 유자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따뜻한 차한잔으로 멀리 달아날 한기라 믿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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