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loved you so long

from 영화창고 2009. 10. 27. 10:19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감독 필립 크로델 (2008 / 프랑스)
출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엘자 질버스타인, 로랑 그레빌, 클레어 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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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은 아들을 죽인 혐의로 15년을 복역했다. 영화는 왜 줄리엣이 그랬어야 하는지 저간의 사정을 좀처럼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영화적 장치라기보다 쉽게 입밖에 낼 수 없는 가슴아픈 일에 대한 침묵에 가깝다. 그 침묵은 그 자체로 그녀를 짓누르고, 어쩌면 그녀는 그 고통을 당연히 받아야할 형벌처럼 품에 안고 살아간다. 

가족으로부터, 동생으로부터, 손에 쥐고 있었던 삶으로부터 외면당한 세월.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시절, 석방을 며칠 앞두고 동생이 찾아오고 뜻밖에도 동생은 함께 지내자고 말한다.

편견과 오해는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다. 노력은 하지만 쉽게 걷어낼 수는 없다. 아들을 죽인 혐의. 그녀는 지나친 주변의 편견에 저항하지도 않고 그저 감당해야할 짐을 들듯이 아들 죽인 엄마라는 시선에 몸을 내 맡긴다. 15년의 감옥생활, 어쩌면 그녀는 평생 스스로의 감옥을 만들어 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줄리엣은 동생 가족과 지내면서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영화는 아들을 위해 아들을 죽여야했던 한 여인의 적응기라 할 수도 있겠다. 내 것이 아닐 것만 같았던 따스한 삶, 벅차게 기다렸을지 모르는 생활에 다가가는 과정은 지난하다. 허나 차분히 삶에 다가설 만큼 그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는 표정에 긴 여백과 한숨이 있다. 아이죽인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된 사장이 그녀를 내쫓을 때 그녀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분노도 아니고 체념도 아닌 표정. 한마디 반항하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그녀. 지릿한 쉼호흡을 하게 만드는 얼굴.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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