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야기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린위탕 (이산,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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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 일반에게 공개된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보고 건축가 승효상은 경향신문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광장 사면이 차로로 둘러싸인 광장은 거의 없습니다. 이건 도로의 중앙분리대지요. 고립된 섬을 어떻게 시민들의 일상화된 삶이 묻어나는 광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광장은 익명의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유로이 공동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어떤 목적이 있지 않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습니다."



맞는 말이다. 사진을 한번 봐라. 씁쓸하기 그지 없다. 광장 공포증이 있는 자들이 만들어놓은 광장이다보니 광장은 광장이 아니고 기형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진으로 봐도 광화문 광장은 '세계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냉소적인 별칭이 아주 잘 어울린다. 매일 출근길에 지나치지만 밟아보진 않았다. 공간배치나 네이밍이 풍기는 거북한 ''의 냄새탓에 앞으로도 가지 않을 것 같다. 광화문 광장은 광장이지만 사람을 모이게 하지 않고 밀어낸다.

이런 조잡한 상상력이 서울 한복판에 구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도시계획이 도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없이, 그저 자신의 치적의 하나로 굵직한 흔적을 남기려는 천박함 때문이다. 주어생략이 실행한 청계천 이벤트를 기반으로 한 청와대 입성기를 너무 감동해서 보신 까닭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그 싸지른 흔적이 자신이 숨쉬는 동안만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이들이 살아갈 도시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는 점이다.

린위탕이 베이징 곳곳을 애정어린 숨결로 보듬어 놓은 베이징 이야기의 첫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도시는 영원히 존재하지만 인간은 짦은 순간 왔다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모든 도시는 한때 그곳에 살았던 인간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p8


그렇다. 도시는 영원히 존재한다. 인간은 그 도시에 자신의 삶을 잠시 풀고 스쳐지나갈 뿐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도시에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은 그곳에 살았던 인간보다 위대하다. 官에 의해 진행되는 빈약한 상상력의 도시 프로젝트들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도시에 녹아들지 않은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철거대상이 될 뿐이다. 세운상가가 그렇고, 하나둘 철거되고 있는 서울의 고가다리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나저나 이 도저한 삽질을 막아줄 영웅은 결국 시간 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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