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MOT의 노래를 꺼내들었다. 잠들 수가 없다. 1집에 실린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를 듣는다. 노무현이 그에게 치명적인 흉기를 들고 달려들던 이들에게 이 노래를 돌려줄 만큼 냉혹한 사람이었더라면 그리도 허망하게 가진 않았으리라. 견딜만큼, 견뎌낼만큼 그는 강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견뎌낼 수 없었으리라. 

대한문에 가지 못했고, 봉화마을에 가지도 못했다. 그는 참혹한 언어로 끝끝내 '나를 버리라'고 말했지만, 난 그를 버리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지켜주지도 못했다. 버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으나 단호하게 버리지 못한것이 잘못일까. 아니다. 이리도 눈 붉히며 잠들지 못하는 까닭은 항상 바보처럼 우리를 짝사랑했으나 단 한번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못했던 후회 때문일거다. 이 야만의 대한민국에서 나 또한 야만으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쳤다. 그가 그렇게 바꾸고자 했던 더러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를 외면했다. 영상으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며, 이렇게 긴긴 불면의 밤을 지세우는 이유가 그런 짧은 후회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황망한 마음에 읽고 또 읽고, 그마저도 어쩔 수 없어 글을 끄적인다. 나도 안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바랬는지. 그의 죽음뒤에 우리가 잊어선 안될 몫이 있다는 것을. 할말도 많고, 분노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 땅에 기대를 갖는건 제로에 가까운 기대확률 같은 무의미함이다. 그저 체념과 황망한 욕지거리만 섞여 나온다. 

인터넷에 올려진 글들을 읽다가 꾹 참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딴지일보에 실린 추모글이 가슴을 친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런 고집불통의 노무현이지만, 40대의 젊은 나이에 아직도 서슬이 퍼런 전직 대통령을 향해 호통치던 성깔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만큼은 한번도 성질을 부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기는커녕 너무 권위가 없어 세간의 비웃음만 당했던 대통령. 그게 인간 노무현이 추구하던 민주주의였다. 너무 앞서 갔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옳은 방향이었다.

마지막 가는 순간 찾았던 담배 한개피. 한대 피워물기라도 했으면 마음이 덜 아팠을텐데. 서늘한 새벽녘 그 절벽에 몸 으스러지며 그가 느꼈을 절망과 두려움과 갈증에 목이 메인다. 그가 홀로 온전히 짊어져야할 것은 아니었는데, 우리는 그 짐을 던져주고 처절하게 외면하고 말았다. 

미디어오늘 이용호 화백의 만평.



K가 안봤으면 했는데, 어느샌가 내 옆에 와 두툼한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이 서른셋. K앞에서 한번도 보인적 없는 눈물을 오늘 보이고 말았다.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사러간다. 그가 못다 피운 담배 한개피라도 대신해주고 싶다. 함께모여 그를 추모하기도 쉽지 않은 무서운 대한민국이 새삼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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