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눈 풍경

from 사진창고 2009. 4. 30. 13:58

이년을 넘게 쓴 핸드폰. 번호가 019로 시작해서 가끔 '지독하다'는 타박도 듣는 2G폰. 물건을 사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습성 탓에 내 평생 3번째의 전화기다. 2000년에 처음 핸드폰을 쓰기 시작했으니 매번 3년이상씩은 써왔나보다. 자주 바꾸는 친구들이 들으면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전화와 문자외에는 쓰는일이 거의 없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처음 살때는 micro-sd를 사서 노래도 담아놓고 썼는데 어느샌가 사라졌고 (아마 카메라에 들어갔으리라) 오늘은 드디어 내장메모리가 꽉 찼다는 메시지를 토해냈다. 덕분에 가끔 찍어두었던 핸드폰 사진들을 정리했다. 

작년 겨울쯤인가. 퇴근길 버스에서 내려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발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장 찍어두었다. 지난 겨울, 가장 아름다운 겨울 풍경으로 기억되어있는 순간. 충분히 내려 쌓여있는 풍경보다 막 내리기 시작하는 눈은 거칠고 당당했다. 세상을 다 덮을 것 같은 기세로 쏟아지던 눈. 눈인지 비인지 구별이 쉽지 않지만, 쏟아지는 눈은 풍경을, 그리고 시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와...'하는 탄성과 동시에 핸드폰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회사근처를 산책하고 나니 등쪽에 땀이 흐른다. 내 불길한 예감대로 계절은 이대로 여름을 향해가는 듯 하다. 흐름을 바꿀 순 없고 지난 겨울, 눈의 서늘함을 기억해두고 싶어 올려둔다. (사진 질은 고려치 마시길) 지나간 혹은 떠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것은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겨울에는 여름을 그리워했고 이제는 겨울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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