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좋은 전시가 있으면 신문로 길을 타고 올라가 성곡미술관을 찾아가곤 했었다. 올라가다가 역사박물관 구경도 하고, 한적한 골목을 끼고돌아 그 근처 구경도 하고는 했었는데. 점심때 시립미술관 앞뜰에서 밥을 먹기도 했었던것 같다.

몇년 전이라면 투표 마치고 미술관 한번 들려볼까 생각이라도 했을것 같은데, 난 어제 사람 바글거리는 톰 크루즈가 보여주는 액션을 멍하니 침흘리며 구경했다. 간만의 극장구경이라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내 태도의 차이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오랜만에 찾아온 날이라면 효진이랑 차분히 그림구경하는 것도 좋았을거라는 생각이다.

우연히 시현님의 블로그에서 지석철의 '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 라는 그림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미술관 순례, 그림에 빠져 지나가는 발걸음 멈추고 시선고정, 한적한 산책. 이런 일들은 그 그림처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덤프트럭에 가득담아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흘려두고 일상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였을까?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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