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언제나

from 사진창고 2008. 9. 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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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빛바랜 사진은 몇 십년전 시골풍경 같지만, 올 초에 아버지 고향 동네(전남 영광군 대마면 성산리)를 찍은 사진이다. 어떻게 찍었냐고 혹시 묻는 분이 계시다면...할말이 없다. 의도한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이런!)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아버지 고향쪽에 있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새벽에 차를 타고 내려갔었다. 어스름 새벽에는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만 눈에 들어와 잘 몰랐었다. 해가 뜨고 서울보다 몇 배는 따사로운 햇살이 옛 동네 구석구석을 비춰주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희미한 옛기억을 더듬어 봤다. 어린시절 몇 번 와보고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그 곳은 그대로 였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변한게 없다니...어떻게 그럴 수가있을까. 오히려 예전보다 쇠락한 느낌의 그 곳은 내 맘까지 애잔하게 했다. 인적도 드물고, 보이는 사람들도 구부정한 허리춤에 손을 대고 힘겹게 걷는 어르신 뿐이었다. 균형발전은 허울이고, 오히려 이 땅이 죽어버릴까봐 아니 이미 죽어버린건 아닐까라는 생각. 풍경은 그리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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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쪽에서 하얏트 호텔을 거쳐 한남동으로 내려가는 남산길은 참 좋다. 남산도서관쯤에서 용산쪽을 내려다 보는 경치도 그만이고, 양쪽 가로수길이 시원하게 뻗어있고 길도 적당히 다이나믹 해서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남산공원을 잠깐 걸어도 도심한복판의 느낌은 이내 사라져 버릴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이 풍경은 시청쪽을 등지고, 햐얏트 호텔 입구를 마주하고 있는 삼거리 길이다. 항상 하얏트와 이태원길로 들어서려는 고급차가 즐비하고, 손님을 태운 혹은 태우려는 택시로 북적거린다. 처음 이 길에 섰을때 알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남산주변은 너무도 익숙하고,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임에도 어쩐지 '그들만의 공간'이라는 느낌. 후암동과 이태원동이 극명하게 나뉘는 도시 경계선을 바라볼때도 같은 감정이었다. 공존하지만 섞이지 않는 두터운 경계. 길은 어디든 열려있지만 길이 닿는 공간은 언제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엄연한 현실. 이 사진은 그런 느낌없이 무미건조하다. 풍경은 언제나 제자리 그대로이니까.

덧) 사진 올리고 몇마디 끄적거려놓고 보니 별로 좋은 사진도 아닌데다가 쓸쓸하기까지 하네. 다음엔 시원하게 달려나가는 풍경사진을 올려놓아야지. 제주도 초원아니면 교토가는 기찻길 풍경. 사람냄새는 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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