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던 날

from 사진창고 2008. 6. 28. 15:08

필름사진이라 정확히 며칠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치고는 꽤 많은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무심히 창밖을 보았는데, 까치 두마리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육중한 변압기 아래 좁은 공간에서 위태롭게 나란히 앉아있는 까치 두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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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는 날씨에 전신주에 앉아있는게 안락한 거처는 아니었을거다.
그 좁은 공간에서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었는지,
계속 머리를 움직이며 서로를 응시하기도 하고, 반대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 좁은 공간에 들어앉아 비를 피하고 있는 까치 두마리의 생존.
모습이 이뻐보여 셔터를 눌렀는데, 지금보니 참 대견하다.

자주 찾아오는 곳이었는지, 거세지는 비를 피하기 위한 임시거처였는지 모르겠지만,
무섭게 쏟아지던 비를 피해 그 전신주 안에 앉아 비를 피하는 센스라면
그 녀석들 지금도 어디쯤에서 거친 야생의 서울생활에 적응하며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요즘 같이 비오고 비바람부는 세상에서,
잠시 비 그칠때까지 쉬어갈 공간조차 없이 내몰리는 사람들 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을까?
문득 몹쓸 체념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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