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쯤 부서 송년회 자리. 오랜만에 GX-10에 50mm 수동렌즈를 끼워넣고 부딪히는 술자리 사이로 셔터를 눌러댔었다. 한해의 끝을 한해를 시작하는 이즈음 기억하는 건 어쩌면 참 바보 같고 무기력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새로 시작하는 한해가 무겁고, 힘에 겨워 차라리 흘러가버린 지난해를 추억하는 것 아닌가 싶다.

한 20일 넘게 지내본 2008년은 뭐 그리 큰 희망도 즐거움도 의욕도 주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가짐이 어때야 할지 그 방향성 조차 잡지 못한 채로 하루 하루 달력을 넘기는 건 분명 내 주변의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닌걸 알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술자리의 술은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냥 그런 사람들과 어색한 분위기를 술로 풀어보려는 건 이 또한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 술자리가 아니라 한해를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함께 생활한 파트 사람들과의 술은 그 자체로 기분 좋고 부드러운 법이다. 회사 회식에서 좀처럼 누리기 힘든 강요하지 않는 술자리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알탕 사진과 줄지어 늘어선 술병, 그 사이에 흘렀을 이야기들, 웃음들, 힘겨운 미소들을 보고 있자니 2007년이 벌써 그립다. 술한잔이 간절해진다. 두손 쳐들고 달려가야 할 2008년의 술한잔이 아니라 한해 마무리 짓는 푸근한 두손으로 기워올린 술한잔이 간절해진다. 이제 한달도 지나지 않은 2008년의 출발선에서 2007년의 마지막, 그 술자리를 기억하는 나는 분명 '과거지향형'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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