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블루스

from 사진창고 2007. 2. 10. 03:37

GX-10, 18-55, ISO 400, f/4.5, 1/4


사진기를 받아들고, 일 하는둥 마는 둥 만지작거리다가 과감하게 들쳐매고 나왔다. 이런 무모한 사진사의 연습상대가 되어준 남대문이다. 삼각대도 없고, 손떨림보정기능만 믿고 덤벼들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상대를 골랐나보다. 회사에서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또 찍으면 그래도 그림되지 않겠냐는 섣부를 판단으로 렌즈를 들이밀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사방에서 쏘이는 빛은 눈으로 볼땐 질감이 만져질것 처럼 생생했는데 뷰파인더를 통해 맺힌 상은 그렇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 친구를 만져줘야 남대문의 고고함과 빛의 유려함을 담을 수 있을까. 잠깐의 고민으로는 해결되지 않을것 같다.

GX-10, 18-55, ISO 400, f/4, 1/20


인공적인 라이트들이 사방에서 쉴새없이 쏘아대는 악조건 속에서도 남대문은 의연했다. 남대문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 빛들은 세월이 켜켜이 쌓여있는 두터운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산란하고 있었다.

아래에서 처마를 올려찍기 위해 벽에 바짝 다가섰는데 비온뒤의 눅눅함은 있었지만 의외로 벽돌은 따뜻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놓쳐버린, 놓치고 있는 내 주변을 새로운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주변에 대한 관심, 애정, 이해, 너에게 조금 더 다가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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