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X-10, 18-55, ISO400, f/4, 1/6

일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면, 집까지 내 발만 보고 걷는다. 많이 막히거나, 쏜살같이 달리거나 그 둘 중 하나인 찻길 옆 도로. 피곤이 더 몰려오고는 한다.

지치고, 졸리고, 배고프고, 힘없고 그렇게 늘어진 채로 고개를 떨구고 걷다 잠깐 고개를 들면, 눈에 띄는 표지판.
나를 향해 얘기하는 것이 아닌건 알겠는데, 가끔은 너무 시치미 뚝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갑갑할때가 있다. 좀 부드러우면 안되나.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매일 걷는 퇴근길 어느 한 구석에 '수고했어, 힘내'라고 작은 표지판 하나 세워두면 지치고 힘든 그길이 조금 걸어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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