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을이라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선배한테 들려주니까...대학교 1학년때 너무 좋아했던 노래라고 했다...표정위로 잠시 상념이 흘러가는 걸로 봐선 이 노래와의 남다른 기억이 있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나에게는 아마도 중학교때 인가...처음 들었던 기억이 난다...한참 시간이 흘러도 그때 그 기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많지 않은데...'사랑'이라는 걸 잘 몰랐던 때였지만 두 여성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마음에 남았던것 같다...

고은희는 이문세와 함께 부른 '이별이야기'의 차분하고 우울한 목소리로 기억하고 있었다...'이렇게 우리 헤어져야 하는가...서로가 말은 못해도...' '찻잔속에 물로쓰신 마지막 그 한마디...서러워 이렇게 눈물만...' 분위기만 느껴졌던 그 노래...이제는 들으면 그 노래의 느낌 조금은 느껴질 것도 같다...

'떨어지는 낙엽들 그 사이로 거리를 걸어봐요...'
'사랑해요 떠나버린 그대를...사랑해요 회색빛 하늘 아래'

가사가 지금 늦가을 거리와 잘어울린다...노래는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데...가사탓인지 계절 탓인지 쓸쓸하고 아련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GX-10, 18-55, ISO 100, f/4, 1/6


날씨가 추웠던 지난 일요일날...좋아하는 찻집 '지대방'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친구와 광화문 뒤편 길을 걸었다...아직 쓸지 않은 길가의 한무더기 낙엽을 밟으면서 서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낙엽은 거리위에 쌓여도 돌아갈 곳 찾지 못했다...시간이 흐르면 아스팔트 위에 지저분하게 흩어지겠지만...우리는 떨어진지 오래되지 않은 낙엽위를 눈이 내린 것처럼 걸었다...

아직 잎사귀가 다 떨어지지 않은 은행나무...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비추던 쓸쓸한 은행나무 아래서 참 좋아하는 노래인 이 노래를 친구에게 조금 불러주었다... '가로등 불빛이 어느덧 차갑게 느껴져요'라는 구절이 생각났는지도 모르겠다...아니면 가로등 불빛이 비추던 그애의 하얀 얼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이 노래를 보내주겠다고 말했었는데...그 생각이 오늘 밤에 떠올랐다...파일을 만들어서 편지지에 예쁘게 담아 보내고...보낸 편지를 서너번 읽었다...노래만큼의 따스함을 담아 편지 보내고 싶었는데...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내일은 그 친구를 만난다...가을이랑 어울릴 '성곡미술관'에 함께 갈꺼다...그 안에 자리잡은 '찻집'에서 미술관 뜨락을 보면서 차한잔 마시고 싶다...그때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님...내가 다시 한번 불러도 좋을 일이다...내일은 해가 맑게 비췄으면 좋겠다...

20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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