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눈이 내린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폭설'은 이런 것이다라고 증명하듯이 눈이 쏟아졌다. 그래도 갈 길을 가야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종종 걸음을 쳤다. 눈은 계속 쏟아지지만, 눈을 '치워야'하는 이들은 묵묵히 제설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치워도 쌓이는 눈 앞에서 당장은 무의미해 보인다.
눈앞의 풍경이 생경하다. 눈이 덮어버린 길. 서울 도심이 아니라 몇미터씩 눈이 쌓이는 일본의 설국 풍경. 무사히 출근을 마친자의 헛소리겠지만, 이런 눈발 앞에서 출퇴근 걱정이 아니라 눈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싶다.
새해 벽두부터 쌓이는 눈. 그냥 계절이 그렇고, 자연이 뜻하여 내리는 눈이겠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눈은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기형도의 눈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최승호의 대설주의보의 눈이 더 맞겠다 싶다. 그래서 다시 읽어본다. 엄혹한 시절의 최승호에겐 굵은 눈발은 백색의 계엄령이었다. 눈보라의 군단이 엄습하는 풍경. 기어코 단절시키고야 말겠다는 해일같은 눈.
이 시를 여러번 읽어봤지만 들이치듯 쏟아지는 눈을 보니 더 가깝게 읽힌다. 좋은 시다. 최승호가 이 시를 쓰던 날도 오늘처럼 눈이 왔겠지. 엄혹한 80년대가 아닌 2010년 벽두에 읽는 이 시. 시절이 하수상하다.
오늘 아침 창밖 풍경.
눈앞의 풍경이 생경하다. 눈이 덮어버린 길. 서울 도심이 아니라 몇미터씩 눈이 쌓이는 일본의 설국 풍경. 무사히 출근을 마친자의 헛소리겠지만, 이런 눈발 앞에서 출퇴근 걱정이 아니라 눈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싶다.
새해 벽두부터 쌓이는 눈. 그냥 계절이 그렇고, 자연이 뜻하여 내리는 눈이겠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눈은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기형도의 눈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최승호의 대설주의보의 눈이 더 맞겠다 싶다. 그래서 다시 읽어본다. 엄혹한 시절의 최승호에겐 굵은 눈발은 백색의 계엄령이었다. 눈보라의 군단이 엄습하는 풍경. 기어코 단절시키고야 말겠다는 해일같은 눈.
이 시를 여러번 읽어봤지만 들이치듯 쏟아지는 눈을 보니 더 가깝게 읽힌다. 좋은 시다. 최승호가 이 시를 쓰던 날도 오늘처럼 눈이 왔겠지. 엄혹한 80년대가 아닌 2010년 벽두에 읽는 이 시. 시절이 하수상하다.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최승호 - 대설주의보(大雪注意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