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그래도 그 연휴의 첫날이 지나간다. 명절을 앞둔 한주간 참 많이 바빴다. 신규업무 적용으로 인한 시스템 메가 릴리즈가 있었고, 그 메가 릴리즈에 끼어 큰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작업도 있었다. 필요이상으로 분주했고, 긴장했다. 그 탓인지 연휴를 앞두고 일이 좀 진정되어 마무리 되어가는 것 같아 심적으로 편안하다.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 변수가 남아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큰 문제없이 마무리 될거라 기대하고 있다.
당연하기도 하고, 또한 신기한건 시스템 변경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때, 릴리즈전 수행한 테스트가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테스트의 중요성이야 말해 무엇하겠냐마는, 신기하다고 말한 이유는 테스트에 투여된 물리적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심리적 태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수행하면서 애초에 설계나 분석과정에서 문제점을 미처 고려하지 못해 근본적인 수정이 가해지는 케이스는 나에게 그다지 많이 발생하지 않는 듯 하다. 내가 꼼꼼하게 일해서 그렇다는게 얘기가 아니라, 변경을 진행하면서 가능한 많은 발생케이스를 생각하며 일하는 습관 때문인것 같다. 다시 말해 내가 생각하는 테스트는 릴리즈 여부를 결정짓는 최종테스트와 동일한 무게감을 지닌다고 하면 비슷하다.
테스트 단계는 완벽한 상태를 또 한번 검증받는다는 의미이다. 이건 일의 습관의 차이인것 같은데, 어떤 사람은 테스트를 개발 과정의 일부로 생각하기도 한다. 얼개를 맞추어 놓고, 테스트를 통해 수정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허나 나에게 테스트는 '최종검증'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그래서 테스트 과정에서 근본적인 오류가 발견됐을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큰일이 난 것 같은 불안함도 때론 느낀다. 게다가 그것이 애초의 설계나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라면 더더욱.
이런 상황에서 테스트에 들인 노력, 관심이 있었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지극히 심리적인 것으로 "뭐, 이정도 했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천운'이 없어서 그런거야." 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여튼, 관심이 적었던 업무는 꼭 문제가 생겼다. 업무가 업무인지라 잘못된 릴리즈가 대형사고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업무'이다보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보다 덜 위험한 업무는 관심을 덜 쓰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완전히 소홀히 하다가 한방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탓에 이번처럼 메가 릴리즈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업무가 더 걱정이 된다. 더욱더 엄밀하게 테스트를 진행해야했으나, 검증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미신적인 얘기일지 모르나, 좀더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쓴 업무는 '하늘'도 도와주는게 아닐까 싶다. 좀 우스운데, 일종의 '보상'이 이뤄지는거란 생각. 그나저나 이런 변경이 있을때마다 사실 긴장되고 잘 될까 걱정되는게 장난이 아니다. 때로는 위험수당도 요구하고 싶을 만큼.
추석연휴 시작날 늦은 시간에 업무얘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배부른 저녁식사 탓인거다. 명절에 포식하면 이렇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