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Luther King, 에비니저 침례교회(Ebenezer Baptist Curch), 애틀랜타, 조지아 주, 미국, 1961, HCB1961006w06970/78//2
그는 집회와 시위를 위해 모인 군중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느 사무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이다. 그는 일을 한다. 그는 바쁘다. 어쩌면 근심에 잠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편지, 서류 따위의 일상적인 일거리 속에 파묻힌 채 무슨 생각에, 무슨 의문에 푹 빠져 있다. 그게 아니라면 문득 비집고 나온 어떤 추억에 사로잡힌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가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의 이런 모습이다. 그래서 그를 한구석에 밀어 넣고 꼼짝도 못 하게 해 놓은 것이다. 사진가는 부산하게 사진 찍는 행위 속에서 그 인물의 관심이 완전히 떠나 있도록 최대한의 환경을 갖추어 놓는다. 그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인물을 짓누른다. 마틴 루터 킹이 자신의 이마로 짓누르고 있는 손이 말해 주고 있듯이 그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다. 그의 손은 이마를 받쳐 주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들을, 아니 다른 어떤 것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저지하면서, 그의 시선이 굽힌 팔 우묵한 곳의 허공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동안 오른손은 별달리 하는 일 없이 만년필인지 연필인지를 쥐고 가만히 멈추어있는 역할을 맡는다.
카르티에-브레송은 그가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인물에게 반성 속으로, 생각의 반추 속으로, 혹은 근심 속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책무가 되기 십상인 어떤 무거움 속으로 정신없이 빠져든 시선을 준다. 그의 주변에 잔뜩 쌓여 있는 서류, 전화기, 라디오, 서류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모자, 페이퍼 나이프, 그의 끈질긴 몽상이 발버둥치듯 어른거리고 있는 - 우리는 그걸 느낄 수 있다- 다사다망한 온갖 일거리는, 그 감당하지 못할 압박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시선을 주었다' 장-뤽 낭시(Jean-Luc Nancy)'의 글 중에서내면의 침묵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p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