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의 1집.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앨범. 저저번주인가 클럽 빵에 갔을때 운좋게도 흐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퇴근후 홍대를 터벅터벅 걸어 찾아간 금요일의 빵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씨티엠이라는 그룹의 보컬분이 "왜 이렇게 좋은 봄날 금요일 저녁에 이렇게 어두운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시는지..."라고 말할정도로. 게다가 양복을 입고 피곤한 얼굴로 앉아있는 나는 뭐랄까 참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그들이 나를 볼때 '묘하게' 보진 않을까 싶어서. 평일, 퇴근후 클럽 공연은 좀 쓸쓸했다.
그래도 흐른의 노래를 듣는건 묘한 자기위안이 되었다. '산책'은 그 어두운 지하 공연장에서 들어도 어스름한 퇴근길 가벼운 마음을 돌려주었고, '다가와'는 여전히 수줍은 자기고백이었으며, 이유는 없기도 하겠지만, 있기도 하다며 조곤거리는 '그렇습니까'는 애절하고도 애절한 그리움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리쿠폰으로 얻은 맥주한병을 마시며 채 2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숨소리를 느끼며 듣는 노래는 그렇게 생생했다. 시디만으로 호출했던 음악이 조용히 펼쳐지는 기분.
클럽을 나와 허기가 느껴져 두꺼운 소시지버거를 입에 물고 신촌을 걸었다. '산책'이란 곡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시선을 조금 위로 던지고 걸으면 복잡스런 신촌도 어디 깨끗한 산길 같았으니. 고마운 것들이 참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