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망자에게 관대한 편이긴 하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물론 조선일보 1면을 장식하기도 했던 마지막 몇년은 실망스러웠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진 않다. 그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가 서있던 지점은 언제나 한 곳이었고, 변한건 사회일지도 모르니. 그 분이 쌓아온 존경을 하이에나처럼 이용해 장사해먹은 언론(놈)들이 문제겠지.
추모행렬이 24만을 넘어섰다는 호들갑스런 뉴스보도. 안했으면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보게될듯 하다. 주욱 훑어주는 카메라. 명동성당에 늘어선 사람들의 얼굴에서 떠난자에 대한 아쉬움과 간절함이 보인다. 기댈언덕이 하나 또 무너져버렸다는 상실감. 그게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추모하는 죽음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전두환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죽음이후를 생각했다면 과연 편하게 뒷짐지고 있을 수 있었을까. 그 역사의 무게를 아직도 느끼지 못하고 철없이 숨쉬며 살아가는 인간. 딱하다. 명동성당 앞에서 인터뷰한 순복음교회 조모씨도 마찬가지.
경향신문 만평이 눈에 들어온다. 그 엄혹한 시절, 이 한마디로 힘을 주었던 그의 가는 길이 편안하길 빈다.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