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여행할 권리를 읽다가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서 적어본다. 사실 이상(李箱)의 죽음을 더듬어보는 부분이었는데, 시절이 시절이다보니 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태평양전쟁시절 유언비어 처벌을 명목으로 제정된 치안유지법, 해군, 육군형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된 사례들인데, 놀라운건 이게 밖으로 어느정도 공표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노트나 편지를 검열해서 처벌했다는 점이다. 지금 같으면 이메일을 뒤져서 유언비어 유포죄로 처벌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한걸로 보이는데, 뒤가 구릴수록 그걸 음모론으로 폄하하고, 유언비어라며 처벌하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 전혀 개연성이 없는, 그야말로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라면 처벌할 필요조차 없는것 아닌가. 미쳤다고 혀 끌끌차면 그만이니까. 지배권력으로서는 들으면 뜨끔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진실을 향해있을때 처벌할 필요가 생긴다. 아래 사례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중에 시행한 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씁쓸하다. 미네르바 사건이 자꾸 겹쳐진다.

일본인 와까쯔끼 야스오가 쓴 "일본 군국주의를 벗긴다"라는 책에 실려있다고 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251p에서 재인용)


속물들은 마음먹고 바보 같은 놀이에나 열중해서 잊어버리는 것이 좋아. 죽으면 부모나 친척이나 국가나 천황이 무슨 소용이냐. 천황 바보 놈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보 같은 머리로 네 놈을 위해 죽었는가.
-가고시마 현의 온천여관에 투숙 중인 제7고교생의 노트. 경찰에서 조사.


무엇이 천황의 자식들인가. 자식들이라면 천황은 왜 이 가엾은 불행한 아이들을 구하려 하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천황의 자식이라는 거짓말을 해서 자기 밑에 둬두기 위한 것이다. 뭐가 천황이야. 천황이 무슨 살아 있는 신이야.
- 도쿠시마 현 나카시마의 국민학생 4년생이 만주에 사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검열에 걸려 불경죄로 송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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