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시디를 봤을때가 기억난다. 팻 메쓰니의 앨범 전작을 모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신나라레코드를 뒤지고 있을때 이 앨범을 봤다. Charlie Haden이 베이스 연주자였다는 것도 몰랐고, 어떤 곡들로 이 앨범이 채워져있는지도 몰랐지만, 하단의 그림 한장과 Beyond the Missouri Sky라는 앨범 타이틀. 그것만으로 이미지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꼭 그래야만 할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중에 처음 듣고서도 모조리 익숙한 느낌이었던 이유가 그래서였을거다.
이 둘은 미주리 고향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그들이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간에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음악적 감성은 고향 땅과 하늘에 빚지고 있을터. 그런 미주리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연주로 멋지게 풀어놓았다. 앨범 자켓의 검붉은 미주리 하늘에서 그들이 튕기는 현에 생생하게 맺힌 고향이 어떠했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앨범은 내가 한번도 보지 못했고, 알지 못하는 미주리를 노래하고 있음에도, 미주리를 무척이나 친근하고 익숙하게 만들어 놓았다. 마치 서울의 하늘이나 정선의 하늘을 노래한 것처럼. 혹은 내가 깊이 기억하고 있는 어딘가를 말하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말이다.
이 앨범은 너무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때로는 울컥하게하는 농도짙은 음악들이 산재해있다. 나중에 발표한 One Quiet Night과 함께 팻의 대표 서정앨범이라고 할만한 이 앨범. 일년의 어느 하루라도 늦은 밤에 들으면 고향의 기억, 옛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올 것만 같은 느낌. 나처럼 서울의 비좁은 곳이 고향이 아니라 들판과 그 들판을 가득 수놓은 햇살을 보고 자란 이들이라면 고향생각이 더 각별할지도 모르겠다.
네 곡만 뽑아본다. (플레이순서대로)
- Waltz For Ruth는 찰리 헤이든이 그의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다. 처음 들으면 다소 우울한 잿빛 느낌이 들지만, 그가 사랑했던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라는 감정을 떠올려보면 한없이 따뜻해진다.
- Our Spanish Love Song은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스페인의 리듬을 그들만의 감미로운 어쿠스틱과 두툼한 베이스로 저며 놓았다. 유튜브에 2003년 그들의 실황공연이 올려져있어 같이 가져와봤다.
- Cinema Paradiso는 이 앨범을 처음 소개해줄때 먼저 들려주는 곡이다. 다른 버전들을 들을때도 늘 하는 생각이지만, 역시 엔리오 모리꼬네가 만들어놓은 OST수록버전이 가장 좋다. 그래도 팻 아저씨의 영롱한 어쿠스틱 솜씨는 탁월하다. 들으면 손가락 움직임까지 상상하게 된다고 할까.
- Spiritual은 베이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만한 곡이다. 8분이 넘는 곡이지만, 들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만든다. 어느 불면의 밤도 조용히 제압할 만큼. 아무생각 없이 듣게되는, 아무생각없게 만드는 곡이라는 촌평.
이 앨범을 듣기에는 늦가을이 참 좋았는데. 조금 추워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듣기에도 나쁘지 않다. 들으며 자신이 기억하는 하늘 한번쯤 생각하며 들어도 좋을거다.
Track List
1. Waltz for Ruth
2. Our Spanish Love Song
3. Message to a Friend
4. Two for the Road
5. First Song
6.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7. The Precious Jewel
8. He's gone away
9. The Moon Song
10. Tears of Rain
11. Cinema Paradiso (Love Theme)
12. Cinema Paradiso (Main Theme)
13. Spiritu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