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세기의 눈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피에르 아술린 (을유문화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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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uila degli Abruzzi (1952) 곰브리치는 그의 책 서양미술사에서 사진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브레송의 이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이란 감각과 정신이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행위이다. 사진은 시각적으로 표현된 세계이며, 끊임없는 추구이자 질문이다. 동시에 사진은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확인 행위이며, 이런 사실을 나타내거나 의미하는 형태들을 엄정하게 조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파인더를 통해 분할하는 현실 속에서 대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도구는 이를테면 시공에 그리는 크로키 노트나 매한가지이다. 카메라는 삶을 제시되는 그대로 포착하는 놀랄 만한 도구이다.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평전 p412


테크놀로지 시대를 맞이하여 곳곳에 이미지들이 넘쳐나는대도, 그는(브레송) 점점 더 사진작가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느낀다. 만 레이가 스스로를 "포토그라프(fautographe)" '허물을 가진 사진작가'라 칭하고, 두아노가 자조적으로 "후튀그라프(foutugraphe)" '끝장난 사진작가'라고 했던 농담도 더 이상 입에 올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시중에 카메라가 넘쳐나지만, 진정한 사진작가의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형국이다. 너무 많은 이미지가 이미지 자체를 죽인다. 그는 이미지란 말을 문학적 개념으로 파악한다. 데생은 기초를 이루는 반면, 사진은 그저 도구를 사용해서 이룬 즉석 데생인 셈이다.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평전 p447


삶, 그리고 시선.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 그에게서 호기심이 사라지는 날은 바로 그가 죽는 날이다. 본다는 것은 곧 습관에 맞서서 싸우고, 타성을 벗어던지며, 의외의 순간에 자기를 끊임없이 내던지고, 충동에 복종하며,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비례를 포착하는 일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언제나 강조하듯이, 바라는 보되 식별하지는 않는 것이다.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평전 p402


틈틈히 읽었던 카르티에 브레송의 평전을 덮는다. 읽으면서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두었던 수많은 구절중에서 세개를 옮겨본다. 특히나 마지막 장은 한구절 한구절 쉬이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포스트잇이 수북해졌다. 본다는 것,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찰나의 시간을 분절하여 그 안에 시간을 영원히 담아두었던 그의 사진에 한없는 존경을 느낀다. 그의 사진집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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