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곡을 듣고서, 본능적으로 알라딘에서 벤 하퍼라는 이름을 검색창에 두드렸다. 그 노래는 Diamonds in the Inside. 2003년 발매된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그 곡은 '구성진' 슬라이딩 기타가 귓가에 윙윙거리는 인상적인 곡이다. 라이센스음반은 품절이고, 남아있는건 수입반 뿐이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라이센스 발매를 안하는 것이고, 결국 수입반이 아니면 열심히 검색해서 듣는 수 밖에 없으니. 갖고 싶은 앨범 앞에서 이럴땐 그저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다.

위키에서 이 앨범을 두드리면 다섯가지의 장르가 뜬다. Alternative Rock, Reggae, Blues-Rock, Folk Rock, Pop Rock. 그의 베스트앨범인 The Best So Far를 들어보면 이런 장르규정에 고개 끄덕이게 된다. 밥 말리의 잔상을 느껴볼 수 있는 곡도 있고, 또 레니 크레비츠라고 해도 별 손색없는 느낌의 곡도 있다. 끈적한 블루지한 곡들도 맘에 들지만, 퍼커션이 도드라진 리듬감 충만한 곡들이 훨씬 귀에 들어온다. 특히나 Burn One Down같은 곡에서 리듬을 이끌어가는 퍼커션의 시원한 청량감은 참 매력적이다. 리듬은 살아있지만, 그 안에 여백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리고 Glory And Consequence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드럼과 어쿠스틱 기타의 합주를 눈여겨 들어보면 이 아저씨가 가진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대번에 알게된다.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영혼을 울린다'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음악적 구성에 묻히지 않고, 할말을 담아놓았다고 할까. 그래서 두명의 밥(밥 말리와 밥 딜런) 영향을 지울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장르가 융합된, 음악적으로는 풍성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 다채로움이 자칫 줄수 있는 혼란스러움과 이질감이 없어 좋다. 특히나 어쿠스틱의 느낌이 절절히 배어나오는 곡들이라 산뜻하다. 또 한명의 기억해야할 아티스트. 이 분의 음악은 찬바람 부는 겨울도 나쁘지 않지만, 내년 여름 배낭매고 휴가가는 시절에 꼭 꺼내들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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