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20081120)

from 일기창고 2008. 11. 20. 23:06




언젠가 별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이영욱 교수의 TV강의였던 것 같다. 하늘에 떠있는 너무도 익숙한 별에 관한 이야기.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가 있었다. 매일밤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별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그 시간, 별은 이미 죽어 없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별빛이 그 긴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사이, 이미 그 빛을 내뿜은 별은 한 생애를 다하고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아, 그런 것이구나.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혹은 바라보는 것조차 잊고살던 그 별빛이 그런 아득함과 아련함이었구나 싶었다. 결국 별과 우리는 공존하는 그 순간에는 서로 인식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거다. 슬프지 않은가. 별빛이 우리 눈에 닿는 순간, 우리가 별을 별빛을 통해 인지하는 그 순간, 이미 그 별은 사라져 버린 뒤라는 것. 우린 별을 보면서. 현재 그 빛을 보면서 별의 오래전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절대로 별의 현재를 볼 수 없는 물리적인 한계. 그게 정말 별의 모습일까 아주 오래전에 뿜어낸 것일까 우리는 알수가 없는 거다.

그러나 어차피 별은 내가 그 별빛을 보는 순간 다시 살아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누구도 별의 현재를 볼 수 없으니 별의 의미를 아무리 따져물어도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아니면 무의미한 일 아니겠는가. 그 먼거리를 오랜 시간 걸어와 내 눈 앞에 들어서는 그 별빛.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사라져 버릴 별의 마지막 모습. 그 절박함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이 한없이 소중한 것이고, 그것만이 생생한 현실일 거다. 삶과 우리들의 관계가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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