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학교 과방의 잡기장이었던 것 같다. 실연당한 녀석의 눈물젖은 스토리 밑에 누군가가 이런 코멘트를 달아놓았었다.
한 사람에게 잊혀지는 것보다,
한 사람을 잊는게 더 힘들고 가슴 아파.
그런데 그 보다 더 아픈건
한 사람에게 잊혀졌다는 것을 안 뒤에
결국 내가 그 사람을 잊는 거야.
그래, 맞다. 제일 아픈건 그거다. 그 사람이 혹시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다시 내앞에서 웃으며 나를 바라봐줄지 모른다는 작은 소망. '영원'은 아니라도 꽤 오랜시간 함께 있음을 꿈꾸었던 그 간절함.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내 안에서 고통스럽게 잊어가는 것. 다시 말해 두번째 이별을 준비하는 것. 내 안에서 처절하게 지워가는 것. 두번째의 이별이 더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다. 허나 그 또한 완전할 수 없어 거리를 걷다가, 음식을 먹다가, 음악을 듣다가,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이 새어나와 흔들어 놓고는 한다.
잊어야 할거라면 그렇지 못해 가끔 아파해야 한다면. 아니 더 근본적인 건 나의 바램과 기대가 한 사람에게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는 일종의 절망 같은 것이라면. 그 두번째의 이별은 자신 안에서 더 단단하고 단호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철따라 불어오는 바람에 몸 맡기듯 흔들리고, 버리지 못한 기억에 힘들지 않도록. 사그라져버린 불씨가 다시 거세지지 않도록. 그 두번째의 이별이 생살을 잘라내는 것만 같은 고통을 준다해도. 단호해야 한다.
Seal의 리메이크 앨범 Soul(2008)에 수록된 I've been loving you too long. 오티스 레딩의 곡만큼이나 좋다. 이제와서 멈추기에는 너를 사랑한 시간이 너무나 길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처절하게 절규하고 있는 이 노래. 바보같이. 그래도, 죽도록 힘들지라도 잊어야 한다. 이미 그 사람은 나를 잊었기 때문에. 넌 잊혀질 것이기 때문에. 그걸 알고있다면 잊어야 하는거다. 네 마음과 영혼이 괴로움에 울부짖는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