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나에게도 핸드폰이라는게 생겼다...어디서나 삐리릭 울리는 소리와 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할말만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경박함을 비웃고는 했는데...이제 내가 그 경박함의 중심에 서 게 된 것이다...전적으로 나의 필요에 의해서 장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번호를 받고 전화기를 손 에 들면서도 맘 편하지 않았다...남들 다가지고 있는 것을 나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 고, 없음의 홀가분함을 맘껏 즐겼던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요즘은 연락해야하는 사람이 핸드폰이 없으면 무척이나 불편해한다...우리 사회가 즉각적이고 빨리 빨리의 사회라서인지 몰라도...전자우편 만큼의 기다림도 참지 못할만큼 빠른 상대편의 반응을 요 구한다...핸드폰이 의미하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무슨 상황인지를 잠깐의 가장과 덮어둠 이 없이 홀라당 내보이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끔 필요에 의해 핸드폰으로 연락하면서도 가장 꺼리끼는 것은 내 전화로 인해 상대편이 감수해야할 갑작스러움과 전화받을 상황이 아님에도 전화를 받게되는 상태때문이다...편지를 내가 확인하는 것은 내가 편지를 읽겠다는 의지가 실행에 옮겨졌을때 가능하다...그래서 내가 누군가에 게 보낸 편지를 그 사람이 읽어보는 것은 그 사람이 편지를 받을 상황이며 또 편지를 읽고싶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편지가 내게 주는 편안함은 이런 매체적인 특성에서 나온다...그래서 편지 안에서는 하지 못할말을 할수도 있고 해선 안되는 말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조심스레 내뱉 을 수도 있다...
며칠 전화기를 소지하면서 내겐 아주 웃기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간혹 지하철 안이나 버스안에서 앉아있을때...주변에서 울려대는 삐리리 소리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그렇게 울 려대는 소리에 신경을 쓰이게 되면서 내 안에서 핸드폰의 존재감을 항상 확인하게 되어버렸다...아 직까지 정확하게 내 소리를 인식하는 득음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탓인지...난 도대체 어떤게 내 전 화기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모르겠다...전에는 당연히 내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누가 나 를 찾는 것이 아닐까 가방속을 뒤적거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핸드폰을 지닌 며칠동안 제일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점은...가는 차안에서나 오는 차안 에서나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외출시 나의 가장 필수적인 품목은 휴대용 시디 플레이어이다...이 자그마한 기계에다가 오늘 제일 듣고 싶은 시디를 껴놓고 외출하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 중의 하나다...사실 내가 음악을 듣는 두가지 주요한 수단은 하나는 컴퓨터에 오래 앉아 있다보니 자연스레 많이 듣는 엠피스리와 외출시에 오고가는 중에 듣는 휴대용 시디플레이어이 다...버스를 타면 창문을 반쯤 열어놓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귀로는 상쾌한 때 로는 무척 신나는 음악을 듣는것이 외출의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런데...핸드폰을 지니면서는 볼륨을 끝까지 올려놓고 음악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이 주춤해져버렸 다...사실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열손가락으로도 세고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이고 또 그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그 시간에 전화를 할리도 만무하지만 나의 어색한 핸드폰은 그 몇가닥의 가능성을 품고서 날 자극하고 있다...버스안에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음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핸드폰 이 가져다준 아주 좋지않은 결과중의 하나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건...'문자메시지'라는 부류의 핸드폰 서비스이다...이건 분명히 핸드폰의 맹점과 개선방안을 연구한 탁월한 아이디어맨의 결과물일 것이다...나에게는 전화와 편지간의 타협점이라 는 생각이 든다...편지가 주는 비동시성의 편안함과 글이주는 따듯함, 전화가 주는 동시성과 즉각 성을 교묘하게 접합시킨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몇번 문자메시지라는 것을 보내면서 손가 락에 땀이나도록 타자를 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몇 자안에 내가 할말을 구겨 넣어서 보내는(마치 일본의 하이쿠처럼) 단어의 취사선택도 흥미로운 일이다...혹시 모르겠다...이게 점점 문학적인 성질을 지니게 될지도...^^
핸드폰은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다...주된 이유도 얼마전부터 하게된 일과(집에있을때 수정해야하 거나 급하게 해야할 일이 있을때) 또 단말기 보조금이라는게 없어져버린다는 현실적인 금전적 이 유이다...하지만 기왕 손에 쥐게된것...내 스스로 핸드폰의 불쾌함을 줄이면서 편리함을 늘릴 수 있 는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익숙해질때까지 한참을 주변의 기계음에 민감해야하겠지만...순간의 느낌을 문자메시지로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그 접점을 의미하는 것 같다...
분명 편리한 도구이다...하지만 위험성도 많이 가지고 있다...편한만큼 조심스러워야한다...난 편지가 훨씬 좋다...앞으로도 핸드폰은 절대로 편지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종이편지가 이메일 로 대체되어버린 지금 생각해보면...새로운 매체가 나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선 그 전까지의 이미 익 숙해져버린 것을 새로운 것이 닮아야 한다...그런 점에서 나의 핸드폰도 이메일을 닮아갔으면 좋겠 다...
그것이 새로움에 대한 나의 대처방식이다...
20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