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비가 오고 바람은 오늘부터 세차졌다. 사랑시가 읽고 싶은 날씨. 근데 왜 이문재는 이 사랑시를 '농담'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이문재의 시치고는 조금은 직설적인 느낌. 뭔가 정돈해서 써낸 시가 아니라 느낌 그대로 쓰고싶은 날것 그대로를 적어놓은 건 아닌가 싶다.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털어놓고 머쓱해서 '농담'이라는 제목으로 감춘거다. 종소리를 멀리 보내려면 종이 더 아파야 하듯이, 사랑을 하려면 더 외로워야 한다는 말일까. 지금 외롭다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일테지. 춥고, 외로운 사람들. 그래, 종은 더 아파야 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