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20080914)

from 일기창고 2008. 9. 14. 23:46


포터블 시디플레이어를 꺼냈다. 건전지 두알을 시디 플레이어에 넣고 볼륨을 조절할때마다 지직소리가 나는 플레이어에 시디를 넣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 소리가 들린다. 윙~하는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시디. 표면에서 반사되는 음이 귀를 타고 내 안으로 들어온다. 10년이 넘은 파라소닉 시디플레이어. 아직도 이 녀석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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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싶은 시디를 차곡차곡 골라서 시디 플레이어 옆에 두고 시디케이스를 조심스레 열어 플레이어에 넣고 소리를 기다린다. 불편하고, 무겁고, 귀찮고, 가끔 소리가 튄다. 알고있다. 그치만 음악을 들으며 시디 부클릿을 본다. 만져보고 들리는 음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경험. 뮤지션이 적어놓은 글귀도 보고 음악만큼이나 고민했을 자켓도 살펴본다. 즐겁다.

mp3플레이어도 있고, pc도 있고, pmp도 있는데 요즘 시디가 주는 질감이 좋다. 복고라고 해야 분명한 요즈음의 음악듣기. 왜 일까. 리핑된 그 어떤 음원도 시디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시디를 멀리했고, 매체로서의 시디는 이제 가버렸다고 생각해왔는데 다시 시디를 꺼내 듣는 나. 왜 일까. 아이팟이 몇세대를 진화해가는 이 시점에 묵직한 오디오를 구입해볼 생각을 하고 있는 30대의 나. 그리 멋지지도 않은 '복고'. 요즈음 소리가 나를 울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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