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20080905)

from 일기창고 2008. 9. 5. 13:36

금요일. 해장겸해서 굴국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긴 줄을 서야 제시간에 먹을 수 있는 굴국밥집에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뜻밖의 행운. 매번 전쟁같은 점심시간. 입사초에는 12시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점심 행렬을 보면서 '과연 먹고 사는 것이 무얼까'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긴 밥줄 서지 않고 빨리 먹고, 잠깐이나마 쉴수 있으면 그만이다.

"직장인의 점심은 먹는게 아니라 때우는 거다"라는 선배의 말에 씁쓸하게 고개 끄덕였었다. 줄서서 기다리는데 10분, 밥먹는 건 20분이 넘지 않는 점심시간. 나누는 말이라고는 어제 본 TV얘기, 일 얘기(밥 먹으면서까지), 집 값얘기들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없이 꾸역꾸역 밥 삼키는 일도 많다. 특히 같이 밥먹기 어색한 상사분이라도 마주하게 되면 더 그렇다. 가끔은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일도 있다. 허락된 밥시간은 정해져있고, 버릇처럼 따라나선다.

오늘 점심은 괜찮았다. 점심 해장맴버는 당연히 어제 술자리 맴버들이니. 어제 남은 얘기도 하고, (무에 새로울게 있다고)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아침엔 힘들지 않았는지를 묻고 대답했다. 달짝지근한 굴국이 입에 감겼다. 비릿하지 않은 통통한 굴을 베어무는 혀끝이 꽉찬 느낌. 마지막 국물까지 깨끗이 들이켰다. 느껴지는 포만감에 살짝 행복해하면서...

사무실에 들어오니 주말을 앞둔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 금요일 오후라고 일의 절대량이 주는건 아닌데, 분위기탓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직장인의 금요일 오후. 군데군데 웃음소리도 들린다. 모두들 한주동안 수고했다. 행복한 주말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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