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아니라면 즐거울 일이 하나 없는 암울한 시절. 이런 내마음을 토닥이며 보듬어줄 언니네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을 사려고 이리저리 뒤적였다. 한장만 사려니 배송비 2000원의 압박에 사려고 고이고이 모셔두었던 리스트를 더듬어봤다. MOT의 앨범, 루시드 폴의 라이브 앨범을 지나 한희정의 솔로앨범 '너의 다큐멘트'에서 손이 멈춘다.
더더 4집이 생각난다. 아무생각없이 들었다가 256MB 용량의 예전 내 포터블 기기에서 장장 6개월간 머물렀던 불멸의 앨범. 한참을 듣고서야 보컬이 궁금해졌었다. 한.희.정. 목소리에 비해 이름이 너무도 '보통스러워' 이질감이 느껴졌던 기억. 이 앨범이후로 '푸른새벽'이라는 감각적인 이름을 가진 듀오로 음악활동.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 사이의 심해처럼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라는 긴 이름을 가진 노래. 인디씬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그녀.
그녀의 첫 솔로앨범 '너의 다큐멘트'. 타이틀 곡 '우리 처음 만난 날'. 이전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있던 곡을 다시 실었다. 자켓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이 있는것 같긴 한데 못되게도 조금 안어울린다 싶은 느낌이 든다. 아마 첫 솔로앨범에 대한 부담탓이었으리라.
팬시한 느낌의 간지러운 노래가 와닿는 시절은 아니지만, 이 노래는 내 꽁기꽁기한 마음을 흔들정도로 매력적이다. "우리 처음 만난 날, 시간의 등에 키스를 했지" 들으면 뒷골이 서늘할 정도로 사랑의 설렘이 느껴지는 가사. 게다가 그녀의 목소리. 비오고, 덥고, 괴로운 8월에 들어도 봄날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노래, 목소리, 살랑거리는 기타. 킥킥거리며 들어도 좋다. 노래는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버전이고, 뮤직비디오는 이번 앨범에 실린 곡이다.
우리 처음 만난날
수많은 바람은
그저 우릴 멀어지게 할 뿐인걸
우리는 낯설게 느껴지는
비밀들을 밀어냈어
아아 아무도 모르지
너와 내가 나누어 가진
그 기억들 너무 소중한 날들아무런 약속도
이런 날엔 하지 않는게 좋겠지
이순간 모든게
아이처럼 잠이 든 것만 같은데
너의 숨소리에 맞춰 난 춤을 추다가
노래를 부르다 잠시 생각에 잠겨우리 처음 만난 날
시간의 등에 키스를 했지
우리 처음 만난 날
행복은 단꿈을 꾸었지아무런 약속도
이런 날엔 하지 않는게 좋겠지
이순간 모든게
아이처럼 잠이 든 것만 같은데
너의 숨소리에 맞춰
난 춤을 추다가
노래를 부르다 잠시 생각에 잠겨우리 처음 만난 날
시간의 등에 키스를 했지
우리 처음 만난날
행복은 단꿈을 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