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가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다고 한다. 그렇게 눈에 가시였을까. 불과 한달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민을 위협하고, 압박하고, 거짓으로 희롱하는 정부. 촛불앞에 겸손하겠다며,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그리고 소통하겠다며 머리숙인 자신을 그는 기억이나 하고있을까. 의도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정부.

거세게 몰아치던 촛불이 잠시 사그라들고, 한차례 소나기가 오고, 한여름 폭염이 다가오면서 본색을 드러내는 상황들. 이렇게 지나가는 거라면, 이런 분노, 기억이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체화되지 못한다면...생각만으로 끔찍하다. 기대할 게 없는 이 나라. 이렇게 키보드 앞에서 분노하며 그져 몇줄 끄적일 수밖에 없는 내 상황도 한심스럽다.

변할거라는 기대없이 나아갈 수 있을까? 마르틴 뉘멜러의 글이 섬뜩하다. 나도 이 시에서의 'me'가 될 것 같아서. 나는 KBS와는 상관없으니까.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이들과는 다르니까. 살기도 힘든데 뭘. 순간순간 솟아오르는 자기위안이 나를 내리칠 것만 같은 두려움.

1996년 대학시절 이후로 하지 않았던 이런 고민을, 2008년의 한국사회는 왜 강요하고 있는가. 발끝에서부터 분노가 밀고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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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Niemoeller's poem inscribed on a stone in New England Holocaust Memorial (from wikipedia)



맨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다.
나는 그들을 변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다.
나는 그들을 변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은 가톨릭 교인을 잡으러 왔다.
나는 그들을 변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가톨릭 교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나를 변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Als die Nazis die Kommunisten hol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Kommunist.

Als sie die Sozialdemokraten einsperr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Sozialdemokrat.

Als sie die Gewerkschafter holten,
habe ich nicht protestiert;
ich war ja kein Gewerkschafter.

Als sie die Juden hol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Jude.

Als sie mich holten,
gab es keinen mehr, der protestieren konnte.


When the Nazis came for the communists,
I remained silent;
I was not a communist.

When they locked up the social democrats,
I remained silent;
I was not a social democrat.

When they came for the trade unionists,
I did not speak out;
I was not a trade unionist.

When they came for the Jews,
I remained silent;
I wasn't a Jew.

When they came for me,
there was no one left to speak out.

http://en.wikipedia.org/wiki/First_they_c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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