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대학생들과 지금의 대학생들은 질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예전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대학생 취급을 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대학생 대접을 받는다. 예전의 대학가에서는 서점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가에서는 술집이 호황을 누린다.
예전에는 호스티스들이 여대생 흉내를 내면서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대생들이 호스티스 흉내를 내면서 거리를 활보한다. 예전에는 국민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장난감을 대학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를 대학생들이 똑같이 선호한다.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오늘날은 모든 문화가 정체성을 상실해 버렸다.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뒤죽박죽이다. 양심도 죽었고 예절도 죽었다. 전통도 죽었고 기품도 죽었다. 낭만도 죽었고 예술도 죽었다. 그것들이 죽은 자리에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밤이 깊었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이외수 장외인간 中
대선의 20,30대의 투표율을 보고, 또 그들의 투표결과를 보고나니 이 글이 생각났다. 요즘 대학생들, 요즘 젊은이들을 초딩이라 놀리면 초딩에 대한 모욕이라는 우스개가 단지 우스개만은 아난것 같다. 머리는 가벼워지고, 도무지 고민하지 않는 사회, 그리고 그 분위기가 언젠가 또다시 암울한 시간을 돌려 줄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온전히 20,30대 탓이겠는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