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시로 느끼고 싶어졌다. 가을이 내 곁에서 가고 있는데 내가 느끼는 가을이 멀리있는 것 같아, 주변에 있는 가을시들을 꺼내어 읽었다. 읽다가 그래 가을이 그랬지, 맞아 가을이야 생각하며, 내 안으로 가을을 넣어두고 싶어졌다. 시네이드 오코너의 음악을 틀어놓고 좋아하는 가을시를 꺼내어 본다.




 

시를 쓰고 싶어졌다. 참 오랜만의 기분이다. 시를 쓰고 싶다니 얼마만일까 먼지 묻어있는 오래된 노트를 꺼내 끄적여봤다. 그런데 시한줄에 내 마음 담아두는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낀건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가을을 내 노트 안에 그려넣으려다. 가을이 너무 크게 다가왔으니까 그걸로 족하다. 가을에 떠날수 없다면 가을시로 마음을 달래볼 일이다. 나의 가을에 대해 소리없이 내 곁을 흘러가는 가을에 대해 한번쯤 마음 열어 느껴볼 일이다.
아, 이 가을에도 어디로 떠나야 하는 사람아
기어이 오래도록 지우지 못할 뒷모습만
왜 그립게 하는가

가을시편 中

누군가에게 그리운 존재가 되어 뒷모습 보이며 어디론가 떠나도 좋을 일이다. 가을에는, 나라면 그 뒷모습에, 너에게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기다려달라는, 마음의 조각하나 남겨두고 싶다. 이 가을 사랑하고 싶다. 내 뒷모습을 애처로이 바라봐줄 혹은 기다려줄 한 사람에게,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예쁜 시하나 건네어 주고 싶다. 이 글이 시가 될 수 있다면 너에게 주고 싶다. 그러기엔 가을은 너무 차분하다.

푸르른 하늘과 플라타너스 넓은 낙엽들.
마주치는 사람도 없이 긴 골목길에
아, 벌써 가을입니다.

가을의 길목 中

아, 그래 벌써 가을이다.









200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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