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읽은 책 세권

from 책글창고 2007. 9. 6. 09:44

최근에 읽었던 책들, 깊이있는 감상문은 다소 무리가 있어, 그냥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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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작은 창을 열어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구글은 관심의 대상이다. 구글이라는 가장 잘 알려져있지만, 또 한편 그 내부는 베일에 쌓여있는 회사. 그 회사의 출발부터 성장까지, 그리고 함께 경쟁하며 치열하게 헤게모니 다툼을 벌였던 많은 검색사이트를 함께 다루고 있다. 책을 집었을때 기대했던 구글 스토리 뿐만 아니라 어쩌면 책이 본질적으로 말하고자 했었을지 모를 '검색'의 역사와 미래의 모습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구글의 시작이 되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스탠포드의 프로젝트 'backrub'과 그들의 박사학위 논문인 The Anatomy of a Large-Scale Hypertextual Web Search Engine (http://infolab.stanford.edu/~backrub/google.html)을 알게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 논문을 곱게 프린트해서 틈틈히 읽어보았다. 그들이 MS를 위협하는, 아니 넘어서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역시 '혁신적인 검색기술'이었다. 페이지랭크라는 검색. 구글을 처음 알게되고 검색어를 입력했을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던 이유는 구글이 가진 알고리즘의 정교함, 인덱싱 기술이었던 거다. 기대만큼 읽는 즐거움을 주었던 책.

좀 뜬금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새로 시작하는 기업에 몸담고 같이 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구글이라는 현재완료를 바라보며 하는 기대섞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미 너무 커져버린 기업에서 부품처럼 일하는 것 말고, 꿈틀거리는 작은 회사에서 희망을 가지고 부딪혀보고 싶은 마음. 꼭 '자기회사'가 아니라도 자기회사 차린 동료의 곁에서 함께 키우고싶은 마음. 이것도 월급쟁이의 꿈이 아닐까. 구글의 성공스토리가 순간 가슴을 뛰게했다.


2.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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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을 다녀와서 계속 느끼게되는 일본역사에 대한 갈증을 조금 달래보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교토, 나고야,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그 유적들에 내재한 그들의 역사,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었다. 눈으로는 보지만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던 답답함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해야할까. 이번 여름 일본여행 전에 미리 읽어보았더라면 여행의 감동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주로 도시에 대해 다루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도시와 그들이 지닌 땀이 흠뻑 밴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낀대로 썼다. 기행을 선적禪的으로 표현하면 그들의 뒷모습을 따라갔다가 그들의 눈동자를 보고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보름 남짓 도시들을 돌면서 예전에 느꼈던 것을 확인하기도 하고 새삼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있었다. 기행이라는 것이 그렇듯 정보보다는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한데 찬찬히 살피지 못했던 정경에 대한 아쉬움이 뒷머리를 당긴다" (여행을 시작하며, 저자의 말)

무릎 탁치도록 공감가는 말이다. 책을 읽고나니 가고싶은 일본여행지가 많이 늘었다. 교토도 다시 찬찬히 걸으며 오래 보고싶고, 아스카, 이즈모, 센다이같은 한국사람들은 많이 가지 않지만 일본을 이해하는 좋은 창이 될 곳들도 기록해놓았다. (책에 실린 사진은 저자 본인이 찍은 생생한 사진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우리 역사를 생각해볼때 분노의 눈길로 볼 수 밖에 없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같은 '쇼군'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책상 한켠에 "전국시대(일본) 야마오카 소하치 / 시바 료타로 / 엔도 슈샤쿠 / 이자와 모토히코"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어쩌면 그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가 '다소 과장이 있을지라도' 인간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3. 너츠!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파격적 처방과 CEO 허브 켈러허 경영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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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경영서를 읽고 싶어 선택했다. 파격이라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경영전략에 대한 기사가 흥미로웠고, 책의 카피도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자기계발서나 경영서를 좋아하지 않아(사실 싫어한다), 피하는 편인데 기업에 집중하는 책들은 내용도 드라마틱하고 (그렇게 써놔서 그런지 모르지만) 재미도 있어 가끔 읽는 편이다. 이 책은 꽤 두툼하다. 표지도 깔끔하고, 책 제본도 탄탄하게 되어있어 묵직하게 들고 읽기에 좋다. 책의 처음은 사우스웨스트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데, 항공사의 탄생과 그 작은 회사가 기존의 회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은 꽤 흥미로웠다.

사우스웨스트의 파격경영은 '저가전략' '정시발착' '웃음경영' '개선'등으로 내 나름 요약할 수 있을것 같다. 저가전략이지만, 서비스만큼은 훌륭했던 틈새공략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특히나 비용절감을 위해 보잉 737기만 고집한다는 전략은 신선했다. 대부분 1시간 내외의 비행을 주로하는 항공사였기에 기내식을 땅콩으로 대체해도, 기내에서 '쇼'를 하는 파격을 보여도 고객은 '싼가격' '신속함'을 선택했던것 같다. 하지만 몇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운행하는 노선이 있었다면, 국제선을 운행했다고 해도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갔을까? 책에서는 외형적인 성장을 배제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그게 구조적인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그 서비스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단거리, 州내-州간노선만을 고집해야 했다는 생각.

이 책의 문제는, 너무 장황하다. 수많은 인터뷰, 수많은 편지들, 반복되는 사례들, 반복되는 전략들. 저자(들)이 이 책을 위해 조사하고 수집한 자료들의 방대함을 칭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핵심적인 내용만 전달하는 '미덕'을 보여줬으면 어떨까 싶다. 책을 읽다가 중간부분부터는 그 내용이 그 내용이어서 흘려읽었다. (솔직히 질렸다. 두툼한 무게를 절반으로 줄였으면 더 알찬 책이 됐을것 같다는...) 읽으면서도 새롭다기 보다는 동어반복, 그 내용이 그 내용으로 느껴진다. 책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은 앞부분만 읽어도 충분할 듯 하다. 역자도 후기에서 그렇게 적었더라. 표지는 맘에 들었지만, 책 내부 디자인은 불만스러웠다. 이런 교과서적인 편집. 맘에 들지 않았다. 책은 10점만점에 4점 주고 싶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경쟁력, 허브 갤러허의 리더십은 읽어볼 만 했다.

간만에 읽기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이 세권을 읽어치우고 김훈의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를 손에 들었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의 비릿한 문장이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는데, 간만에 읽으니 책을 보는 시선이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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